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신흥국 중심의10개국 아세안공동체 순항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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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중심의10개국 아세안공동체 순항할까

기사입력 2016.01.1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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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공동체 출범, 한국에도 성장동력 될 것”
보호주의 여전, 회원국간 경제 격차 커 불균형 심화 우려도… 실질 통합 갈 길 멀어

글: 신성철 데일리인도네시아 대표

아시아판 유럽연합(EU)을 지향하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공동체가 지난해 12월 31일 공식 출범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아세안공동체의 출범이 상징적, 선언적 성격이 강해 실질적인 통합에는 상당한 시간과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 공동체가 출범한다고 해서 곧바로 눈에 띄는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회원국들이 그동안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등 부문별 통합에 필요한 조치를 이행했다고 밝혔지만 단일화된 법적, 제도적 틀을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어떤 조치를 취했고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펴며 어떻게 제도를 개선할지 구체적인 정보도 공개돼 있지 않다. 우리 기업들은 아세안경제공동체(AEC)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AEC 활용을 위한 구체적 역내 관세 인하·철폐 수준과 계획, 사회기반시설 건설 계획 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아세안공동체 출범은 1967년 지역협력을 모색하기 위해 창설된 지 48년 만에, 2003년 아세안공동체 설립 추진에 합의한 지 12년 만이다.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10개국으로 구성된 아세안공동체는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등 3개 축으로 이뤄져 있고, 이들을 통합한 아세안공동체는 지역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더 나아가 지역의 공동번영에 기여할 것이다. 아세안 통합의 핵심은 단일 경제권을 표방하는 AEC의 등장이다. 

▲ 박근혜 대통령과 아세안 정상들이 지난해 12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1세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응우옌떤중 베트남 총리,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 통싱 탐마봉 라오스 총리, 조꼬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훈 센 캄보디아 총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4년 기준, 아세안 총 인구는 6억3천만 명으로 세계 3위, 총 국내총생산(GDP)이 2조7천억 달러, 1인당 GDP 4천 달러로 세계 7위 경제권이며 평균 연령이 29세로 젊고 중산층이 증가하는 점 등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가늠할 수 있다. AEC 출범으로 아세안은 전자와 자동차 등 다양한 제조업의 단일 생산기지이자 식품, 전자제품, 의료용품, 건강용품 등의 거대한 단일 소비시장이 될 전망이다. 또 실질적인 통합을 위한 육상·해상 인프라 개발과 산업 현대화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의 참여 기회도 많아지게 된다. 

AEC는 단일 시장과 생산기반 구축, 경쟁력 있는 경제블록, 균형 있는 경제 발전, 세계 경제와의 통합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런 목표 아래 아세안은 상품, 서비스, 투자, 자본, 숙련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기 위한 역내 교역·교류 장벽을 없애는 작업을 해왔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민감 품목을 제외한 역내 평균 관세율을 사실상 0% 가까운 수준으로 낮췄다. 단일 시장을 통해 각국의 장점을 융합,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글로벌 위상을 높이자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연간 총 1억8천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베트남 휴대전화 공장 2개를 아세안은 물론 세계시장을 위한 공급기지로 삼아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중국, 헝가리 등에 흩어져 있는 휴대전화 생산공장을 베트남으로 통합할 계획을 세우는 등 외국 기업들의 잇따른 발길로 아세안이 중국의 '세계의 공장' 지위를 넘보고 있다. 외국 기업들이 아세안 회원국들에 부품 공급 사슬을 구축해 단일 생산기지로 활용하는 역내 분업화의 활성화도 예상된다.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인도네시아가 공동 생산하는 인도네시아의 국민차 '끼장'(Kijang)이 대표 사례다. 엔진은 인도네시아에서, 몸체는 태국에서, 변속기는 필리핀에서 각각 만들어 조립한 완성차를 인도네시아와 일본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레 르엉 밍 아세안 사무총장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공동체 출범은 40여년에 걸쳐 회원국들이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의 평화, 안정, 안보를 유지하고 역내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쌓아온 노력의 결정체”라고 아세안공동체 출범의 의미를 설명했다. "시작은 작았지만 모든 회원국들이 결집된 의지와 신뢰를 통해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분야에 책임감을 가진 공동체를 건설하는 결실을 보게 됐다"고 밝혔다. 밍 총장은 이어 실질적인 통합을 위한 육상·해상 인프라 개발과 산업 현대화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에도 참여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세안 공동체 출범은 세계 경제와 정치·안보 지형에서 동남아 국가들의 입지를 다지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 회원국 상당수가 저개발국으로 안보와 경제가 취약하고 일부는 정치마저 불안한 상황에서 10개 회원국을 통합, 성장을 극대화하고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안보와 안정을 확보할 수 있는 공동 전선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공동체라는 이름을 내세웠지만 여전히 협력체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세안공동체가 출범했지만 회원국 간 제도적, 문화적 이질성은 물론 경제 격차가 크고 자국 산업 피해를 막기 위한 비관세 장벽 등 보호무역주의가 여전해 실질적인 경제 통합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아세안 정상들은 역내 통합의 동력을 유지하도록 앞으로 10년간의 실행 구상을 담은 '아세안공동체 비전 2025'를 채택했다.

