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가종수 강연 후기: 돌에 새긴 고대역사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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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종수 강연 후기: 돌에 새긴 고대역사의 흔적

기사입력 2015.10.09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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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문예총과 헤리티지 코리안 섹션초청 강연회 가종수 교수인도네시아 거석문화 감상문

글: 이수진(헤리티지 코리안 섹션 회장) 

▲ 가종수 교수가 강의를 하고 있다. 

주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 후원으로 한인 문예총과 헤리티지가 주최한 2015년 명사 초청 강연회는 가종수 교수님이 직접 하신 영어 강좌(9월18일)와 한국어 강좌(9월19일)로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었다. 이번 강좌는 문화적 지식이 척박한 자카르타 사회에 단비와 같은 좋은 역할을 해주었다. 이 글은 이번 두 차례 강의 발표 문안을 바탕으로 필자가 편집한 것이다.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문화적 연관성이 가장 많은 동남아시아 그 중에서도 인도네시아는 찬란한 고대 문화를 지닌 나라로서 한국과 교류 관계가 가장 깊다.

역사를 알려주는 좋은 증거물들이 거석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내용이든 돌에 새겨 놓으면 변치 않고 쉽게 사라지지 않으며 오래 간다. 인도네시아 역사상 중요한 돌이나 비석이 이러한 고대 왕조의 흥망성쇠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가종수 교수는 올바른 역사 연구 방법에 대해 "문헌 자료나 미술사 고고학 등의 사료(Evidence)를 근거와 바탕으로 과거를 연구하는데 자료 수집과 검토를 한 후 현지 조사를 통해 사원과 유적을 살펴보고 나서 역사학의 요소 즉,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했는지 밝혀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인도네시아 고대 역사를 잠시 살펴보면, 1~2세기경 인도 무역상을 통해 힌두교와 불교가 인도네시아로 들어와 16세기까지 계속하여 혼합된 양상을 띄는 복합문화(Syncretism) 현상을 보이고 있다. 기원 후 4세기경에 깔리만딴의 꾸따이 왕조가 융성했고, 5세기 경에 자카르타와 보고르 지역에 따루마느가라 왕조가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유파 비석과 몇 가지 중요한 비문들이 이 시대를 잘 표현해주고 있는데 이러한 왕조들은 힌두교를 신봉하였다.

7세기에서 12세기까지 말레이반도까지 뻗은 스리위자야는 수마트라 빨렘방 지역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를 제패하는 인도네시아 최초 해상 대제국이다. 이 해상 제국의 영토에는 말레이 반도가 포함되며 참파라고 불리운 베트남이나 캄보디아에도 해상 기지가 건설되었다. 불교를 신봉했던 스리위자야는 "영광스런 승리"라는 뜻을 지닌다. 

거의 비슷한 시기인 8세기에 중부 자바 족자카르타 근처에 있었던 사일렌드라 불교왕국은 보로부두르를 건설하였고 비슷한 시기에 산자야 힌두왕국은 프람바난 사원을 지었다. 

이러한 문화 유산들은 세계 3대 불교 유적으로 손꼽히며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불교사원이나 미안마의 바간 사원보다 훨씬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고대 왕국들의 발전 과정에서 나타난 조상숭배와 미작 문화의 발달은 아시아 다른 국가들과 비슷하다.

거석문화의 좋은 예는 동남아시아의 선사시대 암채화인데 이는 산 정상에 있는 거대한 바위 그늘에 그려져 있고 동부 인도네시아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플로레스 섬의 리앙 부아 동굴에서는 구석기시대 유적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뇌용량이 일반인보다 훨씬 적은 호빗의 두개골이 발견된 곳이다.

구석기시대의 손 그림은 술라웨시섬의 모라스 동굴 벽에서 발견되었고 발리에서도 신석기 시대 무덤 등 거석이 발견된 바 있다. 

인도네시아의 거석문화는 수마트라의 마세마 고원, 숨바섬 , 플로레스 섬  베나족 마을, 동부 자바  본도워소 등 대체로 고르게 각 섬마다 분포되어 있다. 인도네시아 거석문화는 약 4000년 전부터 동남아시아와 태평양의 많은 섬에 확산되었으며, 공통적인 문화는 조상 숭배 사상이며 거석유구의 축조에 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는 영국의 스톤헨지 또는 이집트 기자 지구의 피라미드, 스핑크스 등이 대표적인 거석의 예가 된다. 바닷가에 한줄로 서있는 큰 모자를 눌러 쓴 모아이도 독특한 모습의 거석이라 할 수 있고, 한국에 4000여 개나 되는 고인돌도 거석이다. 고창의 고인돌 사진을 보면 한국의 전형적인 고인돌 모양을 알 수 있다. 일본에도 석관묘가 종종 발견된다

거석문화를 토대볼 때 거대한 산과 바위는 조상신에게 다산과 풍작을 기원할 때 숭배의 대상이 되었고 전통 신앙을 근거로 성 혹은 성기를 통한 자손 번영을 기원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산과 함께 거대한 바위 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솟아오르는 물은 용천수나 분화구의 호수로서 숭배의 대상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거석 문화는 조상숭배와 관련하는 무덤이나 기념물에 연관되어 있으며 고인돌이나 석관묘 선돌 등에 관련된 문화를 의미한다.

