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헤리티지] 에퀼 생수공장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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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티지] 에퀼 생수공장을 다녀와서

기사입력 2015.03.0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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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리티지 회원들이 에퀼 생수공장 정원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명희(자카르타 교민)

인도네시아 살면서 물은 매번 고민하고 체크해야 하는 선택의 문제이다. 한국도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되었지만, 수질 자체에 대해서는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다. 한국에 오래 살지 않아도 휴가만 잠시 다녀와도 머리 결이 부드러워졌다거나 피부가 좋아졌다는 등 물맛이 최고라는 등등의 인사말은 우리끼리도 자주 동의하는 부분이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아쿠아를 비롯 최근 몇 년 들어 인도네시아에는 진짜 많은 종류의 생수들이 생겼다. 하지만 우리가 가정에서 자주 애용하는 아쿠아마저도 집에서 어느 정도 사용하다 보면 개수대에, 때로는 주전자 바닥에 말라붙은 석회질이 남아있는 것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주위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실 다른 물들도 별반 차이 없는 것 같다. 

물이 맛이 없어서 개인적으로 나는 물을 잘 마시지 않는 편이다. 커피나 차를 더 선호하며, 아니면 소다수에 과일 액기스를 타서 먹는다. 에퀼 스파클링 워터(탄산수)는 가끔 호텔에 갔을 때 무료로 제공될 경우에만 열심히 마실 뿐, 착하지 않은 가격에 평소 사고 싶어도 슈퍼에서도 손이 잘 가지 않는 편이다. 아쿠아 가격이었다면 흐흐흐 아마 집에 대놓고 마셨겠다. 

이런 와중에 인도네시아 헤리티지에서 이번 문화탐방을 에퀼 탄산수 제조 공장(Bottling Plant)으로 간다하여, 에퀼 정도면 물공장도 자연환경이 끝내주는 곳에 있을 것 같고 또 1년중 가장 인기 있는 탐방이라 해서, 방학중인 5학년 딸 아이와 같이 갔다. 

아침 일찍 7시 집에서 출발, 찌부부르 스퀘어 휴게소 스타벅스에서 헤리티지 탐방원들과 접선, 가볍게 모닝커피를 마시고 각자 차로 이동하였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진 빼지 않으리라. 공장에서 모든걸 보고 듣는데 집중하리라 마음먹고 차 안에서는 말을 아끼고 에너지를 아꼈다. 막히는 요일을 알아서 피한 헤리티지 측의 선견으로 수까부미 시장의 길도 술술 빠져나갔다. 양 옆으로 보이는 것들이 그냥 그렇고 그런 흔한 뿐짝 부근의 낯익은 광경들이라 속으로 조금 기대를 접었다. 

아 이런 길들이 계속 펼쳐지면, 여기서 뭐 갑자기 서프라이즈할 만한 것이 나올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런 기대는 접어두시고!!!! 인도네시아에서 좀 살아본 사람들이라면 무엇을 하든, 어떤 것을 공부하든, 누구를 만나든, 이제는 웬만한 기대는 적당히 접어두고 시작하는 것이 여기서 살아가는 자기 자신에 대한 배려이며 안전막이라는 것을 본의가 아니더라도 받아들이게 된다. 

▲ 빌라 드 에퀼 (본관) 전경 

휴게소에서 2시간이 못되어 도착한 서부자바 수까부미 지역에 있는 에퀼 탄산수 공장은 진짜 우와~ 이 곳에 이런 선한 것이!!! 라는 감탄을 절로 자아내게 한다. 유럽 로마제국풍의 하얀 아담한 건물(Villa D. Equilibrium)이 뒤에 살짝 멀리 살락산을 배경으로, 오른쪽으로는 사슴들을 풀어놓은 작은 농원, 왼쪽으로는 소나무들을 심어놓은 산책로 그리고 그 앞으로 자그마한 인공호수가 한 폭의 풍경화처럼 서로 어우러져 우리 탐방원들을 맞았다. 이런 곳에 이런 건물이?라는 반전의 좋은 첫인상은 에퀼 공장에 대한 호기심을 더 높여놓았다. 

▲ 헤리티지 회원들이 에퀼 월컴 드링크를 마시고 있다. 

에퀼 측에서 웰커밍 드링크로 내놓은 음료는 진짜 너무너무 훌륭했다. 별거 없었다. 내용물은 에퀼 스파클링 워터에 마르키삭 시럽을 섞은 게 전부였으나, 천장 높은 유럽풍 건물 안에서 와인잔에 받아 든 그 음료는 우리의 눈도 혀도 모두 만족시켜주었다. 건물 안은 동양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들을 인테리어와 그림 그리고 소품 등으로 근사하게 매치시켜 건물 안에 첫발을 디뎌놓는 어느 누구도 이질감을 느끼지 않게 이국적이면서도 익숙하게 만들어놓았다. 

