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기고] 北 간부 '통일에 부정적' 시각에 대한 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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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北 간부 '통일에 부정적' 시각에 대한 반론

북한 엘리트들, 한국 주도의 통일을 두려워할 필요 없다
기사입력 2016.09.2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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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마을.jpg▲ 추석을 앞둔 13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의 추수를 앞둔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16.9.1 (연합뉴스 자료사진)
 
글: 문순보(文順寶, 자유민주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

지난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 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과 관련한 새로운 대북접근을 선보였다. 핵심 내용은 김정은 및 최고위층 당국자들과 중간간부 및 일반주민들을 구분해서 후자에 대한 통일의 희망 메시지를 던져준 것이었다. 그런데 일각에선 박대통령의 이 같은 연설 내용을 최근 북한 엘리트들과 일반 주민들의 연쇄탈북 및 집단탈북과 연계시키며 체제위기를 부정하고 북한체제의 건재함을 설파하고 있다. 북한 엘리트층의 최근 연쇄탈북 추세가 통일에 대한 열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지만, 그 같은 조류가 지속될 시 북한의 내부 분열과 궁극적으론 통일의 시계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8월 21일자 <중앙 선데이>에 실린 에버라드 칼럼 “北 엘리트 망명, 통일 열망 때문아니다” 에서는 북한 체제내구성의 지속을 설명하는 요인으로 북한의 경제사회적 특수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논지 전개는 단편적 사실관계를 일반화하고, 북한의 특수성을 강조하면서도 독일과 예멘 통합의 선례를 적용해서 설명하는 모순을 노정하고 있으며, 북한 엘리트들의 망명으로 초래될 수 있는 결과인 통일을 그들의 탈북 의도로 규정하는 등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먼저 필자는 독일과 예멘의 통합과정에서 나타난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혼란을 일반화하고 있다. 에버라드는 북한 엘리트들이 한국 주도의 통일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논거로 독일과 예멘의 통일 직후 상황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통일이후 舊 동독人 일부가 예전보다 더 가난해졌다는 내용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는 단편적이고 부분적인 사실을 일반화한 것이다. 물론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 27년이 되는 현재에도 동서독 간에는 많은 차이가 존재하지만 그 격차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예컨대 통일 당시 서독 주민의 1인당 GDP는 23,461 달러였으며 동독 주민은 10,163 달러로 동독 주민의 GDP가 서독의 40%대에 불과했던 것이 현재는 67% 수준으로 개선됐고 서독으로 인구이동도 잦아들고 있으며 동독 지역의 주택보급이나 가구당 순자산도 증가했고 단위노동비용은 이제 서독에 거의 수렴하는 등 동서독 격차 개선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그 결과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강대국이 됐다. 통일 당시 7,700억 달러에 불과했던 무역규모가 2012년에는 3조 달러에 달해 20여년 만에 4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동독 지역에는 작센-안할트, 튀링겐 주를 중심으로 광학전기, 광전지, 마이크로 전자 등 첨단산업이 생겨나 동독 재건을 이끌고 있다. 

또한 필자가 언급하는 통합 이후의 예멘의 재분열 원인도 사실관계와 차이가 있다. 남북 예멘이 통합 후 다시 전쟁을 벌이며 분열됐던 결정적인 원인은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 1차 통합 과정시 군사통합을 이루지 못한 채 불완전한 통합에 합의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필자가 이 같은 내용들을 논거로 제시하는 이유는 북한 엘리트들뿐 아니라 일반 주민들도 한국 주도의 통일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 논지 전개에 있어서도 필자는 ‘북한만의 특수성’을 부각시키면서 북한 엘리트나 주민들의 통일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일 것이라는 점을 논증하기 위해 독일과 예멘의 통합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인 혼란을 예시하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

