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채인숙] 우붓, 발리 예술의 심장을 두드리는 곳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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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숙] 우붓, 발리 예술의 심장을 두드리는 곳 (1)

기사입력 2015.01.25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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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에 16년째 살고 있는 채인숙 방송 다큐멘터리 작가가 평범한 생활 속에서 만나는 인도네시아의 예술과 문화 이야기를 들려 줄 계획입니다. '프로젝트 키위'에 연재된 그녀의 글을 발췌하여 '데일리 인도네시아' 독자들과 다시 나눕니다. [편집자 주]

▲ 발리 우붓지역 길거리 갤러리 [사진: 조현영 아마추어 사진작가]


1편:  우붓,  발리 예술의 심장을 두드리는 곳  (1)

글: 채인숙 / 사진: 조현영


  당신은 무엇을 위해 발리로 가는가? 아마도 십중팔구는 몸과 영혼의 완전한 휴식을 위해 아름다운 발리의 해변과 야자나무 그늘을 찾아 떠날 것이다. 그러나 누사두아 비치의 강렬한 햇빛 아래서 맛보는 천상의 휴식, 고급스러운 레스토랑과 작고 화려한 스튜디오 식 보석 가게들, 어둑한 조명의 바에서 바라보는 스미냑의 저녁 거리, 나이가 지긋한 프랑스 인 부부가 손을 잡고 브런치를 먹기 위해 천천히 길을 걷는 사누르의 한산하고 소박한 아침 거리는 누구나 아는 발리의 아주 평범한 풍경일 뿐이다. 

 당신이 무수한 사람들이 즐기는 발리와 다른 발리는 만나고 싶다고 내게 말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당신을 우붓으로 데리고 갈 것이다. 그곳에서 발리의 예술과 아궁산과 계단식 논들로 둘러싸인 우붓의 아름다운 자연을 함께 보자고 할 것이다. 

 1930년대 초, 우붓을 다스리던 왕족은 예술에 대한 관심이 참으로 지대한 사람이었다, 그는 유럽의 예술가들을 직접 우붓으로 불러 들였고 그들이 우붓에서 그들만의 예술 세계를 펼쳐 나가도록 지원했다. 종교적이면서도 독특하고 자유분방한 발리 미술의 근원은 그렇게 우붓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지나치면 섭섭한 미술관 순례>


1. 네카 미술관(Museum Neka)은 인도네시아 미술품 컬렉터인 네카가 세운 아름다운 미술관이다. 7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미술관에는 발리 전통 스타일 화화와 현대 미술, 그리고 발리 끄리스와 사진들을 전시해 놓았다. 특히 이곳에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네덜란드 출신의 발리 화가인 아리 스밋(Arie Smit)의 방이 따로 꾸며져 있다. 우붓에 가면 나는 아리 스밋의 그림을 만나기 위해 언제나 가장 먼저 네카로 달려 간다. 입장료 50,000Rp

2. 우붓에서 가장 오래 된 전통 발리 예술을 만나고 싶다면 뿌리 미술관(Museum Puri Lukisan)을 찾아야 한다. 섬세하고 종교적인 발리 회화의 독특한 뿌리를 뿌리 미술관에서 느낄 수 있다. 아름다운 돌 계단으로 이어진 3개의 큰 갤러리와 연꽃이 만발한 연못가는 친구와 앉아서 오래 담소를 나누고 싶어지는 곳이다. 미술관 입장료(75,000Rp)를 내면 미술관의 카페에서 맛있는 발리 커피나 아이스 티 한 잔, 그리고 길링길링과 끌라끌라로 만든 맛난 디저트 요리를 공짜로 맛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카페에서 파는 코코넛 과자는 정말 강추하고 싶은 군것질거리다. 얇게 자른 코코넛을 구워서 파는데 여느 튀김 코코넛과는 다른 차원의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다. 몇 봉지 사서 친구들에게 발리 여행의 소박한 기념 선물로 줘도 좋다. 양에 비해 가격은 좀 비싼 편이다. 한 봉지 20,000Rp.