그 안에 걸린 모든 그림들은 에퀼의 물을 주제로 한 것으로, 선한신과 악한신이 서로 싸우다 고대원시의 훌륭한 물을 먹고 자기 위치로 다시 돌아간 이야기들, 그리고 물 맑은 곳을 배경으로 한, 우리의 선녀와 나무꾼 동화와 비슷한 왕자와 일곱 선녀의 이야기들은 세상 어디를 가도 선과 악, 남녀를 소재로 한 이야기들은 비슷비슷하구나 하고 웃음짓게 만들었다. 

건물에서 나와 ‘헤리티지의 에퀼 방문을 환영합니다’라고 쓴 공장입구에 걸린 현수막으로 에퀼의 작은 배려를 볼 수 있었다. 호감가게 생긴 키 큰 싱가폴계 인도네시아 젊은 직원이 우리를 공장으로 안내했다. 공장입구에서 머리를 덮는 하얀 캡모자를 쓰고 그 직원을 따라 공장투어를 시작했다. 공장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에퀼의 모든 종류, 용량의 물들을 이 곳에서 동시에 생산해내는 것이 아니고 하루는 작은 병, 하루는 큰 병 이런 식으로 물을 생산해낸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공장 사이즈에 고개를 끄덕였다. 

에퀼 측 가이드는 사실 이 곳은 공장이 아니라며, 자기들은 이 곳에서 물을 생산해내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병 세척과 소독 작업들을 거쳐 바로 옆 수원지의 물을 이 곳에서 병에 담는 작업을 할 뿐이라며 그 곳 작업장을 소개했다. 작은 초록색 에퀼병들이 컨베이어에 나란히 줄지어 가며 소독과 살균과정을 거쳐 물이 병에 주입되고 주입 후에는 또 병의 외관과 물의 양을 검사하는 과정, 이 모든 것을 공장 내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보았다. 에퀼이 물을 담는 용기로 굳이 병을 고집하는 이유는, 아무리 좋은 최고의 플라스틱 용기라 하더라도 물맛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참고로 아쿠아는 수원지가 인도네시아 전역에 16곳이 있는데, 공장들이 모두 그 근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서 서로 물을 꿔주며 꿔가며 공장으로 배달, 그 곳에서 작업을 한다고 설명해주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마시는 물인 스틸워터와 에퀼의 미네랄워터가 무엇이 다른지도 알려주었다. WHO 산하기관인 CODEX에서 미네랄워터는 펌프로 뽑아내거나 강물 등을 정수한 것이 아니라, 저절로 솟아나는 천연수원지에서 나는 것으로써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바로 수원지 그 곳에서 보틀링(bottling 병에 담는)작업을 해야 한다고 지정했단다. 에비앙은 수원지로부터 용기에 담는 작업을 하는 곳까지 그 물을 이동시키는 배관의 길이가 엄청나게 길다며, 그 사이 물이 얼만큼 오염되는지는 보장할 수 없다며 에퀼 측 가이드가 개인 의견을 덧붙인다. 

스파클링 워터는 에퀼의 미네랄워터에 가스를 주입한 물로, 소화에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 소다수를 애용하는데, 소다수의 장기복용은 유방암 발병율에 영향을 미친다 하니 앞으로 많이많이 아껴 에퀼 스파클링 워터로 바꿔볼까 잠깐 고민한다. 

이렇게 병에 담긴 에퀼물은 바로 판매자에게 연결되지 않고 4일간 그대로 일단 작업장에 보관한단다. 왜? 미네랄워터 내에서 미생물이 자라고 활동하는 데까지 4일이 걸린단다. 그렇게 4일을 기다린 후, 무작위 샘플링을 통해 작업장 내에 있는 실험실에서 물의 오염도 여부를 측정한다. 

에퀼 설립자가 처음에 미네랄워터 생산을 하고자 투자를 받으려 할 때, 은행직원이 그랬단다. 물이 걍 물이지, 무슨 천연 미네랄워터냐, 인도네시아가 이렇게 더운데 미생물이 난리를 치지 않겠느냐 했단다. 

그런데 이 가이드의 설명을 빌리자면, 병 속에서 자체적으로 생긴 미생물이 나쁜 미생물을 잡아먹고, 또 그 미생물이 미생물을 잡아먹고 그런 순환을 통해 물이 나쁜 미생물에 의해 오염되거나 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단다. 우하하하 나는 미생물학자는 아니지만 그 먹히고 먹히는 미생물의 순환관계들이 넘 우스웠다. 

