[유료][조연숙] 한인뉴스를 인도네시아 한인사회의 아카이브로
한인뉴스 300호 특집판 [자료사진]
한인미디어, 한인들의 소통과 정체성 형성 기능은 여전히 유효해
글: 조연숙 데일리인도네시아 편집장
1990년대에 온 한국인들은 인도네시아에서 어떤 식당과 상점에 가고 어떤 활동을 하며 살았을까? 자카르타국제한국학교(JIKS) 건설 후원금은 누가 냈을까? 한국 ‘평화의 댐, 건설 후원금은 누가 냈을까? 인도네시아 대학교에 처음 한국어과가 생길 때 후원금은 누가 냈을까? 1998년 5월사태 때 한국대사관과 한인회는 어떻게 대응했나?
인도네시아에서 발행되는 한인 미디어는 한인사회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 한인회와 대사관의 활동, 인도네시아 시사 뉴스, 인도네시아 생활 정보, 한국과 인도네시아 문화 소개, 한인들의 문학작품 등 다양한 뉴스를 보도한다. 한인 광고지는 한국 식당과 한국 마트 등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업소를 광고하는 매체지만, 그 광고들을 통해 한인사회의 모습을 유추해 볼 수 있게 한다. 한인상공회의소, 대한체육회, 주요 산업협회, 한국학교 등도 각자 회보나 신문을 만들지만, 회원이나 구성원이 아니면 접근하기가 힘들다. 대중성과 접근성 그리고 공신력에서는 한인뉴스를 포함한 한인 미디어를 따라오기 힘들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한인100년사>와 <동남아한인연구 총서 인도네시아편>은 한인뉴스의 기록을 가장 많이 인용했고, 이어 데일리인도네시아와 한인포스트의 뉴스도 인용했다.
누구나 미디어를 만들 수 있지만 모두가 미디어가 될 수는 없다. 지속적으로 운영하기도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한인회에서 발행하는 한인뉴스는 1996년 7월 창간 이래 단 한 번의 결호도 없이 발행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생각된다. 그동안 벼룩시장과 한울, 일요신문과 한타임즈는 이미 폐간했고, 종이로만 발행하는 여명(구 소망)과 교민세계도 이전(과거) 호를 확인하기 어렵다. 아쉽지만 온라인화 이전의 정보들이 사라졌다. 재인도네시아 한인상공회의소(Kocham)와 대한체육회 인도네시아 지회는 웹사이트를 운영하지만 회원이 아니면 접근할 수 없고, 일부 산업협회(신발·봉제·건설협회)가 회보를 발행하지만 역시 디지털화되어 있지 않아서 기록으로 남지 못한다. 그렇다면 인도네시아 한인사회의 기록이 1회성으로 휘발되지 않고 모여서 저장되고 도서관의 책처럼 구글의 정보처럼 언제든 꺼내 볼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한인회에서 발행하는 한인뉴스를 아카이브(archive) 겸 플랫폼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아카이브는 역사적 가치나 장기 보존의 가치를 지닌 기록이나 문서들의 컬렉션을 의미한다. 또한 이러한 기록이나 문서들을 보관하는 장소, 시설, 기관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국립국어원 말다듬기위원회 회의(2013년 3월 8일))에서는 ‘아카이브’를 ‘기록 보관’, ‘자료 보관소’, ‘자료 저장소’, ‘자료 전산화’로 표현한다.
한인뉴스가 한인 기록소 또는 플랫폼이 되려면 한인뉴스 스스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누구나 들어가고 싶게 웹사이트를 개선해야 한다. 종이잡지는 한 달에 한 번 발행하더라도 개별 뉴스는 실시간으로 보도해야 하고, 개인이 소식을 올리는 등 쌍방향 소통을 할 수 있도록 게시판 기능을 활성화 해야 하며, 웹사이트뿐만 아니라 카카오페이지, 네이버 밴드, 페이스북페이지,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정부기관과 한인단체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해서 뉴스를 공유해야 한다. 원고료를 지불하므로써 원고의 질도 높여야 한다.
정부 기관과 한인들도 한인뉴스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한인뉴스는 기업들의 광고수입과 후원금으로 어렵게 운영하며, 컨텐츠는 무료 원고로 채운다. 재외동포단체와 연구자들은 해외 한인 미디어의 영세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한국대사관의 지원을 촉구한다. 또한 공신력이 있는 한인 미디어를 활용해서 정부 정책과 대사관 소식을 알릴 것을 권한다.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의 한동섭 교수는 재외한인언론이 정보 제공과 한인사회 내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결속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외동포언론의 고유한 기능으로 고국과 거주국의 소식 보도, 동포사회를 하나로 묶는 구심점 역할, 자연재해나 소요사태 등 위기 상황시 신속한 정보 전달(위기관리), 차세대 정체성 강화를 위한 한국어 교육, 재외동포를 위한 의제 설정, 동포사회 발전을 위한 여론 형성, 거주국 주류 사회에 한국 알리기, 재외동포 네트워크 형성 등을 꼽았다.
1945년에 포로감시원으로 왔던 조선인들은 소통과 교육의 수단으로 <조선인민보>를 발행했다. 현대 한국인들은 1972년 거류민회를 설립하고 1975년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거류민회보를 발간했다. 인도네시아에 한국기업과 한국인이 급증하면서 1995년 교민세계와 여명, 1996년 한인뉴스가 창간했다. 이어 1997년 K-TV, 1998년 벼륙시장과 한울, 1999년 데일리인도네시아, 2002년 일요신문, 2003년 한타임즈, 2005년 한나프레스(한인포스트), 2006년 인도웹, 2007년 OKTN, 2012년 자카르타경제신문이 설립됐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은 미디어와 웹사이트, 뉴스 생산자와 공급자의 경계를 허물었다. 한인포스트 밴드와 인도웹 및 카카오톡 단체방에서는 개인이 직접 소식을 전달하면서 쌍방향 소통을 한다. 2013년부터는 한인 유튜버들이 등장했고, 2021년 온라인 미디어 인니투데이가 창간했다.
한인미디어는 자연재해, 정치·사회적 소요사태 등 안전을 위협하는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 1997년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인도네시아는 5월 사태와 수하르토 대통령 퇴진, 민주화 시위와 압둘라흐만 와힛 대통령 탄핵, 도심 테러 등 사회 혼란과 치안 불안이 심각했고, 이에 한국대사관과 한인회는 한인뉴스를 통해 인도네시아 상황과 대응 방안을 알렸고, 1999년 창간한 데일리인도네시아는 하루 두 차례 뉴스레터를 통해 시위와 자연재해 소식 등을 거의 실시간으로 보도해 한국인들이 대응할 수 있게 했다. 이후 인터넷이 발달함에 따라 한인미디어들은 웹사이트, 네이버 밴드,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인도네시아 상황과 자연재해 소식을 보도하게 됐다.
인도네시아에 새로 정착하는 한국인은 물론 인도네시아에 오래 체류 중인 한국인들도 언어장벽, 제도에 대한 정보 부재, 문화적 차이 등으로 인해 현지 생활이 어려울 수 있다. 한인 미디어는 이들에게 인도네시아 법, 제도, 정책, 문화 등을 분석하고 해설하는 기능을 담당해 왔다. 이런 뉴스들이 쌓여서 역사의 기록이 되고 있다. 누구나 뉴스를 만들고 미디어가 될 수 있는 시대이지만, 모두가 공신력과 지속성을 갖지는 못한다. 인도네시아 한인공동체의 아카이브로서 한인뉴스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두 고민하고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