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詩鏡 - 희망의 거처 / 이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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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鏡 - 희망의 거처 / 이정록

기사입력 2015.09.1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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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詩鏡 - 시가 있는 목요일

안녕하세요. 박정자입니다.  

가도 가도 온통 숯검정이었습니다. 강원도 고성에 큰 산불이 난 직후 그곳을 지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 다시 가보니 잿더미 속에서 푸른 잎이 자라고 있더군요. 놀랍고 반가웠습니다... 

비 내리지 않는, 심한 건기를 앓고 있는 인도네시아가 산불에 타고 있습니다. 비를 기다립니다. 비만 내려주면, 나무들은 자신의 상처에서 더 단단한 생명의 뿌리를 뻗어 다시, 새롭게, 희망의 거처를 마련할 텐데... 애타게 비를 기다립니다. 




희망의 거처 / 이정록

옥수숫대는 
땅바닥에서 서너 마디까지 
뿌리를 내딛는다 
땅에 닿지 못할 헛발일지라도 
길게 발가락을 들이민다 

허방으로 내딛는 저 곁뿌리처럼 
마디마디 맨발의 근성을 키우는 것이다 
목울대까지 울컥울컥 
부젓가락 같은 뿌리를 내미는 것이다 

옥수수밭 두둑의 
저 버드나무는, 또한 
제 흠집에서 뿌리를 내려 제 흠집에 박는다 
상처의 지붕에서 상처의 주춧돌로 
스스로 기둥을 세운다 

생이란, 
자신의 상처에서 자신의 버팀목을 
꺼내는 것이라고 
버드나무와 옥수수 
푸른 이파리들 눈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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