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詩鏡 - 시가 있는 목요일
안녕하세요. 박정자입니다.
올해 몇 살이세요? 그런 질문을 받으면 잠깐 망설여집니다. 왜냐하면, 만 나이로 말해야할지 한국식 나이로 말해야할지 상황파악이 필요할 때가 있거든요. 나이가 좀 든 것처럼 보이는 것이 좋겠다 싶을 땐 한국식 나이로, 그 반대일 경우엔 만 나이로 대답을 하게 되는데 너무 계산적인가요?
올해 초에 한국 사람들 나이를 만 나이로 통일하자는 청원이 인터넷을 뜨겁게 했습니다. 그래서 여론조사를 해봤다는데요, 결과는? 찬반이 아주 팽팽했답니다. 주의해서 볼 일은 연령대별로 입장차가 있었다는 것이죠. 나이를 밝힐 때, 제가 망설이던 이유와 같은 이유였지요.
아, 그런데 만 나이에는, 우주정거장에서 지낸 만 년의 세월이 들어있다고 하네요. 시인의 통찰력이 참 놀랍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젠 망설이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만 년의 지혜를 터득한, 젊은 나이로 살기로.
나이 -어머니학교 2 / 이정록
나이 따질 때, 왜
만 몇 살이라구 허는 지 아냐?
누구나 어미 뱃속에서 만 년씩 머물다 나오기 때문이여,
어린 싹이나 갓난 것 보면 나두 모르게 무릎이 접히지.
우주정거장에서 만 살씩 잡수시고 나온 분들이라 그런 겨.
그러니께 갓난아기가 아니라, 갓난할배구 갓난할매인 겨.
늙구 쭈구러져, 다음 정거장이 가차워오면
애기덜헌테 턱수염 잡히구 지팡이 뺏겨두
합죽합죽 매화꽃이 터지지.
봄은 늙은이들 입가에서 시작되는 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