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詩鏡 - 시가 있는 목요일
안녕하세요. 박정자입니다.
무엇을 먹을까, 어떤 옷을 입을까...... 그렇게 우리의 일상은 무언가를 선택하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선택에는 사소한 것도 있고 삶의 방향을 바꿀만한 큰 사건도 있어서 때론 오래 고민에 빠뜨리지요.
선택이 어려울 때, 어떤 사람은 버리기를 먼저 한다고 합니다. 하나씩 지워가다가 마지막에 남은 것을 선택하면 좀 쉽다구요. 그러고 보니 선택과 포기는 같은 말이었네요.
오늘도 이런저런 선택의 기로에 서시게 된다면 너무 오래 고민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섣불리 선택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지만, 후회할 일이 생기더라도 자신의 결정이 최선이었다고 스스로를 인정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절벽 위 저 나무가 깊은 뜻을 전해주네요.
절벽 위 나무는 바다를 향해 45도 기울고 / 김종미
저 나무를 이해하지 못하겠어
바다로 뛰어내리려는 것인지
안간힘으로 버티는 것인지
긴 스커트 아래 뿌리를 이해하지 못하겠어
단단한 땅을 움켜쥔 것인지
뿌리치는 것인지
뽑혀 올라온 뿌리만큼 솟구쳐 올라온
얼굴 붉은 흙을 이해하지 못하겠어
잡아끄는 것인지
쫓아내는 것인지
저 나무는 내게 하얀 백지를 나누어 주네
오답이 정답이고
정답이 오답인 시험을 치르게 하네
웃는지 우는지 도저히 모를 표정을 짓는다면
그건 얼굴의 극점일거야
저 나무는 감정의 극지에 살고 있네
사투와 체념 사이
숨넘어가는 짐승 한 마리 발톱을 긁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