둘째, 통일 후 북한 엘리트들의 삶의 질에 대한 추정의 오류이다. 필자는 대부분 고령인 고위 간부들이 평양 중심의 주거지를 잃고 자신보다 어린 한국의 고숙련자 밑에서 일해야 하는 상황이나 자신의 사상지식 등이 쓸모없어지는 상황을 원치 않기 때문에 한국 주도 통일에 가담하지 않을 거라고 추정하는데, 이 역시 옳은 전제에서 출발한 추정으로 볼 수 없다. 자본주의 경제체제 하에서 고령 인력이 시장 활동에서 은퇴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임에도 그것을 북한 엘리트들의 비극으로 몰아가는 것은 타당치 않으며, 통일한국의 경우 고령의 黨 간부들이 체득하고 있는 사상지식이나 경력은 과거 북한 정권을 연구하는데 있어 중요한 지식정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을 사회활동에서 배제하지도 않을 것이다. 실제 독일에서도 통합 직후 동독 출신 간부들을 처벌과 응징 일변도로 대했던 것이 아니라 불법 행위자에 대한 처벌은 보복적 성격 없이 자유민주적 법치국가의 기본원칙과 절차에 따라 진행했고, 약 140만 명의 동독 간부들에 대해서는 통합 이전의 동독 지역에 공무원으로 파견하며 연금 혜택도 줬으며, 여기서 배제된 이들에 대해서는 직업훈련을 통한 재취업 기회도 보장해주는 등 포용과 통합의 모습을 보여줬다. 더 나아가 현재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총리는 구동독 출신이었고 공산 청년부 간부 활동경력도 있었음에도 통일 독일에서 최고지도자의 자리에까지 올랐으며 동독의 마지막 국방장관이던 라이너 에페만(Rainer Eppelmann)은 통일 후 4선 하원의원으로 활동하며 기민당(CDU) 노동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는 통일 한국에서도 북한 노동당 고위 간부들이 등용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셋째, 북한 엘리트들의 탈북의 결과 초래될 수 있는 통일을 엘리트들의 망명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에버라드는 북한 엘리트들의 연쇄탈북이나 망명이 통일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는 신호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는데, 사실 그들의 탈북이 통일을 열망해서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일반 주민들뿐 아니라 북한 고위층까지 연쇄탈북하는 현 추세가 중장기적으로 계속될 시 결과적으로 북한 체제를 와해시키고 궁극적으론 통일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 엘리트들이 한국 주도의 통일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주장은 커다란 함정을 지니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이 지니는 맹점은 선험적인 추측에 의거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북한 엘리트들의 기득권 및 특권 영유 성향 때문에 한국 주도의 통일에 가담하지 않을 거라고 추정하고 있으나, 이런 추정은 ‘북한 정권이 조기에 붕괴할 것’이라는 예상을 비판하는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북한의 체제내구성을 과신하는 이들은 북한 체제의 취약성을 들어 조기 붕괴를 점치는 이들에 대해 ‘희망 섞인 편견’이 개입됐다고 비난하고 있으나, 정작 자신들도 북한 체제의 내구성을 과신하며 그 논거로 과거의 경험이라든지 확증되지 않은 정권의 안정성을 들고 있을 뿐, 현 상황의 엄중함을 의도적으로 폄하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엘리트들이 통일에 대한 태도는 향후 한국 정부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긍정적인 것으로 판명될 수도 있기 때문에 필자 에버라드의 주장은 개연성을 무시한 일방적 추정일 따름이다. 

역설적으로 에버라드의 칼럼은 한국 대북전략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 칼럼은 북한 엘리트들의 고민과 우려를 씻어주기 위해 한국 정부가 어떠한 전략을 추진해야 하는지를 ‘의도치 않게’ 시사해주고 있다. 북한 엘리트들이 한국 주도의 통일을 원치 않을 수 있는 중요한 이유는 통일 후 처벌의 위협 혹은 기득권의 상실 우려 등인데, 그들을 관용과 통합의 정신으로 포용하고 신변안전 및 역할 우대 등을 보장한다는 메시지를 우리 정부가 지속적으로 시사한다면 북한 엘리트들은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보장한 약속을 심사숙고하게 될 것이고, 통일에 대한 인식이 전향적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다. 박대통령의 광복절 연설은 바로 이와 같은 전략의 첫발을 뗀 것이지, 에버라드가 주장하는 것처럼 북한 정권을 전복시키라는 사주의 의미는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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