숨바섬에서 직조로 만드는 "이깟" 천으로 된 의례용 왕비의 옷 문양은 고인돌 위에 헤드헌팅을 통해 얻은 두개골이 여러 개 놓여 있고, 무덤 앞에 기도하는 사람이 있어서 왕자가 태어나기를 간절히 비는 마음이 잘 묘사되어 있어 당시 독특한 거석문화를 잘 보여준다. 지상 최후의 지석묘 사회인 숨바섬은 아직도 거대한 돌을 세워 무덤을 만들고 있어서 거석문화가 살아있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옛날에는 나무 끌게로 큰 바위를 이동했으나 요즘엔 포크레인을 사용한다.

현재 일본의 슈지츠대학교 대학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가종수 교수는 현재 동남아 캄보디아와 라오스에서 유적 발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 공동 저서 "동인도네시아의 거석문화와 건축"을 집필했다. 지난 1990년경부터 가종수 교수는 30년 가까이 인도네시아에 수십 차례 방문을 하며 거대한 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마다 않고 달려 가서 사진을 찍고 연구해왔다. 

플로레스 섬의 거석을 보러 가면서 끼니를 제대로 먹지 못하고 숙소에서 이불도 없이 잠을 청하며 고생한 적도 많이 있다. 지금부터 25년 전에 숨바섬의 지석묘 만드는 과정을 사진을 찍었으니 긴 세월 동안 얼마나 인도네시아 구석 구석을 다니셨는지 짐작이 갈 만하다. 지금은 길이 더 넓혀졌고 교통도 휠씬 편해졌으나 그때는 너무 열악한 환경과 조건이었다. 그 당시 연구를 한다 해도 차량과 숙식이 난제였으니 힘든 여정임에 틀림없었다.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상황이 나빴으리라 본다.

한국어 강연 때 보로부드르 벽면에 새겨있는 부조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마야부인이 석가를 잉태하여 태자를 낳고 태자가 궁밖에 있는 고달픈 삶을 사는 중생을 만나는 이야기 등의 스토리가 한 장면씩 보여졌다.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니 벽면의 부조 하나 하나마다 너무나 자세한 이야기가 들어있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보로부드르 벽면 부조는 전체적으로 석가의 일대기 뿐만 아니라 불전도(佛傳圖), 선재동자 순례기, 석가의 전생이야기 자카나와, 불자의 전생이야기 아바다나 등 인도의 불교 설화를 주제로 한다. 

가종수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부조를 새긴 사람은 자바 사람으로 부조자체가 자바 섬의 토착문화를 문화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보로부드르에 새겨져 있는 배는 인도네시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웃 리가 카누이다. 이는 오스트로네시아족이 대부분인 인도네시아 고유의 것이고, 보로부드르에 나온 고상 가옥 건축도 자바적인 표현이다" 라고 한다.

이외에도 "보로부두르는 인도의 불탑 혹은 사원과는 전혀 다른 구축물이다. 자연의 언덕 위에 흙을 성토하여 산을 만들어, 그 표면에 석재로 치장한 피라미드형의 구축물이다. 보로부두르를 단지 인도의 불교 영향이라고 하기에는 복잡하고 다양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불교 미술의 원류인 인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인 구조를 하고 있다. 보로부두르와 같은 형태의 스투파는 인도문화권에서 볼 수 없다. 보로부드르가 불탑이라고 한다면 인도에도 없는 불탑이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 자바에 전래한 것일까"가종수 교수의 설명이다. 이처럼 보로부드르가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이유를 명확히 제시해주는 말들에 고개가 숙여졌다. 
이번 강연회를 통해, 필자는 인도네시아 문화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더 많은 후학이 생겨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 이수진 헤리티지 코리안섹션 회장이 강연을 마친 후 가종수 교수에게 꽃다발을 드리고 있다. 

가종수 교수 프로필

1958년 생
1993년 3월 동지사대학 대학원 문학연구과 문화사학박사과정수료
현재 일본 슈지츠(就実)대학교수로 재직 중

<주요 학회 및 사회활동>
일본 슈지츠대학 국제교류센터 센터장(~2011년 3월), 태국 탐마삿대학 객원교수 역임, 한국문화재재단 연구위원
1988년부터 현재까지 일본문화사학회, 일본환태평양학회 이사, 일본민족예술학회, 일본비교문화학회, 한국일본문화학회이사, 오카야마현인권교육 추진위원, 오카야마아시아 국제센터센터장, 계간 한국의 고고학 편집위원, 한국고대학회, 한국동남아학회

<저서>
“한국전통문화론”(가종수편저, 대학교육출판사, 2008년, 일본어)
“Island of Gods”(가종수 저, 대학교육출판사, 2009년, 일본어)
“지금도 살아있는 지석묘 사회 숨바섬”(가종수 편저, 북코리아, 2009년)
“공생사회를 향해서-재일한인사회”(가종수•이광규 편저, 대학교육출판사, 2010년, 일본어)
“신들의 섬 발리”(가종수저, 북코리아, 2010년)
“한국 석상의 원류를 찾아서” (가종수•기무라시게노부 편저, 북코리아, 2010년) 2011년 우수학술도서선정
“자바의 사원과 유적”(가종수 저, 주류성 출판사, 2012년)
“보로부두르-찬란한 불교 미술의 세계” (가종수 저, 북코리아, 2013년)
“라오스홍낭시다 유적의 역사와 민속” (가종수 저, 한국문화재보호재단, 2014년)
“동인도네시아의 거석과 건축문화” (가종수편 저, 북코리아,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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