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정자입니다.
제가 사는 이곳 땅그랑한인회 문화원은 취미와 학습에 관련된 문화강좌를 열어서 외국에 사는 어려움과 외로움을 덜어주고 있습니다. 그곳에 가면 나이에 상관없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 생기 넘치는 모습들을 만납니다. 가을산이나 저녁해보다 아름답게 채색된 오래된 꿈을 만납니다.
하루로 말하자면 저녁 무렵의 나이, 이렇게 저렇게 접다보니 껌딱지만큼 작아진 몸에 공룡시대에 떨어진 사과 씨 하나 숨 쉬고 있음을 봅니다. 우리는 그 오래된 꿈을 새로운 꿈으로 피워 낼 시간이 있다는 것에 고마워합니다.
색에 빠지다 / 박정자
접고 접고 접다보니 껌딱지처럼 작아진,
길들이 창 아래서 어두워지는 저녁
때마침 사과나무 속살을 돌아 나오는
빛의 붉고 노란 화살에 찔리다
화살, 그저 따뜻하고 한 동이 물처럼
성급하지 않았으나 깊게 발목까지 내려가
몸을 흔들면서 뿌리부터 색을 올리다
안경을 쓰고도 자꾸
어두워지는 길에서 색이라니
그것은 공룡시대에 떨어진 사과 한 알
그것일까 그것이 움트는 것일까
껌딱지처럼 작아지고 어스름한 저녁
씨 안의 사과들이 이제야 몸 푸는 소리
화살 찔린 자리에 돋는 붉고 노란,
색에 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