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詩鏡 - 시가 있는 목요일
안녕하세요. 박정자입니다.
낙지, 좋아하세요? 우리나라의 낙지는 아무래도 목포에 가야 별미를 느낄 수 있죠.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에 버무린 새콤달콤 초고추장을 찍어 나무젓가락에 둘둘 말아 먹는 세발낙지. 어떤 사람은 기겁하며 징그럽다고 잔인하다고 하는데요... 인삼 한 근에 버금간다고 허준 선생도 인정한 낙지를, 그렇다고 안 먹을 수는 없죠.
서해안 종착지 북항에서 낙지를 먹으며 살아남기 위한 치열함은 낙지의 세계보다, 사실은 사람의 세상이 더 심한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발낙지 / 박정자
쇠젓가락은 안 되지 미끄러운 것끼리는 소란이나 떨다 지치지 세발낙지를 먹으려면 나무젓가락에 머리를 단단히 끼워야하지 다리를 잡아채서 돌돌 말아야하지
입안에 밀어 넣으면 미어터지며 길길이 날뛰는 수라장이 따로 없지 마지막 한 점이라도 빠져나오려 뺨을 훑으며 뻗치지 들러붙지 입천장에 빨판을 박으면서 단단해지지
열 개의 다리를 한 개의 혀로 살살 달래보려 하지 그러나 씹고 꽉꽉 씹는 우악스러움 말고 다른 방법 없다는 걸 알게 되지 목에 걸리면 씹는 이빨에 힘주어 확실하게 짓이기지 오로지 빠져나갈 사투로 미끈하게 넘길 쾌감으로
낙지를 삼키며 왜 하필 너인가 왜 하필 나인가를 생각한다면 당신은 바보지 그건 화학방정식 보다 쉬운 공식이지 쫄깃하고 부드럽고 달콤한 이 순간만 생각하면 되지 죽여주는 맛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