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詩鏡 - 시가 있는 목요일
안녕하세요. 박정자입니다.
무슬림이 가장 많이 사는 나라인 인도네시아는 어제부터 르바란 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헤어져 살던 가족과 친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음식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모습이 우리나라 한국의 추석처럼 정겹고 애틋합니다.
성찰의 시간을 지나 마음으로 지은 죄까지 용서를 청하는 르바란 인사는 화해를 통해 평화로운 관계를 염원하는 가톨릭의 고백성사처럼 느껴지기도 하구요.
알고 보면, 이렇게 순한 마음들이 모여 사는 세상인데, 현실은 왜 갈수록 황폐해져만 가는 걸까요.......
흘러가는 것들을 위하여 / 나호열
용서해다오
흘러가는 강물에 함부로 발 담근 일
흘러가는 마음에 뿌리내리려 한 일
이슬 한 방울 두 손에 받쳐드니
어디론가 스며들어가는
아득한 바퀴 소리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것들을 위하여
은밀히 보석상자를 마련한 일
용서해다오
연기처럼 몸 부딪쳐
힘들게 우주 하나를 밀어올리는
무더기로 피어나는 개망초들
꽃이 아니라고
함부로 꺾어 짓밟은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