EU와 비교하면 명확히 드러난다. EU는 회원국들의 조약으로 출범해 각료이사회와 유럽의회, 유럽중앙은행 등 통합의 구심점과 운영 기구를 두고 있다. 단일 통화도 쓰고 있다. 반면 아세안공동체는 이런 것 없이 회원국들의 합의로만 이뤄졌다. 단일 통화를 도입할 계획도 없다. 외교장관 회의를 비롯한 각 분야 장관급 회의, 정상회의 등을 통해 현안을 논의하고 이견을 조절, 공동 정책을 수립·시행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강제력과 신속한 정책 집행, 현안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 재난, 부패에 대해서는 각국이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공동 대응을 강화한다는 정도다. 

아세안이 경제 통합과 구조 개혁을 제대로 하면 2030년까지 연평균 6.4%의 고성장을 하며 GDP를 지금의 2배가 넘는 6조6천억 달러로 불릴 수 있다는 것이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전망이지만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역내 관세의 인하·폐지에도 보호주의 무역의 대표적인 방식인 각종 검사와 규제 등 비관세 장벽이 여전히 견고하다. 역내 노동인력의 자유로운 이동도 숙련 이동으로 제한돼 있다. 정부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 확보도 과제다.

아세안 내 전반적인 교육 수준이 낮아 생산성이 떨어지고 도로, 전기 등 인프라가 부족한 것은 외국 기업들의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이다. 아세안 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이나 최근 임금이 상승하고, 노동 규제도 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저임금의 매력도 차츰 약해지고 있다. 단일 시장을 표방하고 있으나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브루나이 등 선발 6개국에서만 상품에 대해 제로 관세가 실현됐을 뿐 나머지 국가들에는 관세가 남아있다. 비관세 장벽은 아세안 전반에 걸쳐 아직 높은 편이며 서비스, 투자의 자유로운 이동도 달성되지 않고 있다.

회원국 간 경제력 격차가 크고 대부분 신흥 개발도상국으로 서로 경쟁 관계에 있는 점도 실질적인 통합의 장애 요인으로 꼽힌다. 오히려 무역 불균형이 심화하고 경제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컨대 1인당 GDP가 싱가포르는 5만6천달러, 미얀마가 1천200달러로 46배 차이난다. 사회기반시설 수준도 마찬가지다. 아세안공동체 회원국들의 역내 교역 비중이 약 24%로, EU의 약 60%보다 작아 공동체 출범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교류 확대를 위한 회원국 간 자유로운 인력 이동 역시 의료, 회계 등 일부 전문직 종사자로 제한하는 등 사회 통합의 장벽도 여전하다.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사태를 놓고 회원국 간의 갈등을 표출한 데서 보듯이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을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도 안고 있다.

2014년 한국과 아세안의 교역액은 1천380억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아세안은 중국에 이어 한국의 제2위 교역 상대국이다. 또 아세안은 한국의 제2위 투자 대상국이다. 작년 투자액은 신고액 기준 50억 달러로 미국(91억 달러) 다음으로 많다. 

아세안의 몸값이 높아지면서 한·중·일의 경쟁 또한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등 아세안 5개국의 10대 수입 품목 가운데 9개 품목에서 한·중·일이 겹치고 중국이 아세안 내 화교세력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어 3국간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세안 내 일부 국가에서 시장경제 체제와 민주주의가 정착하지 못해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거나 정치, 사회 불안이 조성되는 등 정치적, 제도적 위험이 적지 않은 것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참고: 연합뉴스·대외경제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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