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시경 - 참깨를 털면서 / 김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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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 - 참깨를 털면서 / 김준태

기사입력 2015.11.1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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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詩鏡 - 시가 있는 목요일

안녕하세요. 박정자입니다.

젊은 시인이 고향집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터는군요. 젊은 나는 쾌감마저 느끼며 한 번에 힘주어 내리치고,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하면서...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군요. 도깨비방망이처럼 한 번 내리치면 무엇이든 쏴아쏴아 쏟아질 것만 같은 젊은 꿈과, 모가지가 떨어지면 일을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할머니의 지혜가 산그늘 내리는 밭귀퉁이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는군요.

‘젊은 나’를 나무랄 수는 없겠지요. 성급하고 자신감 넘치는 것이 젊음의 특권이니까요. 살면서 알게 될 테니까요. 사는 일이 죄다 농사라는 것을 알게 되면 그들도 어느덧 중년이 넘어있을 테니까요.





참깨를 털면서 / 김준태

산그늘 내린 밭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
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
한 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 한다
세상사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
참깨를 털어 대는 일엔 희한하게 있는 것 같다
한 번을 내리쳐도 셀 수 없이
솨아솨아 쏟아지는 무수한 흰알맹이들 
도시에서 십 년을 가차이 살아본 나로선 
기가 막히게 신나는 일인지라
휘파람을 불어가며 몇 다발이고 연이어 털어댄다 
사람도 아무 곳에나 한 번만 기분 좋게 내리치면
참깨처럼 솨아솨아 쏟아지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정신없이 털다가
〈아가, 모가지까지 털어져선 안 되느니라〉
할머니의 가엾어 하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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