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詩鏡 - 시가 있는 목요일
안녕하세요. 박정자입니다.
열쇠를 몇 개나 가지고 계시는지요. 하긴 요즘은 음성을 인식하거나 인체를 인식해서 작동되는 열쇠들이 많이 나왔죠. ‘열려라 참깨’ 하고 주문만 하면 문이 열리던 알리바바의 시대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현대의 열쇠는 주물로 만든 쇳대가 아니라 카드라고 해야 맞을 것 같습니다.
참 편리하고 좋은데...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소통과 기원의 상징도 담고 있던 열쇠가 단지 ‘잠금’의 도구로만 고정되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열쇠만의 탓은 아니지요. 알리바바의 시대로 퇴화(?)하는 자물쇠 탓이 더 크지 않을까요.
아, 이 열쇠들 / 문창갑
서랍을 정리하다 보니
짝 안 맞는 열쇠와 자물쇠들 수두룩하다
감출 것도, 지킬 것도 없으면서
이 많은 열쇠와 자물쇠들
언제 이렇게 긁어모았는지
아, 이 열쇠들
아. 이 자물쇠들
알겠다, 이제야 알겠다
내 앞에 오래 서성이던 그 사람
이유 없이 등 돌린 건
굳게 문 걸어 잠그고 있던 내 몸의
이 자물쇠들 때문이었다
알겠다, 이제야 알겠다
열려있던 그 집
그냥 들어가도 되는 그 집
발만 동동 구르다 영영 들어가지 못한 건
비틀며, 꽂아보며
열린 문 의심하던 내 마음의
이 열쇠들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