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詩鏡 - 시가 있는 목요일
안녕하세요. 박정자입니다.
길 끝에 이르렀다는 안도감 때문일까요. 떠나보낸 것들에게 웃으며 손 흔들 여유가 생기는 것 말이죠. 이렇게 우리는 2015의 길 끝에 섰습니다. 온몸으로 달려온 자신에게 고맙다고 다 괜찮다고, 힘내자고 다독이는 길의 끝에서 정겨운 울림이 담긴 시를 읽습니다.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는 시의 행간에 내 마음의 글을 덧붙여봅니다. 세상의 모든 길은 새로운 길로 연결되어 있음, 빛은 어둠 안에 있음, 그런 아름다운 믿음 있기에 우리는 지치지 않고 길을 걸을 수 있음, 그렇게 적어봅니다.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 문정희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시간의 재가 되기 위해서 타오르기 때문이다
아침보다는 귀가하는 새들의 모습이 더 정겹고
강물 위에 저무는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것도
이제 하루해가 끝났기 때문이다
사람도 올 때보다
떠날 때가 더 아름답다
마지막 옷깃을 여미며 남은 자를 위해서 슬퍼하거나
이별하는 나를 위해 울지 마라
세상에 뿌리 하나 내려두고 사는 일이라면
먼 이별 앞에 두고
타오르지 않는 것이 어디 있겠느냐
이 추운 겨울 아침
아궁이를 태우는 겨울소나무 가지 하나가
꽃보다 아름다운 것도
바로 그런 까닭이 아니겠느냐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어둠도 제 살을 씻고 빛을 여는 아픔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