이 세상의 피조물도 서로 자체 정화하는 순환 기능이 있는데, 살다보면 인생에는 좋은 것이 나쁜 것들에게 먹히는 경우를 종종 본다. 자연 자체로는 악할 것이 없는데, 사람의 손과 생각을 타면서 자연도 사람도 망가지는구나… 선악과의 아담과 하와가 생각나네… 

▲ 에퀼 수원지에 있는 소녀상 

아참, 에퀼의 수원지도 바로 작업장 옆에 있어서 볼 수 있었다. 물이 진짜 퐁퐁퐁 솟아나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에퀼의 수원은 작업장 너머 저기 뒷동네의 살락산(Mt. Salak)에서 온 것으로, 오래된 나무의 나이를 탄소 테스트로 측정하듯이 물도 이산화규소로 알 수 있단다. 이 에퀼 물은 테스트 결과 150년 된 물이란다. 

살락산에서 비가 오면 빗물들이 그 곳의 초목들을 통해 필터링되어 그 산의 화산토양으로 침투하고, 150년을 거쳐 근처로 흘러 들어 그 곳의 지하 80m 아래로 거대한 대수층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푸하하하 내 나이가 얼만데 물은 더 오래된 150년 앤틱이래 ㅋㅋㅋ 

▲ 헤리티지 회원이 수원지 샘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시고 있다. 

하여간 그 수원지에 곱게 조성된 소녀상 밑에서 무릎 끓고 수면 쪽으로 고개를 숙여 물을 마시는 재밌는 장면들도 탐방원들 모두 연출해보고! 시간이 언제 이렇게 갔는지… 

헤리티지 측에서 준비한 비빔밥을 소나무숲 아래서 점심으로 맛있게 먹고 솔방울들을 딸 아이와 몇 알씩 주웠다. 여기가 워낙 무공해청정지역이라 솔방울도 아주 깨끗해서, 몇 개 주워가 집에서 끓여 마시면 훌륭한 차가 된다는 헤리티지 회장님의 센스 있는 말씀! 

점심 먹고 그 곳을 떠나오자니 나랑 딸아이, 아는 언니야 그리고 그 집 아들내미 하고만 온 것이 너무너무 아쉬웠다. 당일치기로 보고 오기에 마음도 눈도 훌륭한 곳이다. 구구절절 쓸 수 있는 글재주가 없는 게 넘 아쉽다. 

에퀼은 갈 때까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갈 때 한 사람당 거의 2리터 되는 미네랄워터와 760ml용량의 스파클링 워터를 우리에게 기념품으로 주었다. 유치원 다닐 때 농심 공장 갔다가 구디백 받아온 추억이 떠올라 살그머니 웃었다. 예고 없는 공짜 선물은 언제나 즐거운 것이여~

▲ 헤리티지 회원들이 리도호수에서 뗏목을 타고 있다. 

자! 이게 우리 오늘 탐방의 끝일까?!!! 에퀼에서 자카르타 방향 차로 10분 거리에 리도 호수가 있다. 미리 답사까지 다녀오신 헤리티지 팀에서 참 끝까지 탐방원들에게 쏠쏠한 재미와 탐방 일정에 대한 감동을 준다. 

리도호수에서 두 개의 뗏목에 10명씩 나눠 타고 유유자적 40분간 강 위를 떠다녔다. 바람도 불고 헤리티지 멤버 분위기도 좋고 졸지에 뗏목도 타보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흥분하고 어른은 어른대로 여유로워 보인다. 

한배에 탄 헤리티지 탐방원들이 강물이 더럽느니, 쓰레기를 버렸느니, 애들이 구걸행위를 한다니 등등의 인도네시아에 대한 일상적인 비난을 하지 않아서 배를 타고 있는 40분동안도 다행이다. 이 멤버들 참 좋다, 오늘 여행 참 따뜻하다라는 안식이 저절로 들었다. 

도와주지 않을 때에는, 도와줄 수 없을 때에는 가끔 이렇게 가만히 있는 것도 도와주는 방법인 것 같다. 비난은 아무것도 세울 수 없다.  호수의 한쪽 코너에서 가슴까지 닿는 물속에 들어가 양손에 바나나꾸러미가 호숫물에 닿지 않게 들고 기다렸다가 우리 배가 가까이 가자 배에 있는 우리에게 팔아달라는 이색적인 광경도 펼쳐졌다. 이제는 나도 인도네시아 제법 살아 더운 줄도 모르겠는데, 뗏목에서 내린 딸은 좀 더워한다. 

헤리티지 담당자들 짱 멋져요! 배에서 내려 모든 일정이 끝나고 이제 각자 집에 가면 되는데, 헤리티지 총무님이 차에서 아이스 박스를 가져오시더니 사람들에게 얼린 미니메이드 음료수를 하나씩 나눠주신다. 와… 이 여행 참 끝까지 따뜻하고 조오타…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 마음은 훈훈한 마음과 감동에 이미 물들어있었다. 고마워요 모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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