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詩鏡 - 시가 있는 목요일
안녕하세요. 박정자입니다.
<5년간 달리기 꼴찌만 하던 친구 위해 ‘깜짝모의’, 앞서가던 4명, 30m 지점서 기다려 나란히 골인> 이 글은 지난 가을 어느 신문기사의 제목입니다. 연골무형성증이라는 장애를 안고 있는 친구의 손을 잡고 함께 달린 초등학교 운동회 이야기입니다.
사는 일 모두가 그와 같아서 함께 손잡고 달리기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오늘, 시인의 눈은 수직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덩굴을 바라봅니다. 모두가 절망이라고 말할 때도 말없이, 혼자서가 아니라 여럿이 손잡고 나아가는 담쟁이덩굴 말이지요...
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