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시경詩鏡 - 시가 있는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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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詩鏡 - 시가 있는 목요일

기사입력 2015.10.22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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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정자입니다.

제가 사는 이곳 땅그랑한인회 문화원은 취미와 학습에 관련된 문화강좌를 열어서 외국에 사는 어려움과 외로움을 덜어주고 있습니다. 그곳에 가면 나이에 상관없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 생기 넘치는 모습들을 만납니다. 가을산이나 저녁해보다 아름답게 채색된 오래된 꿈을 만납니다.

하루로 말하자면 저녁 무렵의 나이, 이렇게 저렇게 접다보니 껌딱지만큼 작아진 몸에 공룡시대에 떨어진 사과 씨 하나 숨 쉬고 있음을 봅니다. 우리는 그 오래된 꿈을 새로운 꿈으로 피워 낼 시간이 있다는 것에 고마워합니다. 



색에 빠지다 / 박정자

접고 접고 접다보니 껌딱지처럼 작아진,
길들이 창 아래서 어두워지는 저녁

때마침 사과나무 속살을 돌아 나오는 
빛의 붉고 노란 화살에 찔리다

화살, 그저 따뜻하고 한 동이 물처럼
성급하지 않았으나 깊게 발목까지 내려가
몸을 흔들면서 뿌리부터 색을 올리다

안경을 쓰고도 자꾸
어두워지는 길에서 색이라니
그것은 공룡시대에 떨어진 사과 한 알

그것일까 그것이 움트는 것일까
껌딱지처럼 작아지고 어스름한 저녁

씨 안의 사과들이 이제야 몸 푸는 소리
화살 찔린 자리에 돋는 붉고 노란,
색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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