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詩鏡 - 시가 있는 목요일
안녕하세요. 박정자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도록 따뜻한 것은 무엇일까요.
저에게는 편지를 모아놓은 상자가 하나있습니다. 아주 오래 된 것도 있고, 이미 고인이 되신 분의 편지도 있습니다. 가끔 편지를 열면 그 안의 글자들은 여전히 살아서... 뜨겁기도 하고 서럽기도 합니다. 편지를 접어 다시 상자에 간직하는 저는 조금 더 너그러워지곤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도록 따뜻한 것, 그것은 편지 아닐까요. 사람마다 다른 떨림이 담긴 손편지... 누군가는, 이따금, 저의 편지를 펼쳐놓고 기억해줄 사람도 있으리란 생각을 하면, 또 한 번,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그러고 보니 손편지를 써 본 지가 참 오래 되었네요....
편지를 쓰고 싶은 날 / 이지현
편지를 쓰고 싶은 날이 있다
메마른 갈비뼈 사이
바람소리로 갇혀 있던 그 말을
조심스럽게 꺼내어
편지를 띄우고 싶은 날이 있다.
눈이 내리면 눈이 내린다고 쓰고 싶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분다고 쓰고 싶다/
마음을 툭 털어
바다 한켠 떼어낸 푸르디 푸른 그리움으로
편지를 보내고 싶은 날이 있다.
가끔 우리 삶은 아득한 저음의
통곡소리처럼 외로운 것
아무도 오가지 않는 뒷골목에서
나즈막히 부르는 노래처럼 서러운 것
한 번은 푸른 기억의 끝을 동여맨
긴 편지를 부칠 것이다.
어깨 너머 긴 휘파람 소리가 스쳐 지나가면
한 번쯤 붐비는 거리에 서서
누군가 보낸 편지라고 생각하라.
편지를 펼치면 푸른 바다가 출렁
추억으로 흔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