3. 블랑코 미술관(The Blangco Museum)은 1952년에 발리로 건너온 스페인 출신의 화가 블랑코가 자신의 그림 모델이었던 발리의 무용수와 결혼한 후, 주로 그녀와 아이들을 그린 르네상스 풍의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시원한 웰컴 쥬스 한 잔을 마시면서 우선 갖가지 진귀한 새들을 구경하는 것이 먼저다. 블랑코는 그림과 액자가 하나의 작품으로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전시 방식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19살 이하는 출입할 수 없는 에로틱한 19금 방의 그림들은 액자 속에 꽁꽁 감춰져 있는데 큐레이터에게 가이드를 부탁하면 이 비밀스러운 액자 속의 그림들을 익살스럽게 열어서 보여준다. 블랑코 미술관은 외국인 손님(80,000Rp)과 키타스 소유자(35,000Rp)의 입장료가 꽤 차이가 난다. 키타스를 보여주면 입장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 왼쪽부터 네까 갤러리, 뿌리 갤러리, 블랑코 갤러리 내부와 웰컴 드링크 [사진: 조현영]


< 작은 갤러리에서 나의 그림 찾기>

 우붓에는 수많은 갤러리들이 거리 곳곳에 숨어 있다. 이름있는 큰 갤러리를 둘러보았다면 이제 무명화가들이나 젊은 견습 화가들의 작은 갤러리에서 나만의 그림을 찾아나설 때이다. (유명 화가들의 그림 값은 이미 너무 비싸다) Jl. Ubud Raya를 중심으로 Jl, Raya Lodtunduh 이나 Jl,Raya mawang kaja 등에는 작은 갤러리들이 수도 없이 많다. 길을 가다가 마음에 드는 그림을 발견한다면 주저없이 들어가서 그림을 구경하고 때로 화가를 직접 만나 그림 가격을 흥정할 수 있다. 내 마음을 당기는 강렬한 색감의 추상화나 아름다운 발리의 무용수를 그린 그림들, 운이 좋으면 아주 독특한 주제의 개성있는 그림들을 깜짝 놀랄만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나는 이번 우붓 여행에서 이미 몇 번의 전시회를 가진 한 젊은 화가의 따뜻하고 잔잔한 추상화(150 X 120Cm) 두 점을 첫눈에 반해서 먼저 구입했다. 그리고 우연히 들어간 한 화가의 작업실 겸 갤러리에서 화장실을 갔다가 나오면서 입구 벽에 거미줄이 치렁치렁 달린 채 매달려 있는 발리의 무용수 그림(200X100 Cm)을 발견하는 행운을 얻었다. 귀가 들리지 않는 화가는 그림 값을 이야기하기를 무척 힘들어 했는데(아마 내가 외국인이라 더 그런듯..) 서로가 만족할만한 적당한 가격에 또 한 점의 그림을 살 수 있었다. 그저 단순한 검정 먹선을 이용해 각자 시선이 다른 다섯 명의 무용수들을 그린 그림이었는데, 미적 감각이 뛰어나거나 색채가 훌륭한 그림이라기 보단 그저 보는 순간 참 재미있는 그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마음에 쏙 들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 집 한쪽 벽면을 다 차지하고 있는 이 발리의 무용수들은 복도를 지나는 나를 못 본 척 짐짓 시선을 저쪽으로 두고 각자의 포즈를 버리지 않고 서 있다.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고 흐뭇한 그림이다.   

 우붓에 간다면 꼭 작고 소박한 갤러리들에 시선을 두라. 당신의 가슴을 뛰게 할 그림 한 점을 자카르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는 행운이 올 수 있다. 가격이 얼마인지를 굳이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림의 가치를 분류하는 일은 오로지 당신의 몫이고 그림을 바라보는 당신의 따뜻한 시선과 애정이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키위 2014년 12월호에서)

▲ 우붓 길거리 갤러리를 둘러보는 채 작가 일행. [사진: 조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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