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보이지 않는 손’ 인도네시아 이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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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손’ 인도네시아 이슬람

기사입력 2016.04.0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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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원.jpg▲ 자카르타 시내 중심에 위치한 이슬람 이스티클랄 대사원과 가톨릭 대성당이 마주보고 있다. 이 사진은 인도네시아의 종교적 관용을 대표적으로 상징한다. (사진출처: 포럼 MBB)
 


글: 신성철 데일리인도네시아 대표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우리 기업과 한인이 꼭 알아야 할 3가지는 인도네시아의 지정학적 위치와 이슬람, 화교 등을 꼽을 수 있다. 지난번 ‘반도의 한국인 군도의 인도네시아인’이라는 제목으로 지정학적 위치로 인도네시아를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인도네시아 연구단체인 ‘인도네시아포럼’ 3월 정기 모임에서 토론한 내용인 ‘인도네시아 이슬람과 정치’에 대해 탐구해 본다.

종교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종교는 한 국가의 가치관의 기준을 결정하는 최고의 정신적 장치로 하나의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구심력을 지니게 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국가가 아니다. 인도네시아는 민주주의 세속국가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손’ 이슬람이 인도네시아 사회를 움직이고 있다. 단적인 예로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철이 되면 대통령 후보들은 지방을 순회하며 앞다투어 이슬람 지도자들을 만나 정책을 알리고 표심을 구한다.

역사와 정치적인 측면에서 보면 인도네시아 통치자들은 이슬람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슬림이 사는 나라, 인구의 85% 가량이 무슬림이지만 헌법도 샤리아법이 아니다. 인도네시아 최대 무슬림단체인 나둘라뚤울라마(NU)와 제2위 무함마디야는 공식적으로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네덜란드와 일본 식민정부, 수카르노와 수하르토 정권 등 지배층은 늘 이슬람을 협력과 견제의 대상으로 대했다.

이슬람의 본거지인 중동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고 인도와 중국 사이의 열대우림 지역에 위치한 인도네시아 이슬람은 사막의 유목 민족인 중동 이슬람과 내륙지역인 중앙아시아 이슬람과 많이 다르다. 인도네시아 군도는 힌두교와 불교가 정착된 이후 13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이슬람이 들어왔고 무력이 아닌 무역을 통해 평화적으로 전파되었기에 다원적이고 온건한 종교관으로 발전했다. 인도와 불교문화는 종교의식과 복잡한 절차, 더욱이 힌두교는 계급사회라서 대중적인 매력이 없었는데, 당시 평등의 종교를 표방한 이슬람교는 인도네시아 대중들에게 매력적인 종교로 부상하게 되었다. 

또 이슬람으로의 개종은 종교적 의무실천을 강제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기존의 종교적 관행을 그대로 유지한 채 이슬람을 받아들이는 것이 용인됐다. 인도네시아 무슬림은 대체로 힌두교ㆍ불교적 요소와 기타 토착문화가 적지 않게 가미됐다. 예를 들어 미낭까바우(서부수마트라) 지역은 모계사회의 전통을 이어가고, 발리 섬 동쪽에 위치한 롬복 섬의 일부 지역의 무슬림은 하루 3번 기도를 하는 종교적 관습이 남아있다. 최대 종족인 자바족 무슬림의 대부분은 ‘아방안’이라고 부르며, 토속신앙과 이슬람이 혼합되어 있다. 

인도네시아는 공식적으로 여섯 개의 종교, 즉 이슬람교, 힌두교, 불교, 천주교, 개신교와 유교 등을 인정한다. 하지만 전체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이슬람교가 명백하게 공공 부문에 있어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향력 있는 군부 장교들이 과거 이슬람 분리주의 운동에 대항해 전투를 벌인 일을 상기시키며, 종교적 율법을 강화하려는 이슬람국가 건설에 강력히 반대하지만, 정치인들은 여전히 이슬람교도의 표를 의식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이슬람은 인도네시아 독립에 큰 기여를 했다. 또 이슬람은 밀려오는 서구화에 직면하여 자긍심을 높이고 외부인에 대항하여 원주민을 결집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인도네시아 최초의 이슬람 민족기구인 이슬람상인연합(Sarekat Dagang Islam)은 화교와의 경쟁에서 무슬림 상인을 보호할 목적으로 1911년 창설되었다. 이듬해 이 협회는 애초의 상업적 목적을 폐기하고 대중적인 단체인 이슬람연합(Sarekat Islam)으로 재편돼 자바와 수마트라 섬으로 세력을 확장하지만, 네덜란드 식민정부에 의해 세력이 약화된다. 이 단체의 중심에는 ‘왕관 없는 자바의 제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민족운동가 쪼끄로아미노또가 있다. 쪼그로아미노또의 딸인 시띠 우따리는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과 정략결혼했지만 3년만에 헤어진다.

