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반도의 한국인 군도의 인도네시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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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의 한국인 군도의 인도네시아인

기사입력 2016.03.0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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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성철 데일리인도네시아 대표

 한 나라의 국민성을 알아가는 과정은 일종의 퍼즐 맞추기에 비유된다. 국민성은 기후와 오랜 역사를 통한 주변환경 등에 영향을 받아 의식구조와 행동양식 더 나아가 외모로 나타난다. 한국사람과 인도네시아사람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근면하고 정이 많은 한국사람과 느긋하고 인내하는 인도네시아사람.” 여러 단어로 표현한다면, 한국인은 ‘극단 과격 성급 배타 능동 근면 화끈 명석 집념’ 등으로, 인도네시아인은 ‘표리부동 수동 온순 침착 친절 인내 개방’ 등으로 대비된다.
 
 지정학적으로 중국 대륙의 동쪽 끝에 비교적 작은 지역인 한반도에 자리잡은 우리 민족은 중국, 몽골, 만주족, 일본 등 강대국에 둘러싸여 5천년 동안 3천번 이상의 크고 작은 침략전쟁을 겪으며 민족의 얼과 맥을 이어가고 있다. 1년을 4계절과 24절기로 나누어 근면하게 일하며 농사를 짓고 전통문화를 이어오며 살아왔다. 고려 중기이후 중국과 조공 관계를 맺고 중국을 상전으로 받드는 대신, 한반도 내의 자주와 형식상 독립을 보장 받았다. 중국과 교류가 빈번해지면 결국 소수인 한민족의 정체성이 사라지므로, 필요한 외교관계와 무역관계를 제외하고 폐쇄적으로 대외문호를 개방했다.


 우리와는 대비되는 바다라는 천혜의 방어막을 갖고 있는 섬나라인 인도네시아는 지정학적으로 외세로부터 안전해 전쟁의 고초를 겪지 않고 무역풍(계절풍)을 이용한 해상무역과 문화교류를 해 왔다. “인도네시아는 굶어 죽는 사람과 얼어 죽는 사람이 없다”라는 말처럼 힘든 노동을 하지 않고도 의식주가 해결되는 풍요로운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 섬나라 특유의 기질로 외래문화를 소화하여 인도네시아만의 독특한 문화를 가꾸어 왔다. 인도의 불교와 힌두 문화를 받아들여 만든 보로부두르 불교사원과 쁘람바난 힌두사원은 자바문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16세기 후추와 정향 등 금은 만큼 귀한 향신료를 찾아나선 유럽 열강들의 식민지 확보를 위한 각축장으로 전락하면서 빈곤과 궁핍에 빠졌다.

 광활한 영토를 통치한 대륙국가인 중국뿐 아니라 이에 맞선 한국은 지방을 장악한 강력한 왕권을 기초로 한 국가체계를 이어왔다. 반면에 인도네시아 군도에는 영토가 기반이 아니라 인적관계로 이루어진 고대왕국인 스리위자야(7~12c)와 마자 빠힛(14~15c) 등이 있었으나 근대적 의미의 국가로 보기에는 국경과 통치라는 개념이 결여됐다. 섬나라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외적이 아니라 섬 안에서 자기들끼리 하는 싸움이다. 섬나라 특성상 전쟁이 나도 도망갈 곳이 없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군도에 수많은 왕국간 충돌은 장수들의 대결과 협박이나 설득으로 인명 손실을 최소화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들은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고 상대를 자극 하지 않고 평화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성향이 있다.

▲ 한국전쟁 중 폭파된 철교를 목숨을 걸고 건너는 피난민들. (사진 출처 : 위키나무)

 문화인류학자에 따르면 우리 민족은 사사로운 이해득실을 떠나 공통의 가치관을 중요시한다. 충 (忠), 효(孝), 인(仁), 의(義) 덕목을 바탕으로 정통성을 중시해 때로는 흑백 논리에 빠지기도 하지만 외적의 침입에서 자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끈질기게 저항하며 과격하고 극단적인 국민성을 갖게 되었다. 

 한 나라 사람의 언어습관을 살펴보면 민족성을 엿볼 수 있다. 한국인은 말할 때 수동태보다 능동태로, 에둘러 얘기하기보다는 직설법으로 말한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자신이 자동차를 팔거나 주택을 임대할 때 ‘dijual’‘disewakan’이라고 각각 수동태로 표현한다. 또 이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kurang tahu’ (잘 모르겠다) 'mungkin’ (아마도), ‘kira kira’(대략), ‘terserah’ (알아서 하세요) 등으로 애매한 표현을 해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대 놓고 묻는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에 수동태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 같지만 한국인에게 이런 표현은 답답하기 그지 없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사람의 특질에 대해 물으면 대표적인 단어가 “빨리빨리”(cepat cepat)다. 한국인의 근면함과 조급함이 함축적으로 드러난 말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cepat cepat’이란 말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자동차나 달리기 선수에게나 ‘빨리빨리’가 필요하지 평상시 ‘빨리빨리’ 할 일이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급할 때 빨리빨리 대신에 ‘cepatan’‘buruan’ ‘sedikit cepat’(서둘러) 이라고 표현한다. 자바어로 ‘Alon alon asal kelakon’ 인도네시아어로는 ‘Biar lambat asal selamat’이라는 말은 ‘늦어도 괜찮으니 제대로 하라’라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생활철학이다. 이들의 생활양식은 전통적인 주택을 짓는 방식에서도 볼 수 있다. 사람이 살 수 있을 정도로 골격과 지붕을 얹은 상태에서 거주한다. 집은 한 번에 완성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개선하면서 완성된다고 생각하는 의식구조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 롬복 섬 한 마을의 집 앞에 열린 빠빠야 열매. (데일리인도네시아 자료사진)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한국인의 정서인 정(情)은 한국인의 특징이자 장점이면서 단점으로 작용할 때도 있다. 정은 인간관계에서 공유 부분이 많을수록 더욱 끈끈하다. 정이 넘칠 때는 남의 사생활을 침범하기도 해 외국인들을 당혹스럽게까지 한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가까이 하지도 멀리하지도 않고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한국 사람의 넘치는 정은 부담스럽게 비춰질 수도 있다. 반면,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감정적인 표현의 절제로 우리의 특질인 화끈함을 찾아보기 힘들고 오랜 친구관계에서도 끈끈함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체로 한국인은 모호함과 표리부동을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에 반해 인도네시아인은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부정적인 감정은 숨겨 표리부동하게 보인다. 인도네시아 사람이 짓는 미소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미소 속에서 뉘앙스를 발견해야 한다. 인도네시아 사람의 미소 속에는 즐거움과 만족감 등 긍정의 의도 있지만 근심과 부끄러움 또는 거부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살면서 인도네시아에서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경험이 쌓일 수록 인도네시아인의 생각과 행동이 이해되고 인도네시아가 편하고 좋아진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상원격인 지역대표의회(DPD)의 이르만 구스만 의장이 서울에서 열리는 중견국 협의체인 MIKTA 국회의장 회의에 참석하기 전 인터뷰했을 때 이르만 의장이 ‘한국 사랑’에 대한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Tak kenal maka tak sayang”(상대방을 알아야 좋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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