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詩鏡 - 시가 있는 목요일
안녕하세요. 박정자입니다.
하루의 일을 마치고 땀을 말리는 신발들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저녁, 함께 모인 가족이 텔레비전을 보면서 잡담하는 평범한 저녁의 행복이, 알고 보면, 평범한 것이 아닌 참으로 특별한 행복이라는 것을 생각하는 날은 마음이 저립니다.
큰 사람은 작아지고 작은 사람은 커지는, 남편과 아내와 아이들이 존재 자체로 기쁨과 희망인,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이 한세상 같이 할 수 있음이 눈물겨운, 오월입니다.
우리들의 동그라미 / 박정자
생존 이래 가장 오래된 약속이야
생존을 위한 최상의 약속이야
밤 되면 집에 가기
긁히고 / 멍들고 / 곪기도 하고
작아지고 / 비워지고 / 낡아지기도 해서
바다에서 돌아온 노인의 무용담처럼
등에서 내려놓은 남은 가시만으로
진하게 우려 놓은 저녁 밥상
불 켜고 모여 앉은
오늘도
약속을 잘 지켜준 동그라미가 세 개
고맙구나 고마워
하루의 팔다리를 서로 얽어서
원시의 잠을 청하면, 부드럽게
몸을 부풀리는 간지러움
우리들의 동그라미
내일의 질주를 궁리하면서
내일의 궤도를 수정도 해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