1942년 3월 네덜란드령 동인도는 일본에게 공식적으로 항복을 선언했다. 점령지 통치자로서 일본인들은 현지인들로부터 환영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혐오의 대상이기도 했다. 일본은 점령지 국민들에게 아시아인은 백인들보다 훨씬 우월하며 새로운 아시아 단결은 많은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선전했다. 하지만 일본은 과거 식민통치자들보다 오히려 더 강압적으로 인도네시아인들을 통치했다. 초기에 일본에 협조적이었던 이슬람지도자들이 돌아선다. 무슬림은 우상숭배를 하지 않는 만큼 일왕에게 경배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무슬림과 일제가 충돌했다.

일제가 물러나고 네덜란드가 다시 지배한 독립혁명기(1945~1949년)에 이슬람국가를 지향하는 ‘다룰이슬람’(이슬람의 집)이라는 무장단체가 서부자바주 가룻과 따식말라야의 산악지역을 근거지로 병력이 많게는 30만명까지 모이면서 인도네시아공화국에 대항하는 큰 세력으로 부상했다. 다룰이슬람은 1962년 인도네시아군에 의해 진압됐다.

독립 후 인도네시아 정국은 민족주의, 이슬람과 공산당 등 세력다툼으로 안정을 찾지 못했다.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은 나사콤(Nasakom)이라는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민족주의와 이슬람, 공산주의를 한데 묶으려고 한 적도 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1955년 총선에서 NU와 인도네시아 무슬림평의회인 마슈미가 부상한다. 이슬람계와 세속계 정당들의 의석을 거의 균등하게 양분했지만 인도네시아를 이슬람국가로 만들지 못했다.  

개방적인 이슬람국가에서 여성들이 머리에 쓰는 질밥(히잡)은 수하르토 시대인 신질서 시기에는 드물게 볼 수 있었다. 신질서 시대에는 중앙집권 강화와 종교집단이 정치세력화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슬람을 의도적으로 억눌렀다. 또 수하르토 대통령은 이슬람 세력의 지원을 얻고자 1990년 당시 과학기술부 장관인 B.J 하비비를 총재로 인도네시아지식인무슬림연합(ICMI)을 결성한다. 이 조직은 이듬해 인도네시아 27개 주에 지방조직을 갖춘 대조직으로 확장했는데 정부고관, 퇴역군인, 학자 등을 영입하고 정부의 이슬람 정책에 불만을 품고 있던 원로 이슬람 지도자들을 끌어들여 이슬람 세력을 통제했다. 

1998년 외환위기로 32년간 철권통치를 한 수하르토 정부가 붕괴되면서 인도네시아는 민주화 개혁시대를 맞는다. 수하르토 세력하에 있었던 많은 엘리트들이 ‘개혁세력’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정계에 등장했다. 그들은 수하르토 시절 정치공작을 펴던 이들과는 다르다고 강조하면서, 지역 여론을 주도하는 이슬람집단 같은 보수파의 환심을 사려고 보수 이슬람 입맛에 맞는 사회적 의제를 내걸기도 했다. 이슬람 세력이 정치 공백을 대체하면서 이슬람 정당은 물론 이슬람수호전선(FPI)과 인도네시아 무자헤딘 등 과격하고 강경한 이슬람 단체들이 세력을 떨치게 된다. 

이슬람은 인도네시아의 정치와 문화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이슬람세력은 정치권력이 약해지는 시기에 두각을 나타낸다. 수하르토가 권좌에서 물러난 후 혼란기에 최대 이슬람단체 NU 회장이었던 압두라만 와히드(구스두르) 국민각성당(PKB) 총재는 당시 소수 의석을 갖고도 이슬람계 정당을 연합해 대통령에 올랐다. 

자카르타 시내 한복판에는 20만명 이상을 수용하는 이스티클랄 이슬람 대사원과 산타마리아 가톨릭 대성당이 마주 서 있다. 다종교, 다문화 국가인 인도네시아를 상징한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대다수가 무슬림이면서도 기독교, 불교 등 다양한 종교를 헌법으로 인정하고, 신정(神政) 국가 대신에 세속 국가를 지향한다. 독립을 선포한지 70년이 갓 넘은 인도네시아는 만인평등을 표방하는 사회주의 이슬람을 추구하며, 세계에서 민주주의가 가장 발전된 이슬람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데일리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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