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김길녀]잃어버린 당신을 만난 광장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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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녀]잃어버린 당신을 만난 광장의 하루

기사입력 2015.08.20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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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녀 시인이 만난 인도네시아]

잃어버린 당신을 만난 광장의 하루
  -자카르타(JAKARTA),카 프리 데이(Car free day)


빗속을 산책 하다가 누군가 
떨구고 간, 빨강 우산집이 묶인
키 작은 나무를 보았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따뜻함이 
느껴져서...
꽃밭 앞에서 한참을 서성인다.
우산집의 빨강이 꽃처럼 예쁘다.
그 누군가의 모습이 왕 꽃송이가
되어 폭우 속에서도 빛난다.
나도 저런 장면처럼, 그늘에서
누군가를 응원 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유쾌한 생각도 해 본다.

-일요일의 자카르타 시내......차 없는 시간

카 프리 데이는 아침 6시부터 11시다.
평일의 자카르타 시내는 
‘오토바이 반 자동차 반’이라는
조금은 슬픈 뉘앙스의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이 시간은 자동차도 오토바이도 없다.
더불어 매연과 경적 소리도 없다.
아주 가끔,
트랜스자카르타 버스만이 정해진 길로 간다.

자카르타에 살기 시작한지 1년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이 거리를 걷는다.
차창 밖으로 목 내밀어 보던
키 큰 동상과 거리의 풍경들...

풀잎과 분홍조개로 만든 여자 인형과
에드바르트 뭉크의 ‘절규’ 같은 흔적 화석이 박물관 
뒤뜰 지키고 있는 도시, 자카르타.

오래된 과거와 오래된 미래를 지금...
함께 볼 수 있는 인니의 수도.
수많은 종족과 그들만의 언어가 만들어낸
독특하고 신비로운 이야기들...
그 깊고도 푸른 사연은 낯선 나라의 
한 사람으로서...주목하고 싶은 기록들이다.


지금도 섬의 깊은 산 속에서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이 인공위성으로 처음
발견되기도 하는 나라.
나라를 잃어버렸던 삼백 오십년...아픈 
과거는,
또 다른 모습으로 그들만의 거울이 되어
내일로 가는 밝은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다.

스나얀 붕까르노 공원 앞 도로에서
걷기를 시작한다.
느리게 걷거나 가볍게 뛰고 있는 사람.
홀로이거나 함께인 사람들.
그들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여유가
도로 가운데에 잘 꾸며진 화단의 꽃들처럼
화사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거인 같은 인형복장을 한 온델 온델을
만나는 순간은, 카 프리 데이가 주는
색다른 즐거움이다.
중국계 남자와 인니 여자의 결혼에서 
생긴 버따위족의 상징이 된 온델온델.
특별한 장소에서만 볼 수 있는 그들의
모습은 가끔 보아도 친근함이 느껴진다.

차창 너머로 스치듯 보았던 수드리만 장군의 동상.
긴 코트 차림으로 강직한 모습을 한 장군이 
무언으로 전하는, 그의 조국애가 이국인의 
가슴에도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큰 빌딩의 유리창으로 구름 섞인 
하늘과 오래된 깜보자꽃 나무들 그림자가
스며들어 자연의 선물을 보여 주기도 한다.

-슬라맛 따당 (Selamat datang)

인니의 수도 자카르타의 중심이 
되는 광장 한 가운데...
소년과 소녀가 꽃다발을 든 채 이방인들을
반기는 모습의 키 큰 동상이 있다.
동상을 중심으로 분수가 켜져 있다.

수도를 대표하는 호텔과 몰 앞의 공터.
낯선 종족들의 이색적인 민속 공연이 
펼쳐지고 먹거리를 비롯한 잡다한 
눈요기 꺼리가 풍성하다.
분수대를 배경으로 눈길을 끄는 것 중의 
하나는, 무덤 안 시신의 복장을 한 여자 귀신이다.
그녀와의 기념 촬영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을 지켜보는 일도 일요일의 이 시간에만
느낄 수 있는 재미난 순간이다.

그 광장의 한가운데서
혼재된 듯 묘한 조화를 이루는 그들의 몸짓이 
전하는 눈빛과 노래를 들으며 시간 여행을 떠나 보시라.
새롭게 다가오는 인니의 매력 속으로
우리의 걸음은
오랫동안 광장을 서성이게 되리라.
답답하던 당신의 마음벽에 스며드는
따뜻한 위로의 바람을 느낄 수 있으리라.

광장의 한가운데서 느끼는 과거로의 여행...
그곳에선, 늘 누군가 웃어 주었던 기억이 있다.

늦잠을 포기하고 선택하는 일요일의 카 프리 데이.
건기의 땡볕 더위로 온몸이 땀에 젖어도,
늦잠을 못 잔 섭섭함을 훅~~날려
보낼 만큼... 그 길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뒷모습은 언제나 정겨웠다. 

마음을 잃고 길을 잃은 날이면 당신과 나를
만나기 위해 그곳으로 가보라. 
연애시절...
그 달콤하고 쌉싸름했던 시절의 우리가
하늘의 구름 풍경으로 다가 오리라.
일요일 아침의 광장 데이트에서
반복되는 일상의 권태로부터 새롭게 서로를
바라 볼 수 있는 선물 같은 순간이 
빨강 깜보자꽃으로 피어 반기리라. 

자카르타에 가게 되면 꼭, 일요일의 그 거리를
다시, 걷고 싶다.
그 거리를 걷다가 만나는
온델온델과 여자 귀신에게
그동안의 안부를 물으며 따뜻한 악수도 청하리라.
슬라맛 따당-Selamat datang
그들이 건네는 환영 인사에
이국의 여자는 환하게 웃게 되리라.


가끔은 시위대를 위한 공간이 되기도 하는 광장.
환영의 탑위에 서 있는 동상의 그들은
자카르타의 양지와 음지를 오랫동안 
지켜 보고 있으리라.


빠르게 달리는 기차의 마음만 바쁜 휴가의 마지막 날.
두고 온 사람들과 떠나온 사람들...사이의
맑은 그리움이 모시 가리개가 되어 
차창에서 흔들린다.
정원사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들판의 꽃밭에서
거닐던 며칠......
격식이란 틀을 벗어버린 발바닥이 들꽃처럼 가벼웠다.
제멋대로인 듯 보이지만,
자유롭게 제 자리를 차지한 그들만의 질서가 고왔다.
사람살이도 저들의 질서처럼
자연스럽게 지켜진다면, 그 또한 정겹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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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경계를 지우는 사이

나풀나풀

햇살 걸음

날아와

활짝

꽃, 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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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녀
 김길녀 시인은 강원도 삼척 출생으로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다. 1990년 <시와비평>으로 등단. 시집으로 <푸른 징조>, <키 작은 나무의 변명>등이 있다. 제13회 한국해양문학상(시)을 수상했다. 문학잡지를 만들며 에디터와 문화기획자로, 라디오방송 등등의 일로 한 시절을 보냈다. 긴 휴가를 받아 여행자로 인니의 자카르타에서 살기도 했다. 고요와 음악과 커피만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기꺼이 즐기며 지낸다. 우두커니 있는 걸 좋아한다. 느낌이 좋으면 살짝, 미치는 성향이 있다. 지금은 인도네시아에 깊이 빠져서, 그때의 느낌으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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