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詩鏡 - 호박오가리 / 복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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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鏡 - 호박오가리 / 복효근

기사입력 2015.10.0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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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詩鏡 - 시가 있는 목요일

안녕하세요. 박정자입니다.  

지난 해 어머니가 정성스레 싸주신 마른 나물이 집에 돌아오면 곧 잊혀져서 벌레똥 수북하게 내려앉은 것을 본 적이 있으신지요. 마음 한 쪽이 아리면서 봉지 속 마른 나물처럼 잊고 지내던 부모님이 그립고 죄송하던 그런 기억...

복효근 시인은 그런 호박오가리를 버리지 않고 들큰하고 보드랍게 볶아서 어머니와 나누어 먹겠다고 하네요. 그러면 어머니는 다시 호박오가리를 만들기 위해 돌아가시지 않을 거라고... 믿음과 소망과 사랑,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봅니다... 





호박오가리 / 복효근
 
여든일곱 그러니까 작년에
어머니가 삐져 말려주신 호박고지
비닐봉지에 넣어 매달아놨더니
벌레가 반 넘게 먹었다
벌레 똥 수북하고
나방이 벌써 분분하다
벌레가 남긴 그것을
물에 불려 조물조물 낱낱이 씻어
들깻물 받아 다진 마늘 넣고
짜글짜글 졸였다
꼬소롬하고 들큰하고 보드라운 이것을
맛있게 먹고
어머니께도 갖다 드리자
그러면 
벌레랑 나눠 먹은 것도 칭찬하시며
안 버리고 먹었다고 대견해하시며
내년에도 또 호박고지 만들어주시려
안 돌아가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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