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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수]개 같은 사랑-최광임

시 읽어주는 남자(14)
기사입력 2017.02.23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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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같은 사랑
                최광임

대로를 가로지르던 수캐 덤프트럭 밑에 섰다
휘청 앞발 꺾였다 일어서서 맞은편 내 자동차 쪽
앞서 건넌 암캐를 향하고 있다, 급정거하며
경적 울리다 유리창 밖에 개의 눈과 마주쳤다
저런 눈빛의 사내라면 나를 통째로 걸어도 좋으리라
거리의 차들 줄줄 밀리며 빵빵거리는데
죄라고는 사랑한 일 밖에 없는 눈빛, 필사적이다
폭우의 들녘 묵묵히 견뎌 선 야생화거나
급물살 위 둥둥 떠내려가는 꽃잎 같은, 지금 네게
무서운 건 사랑인지 세상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간의 생을 더듬어 보아도 보지 못한 것 같은 눈
단 한 번 어렴풋이 닮은 눈빛 하나 있었는데
그만 나쁜 여자가 되기로 했다 

그 밤, 젖무덤 출렁출렁한 암캐의 젖을 물리며
개 같은 사내의 여자를 오래도록 꿈꾸었다


탐린 거리 야경.jpg▲ 자카르타 탐린 거리의 야경 [사진: 김태호]
 

나는 그대의 눈빛이 공지한 사랑의 액면가를 알고 있다. 열다섯 송이의 꽃이거나 방금 향유고래가 내뿜은 구름 서른 조각 정도의 가격표가 보인다. 그 정도면 이제 내 눈빛에서도 너에 대한 내 사랑의 액면가를 읽어보라. 

사는 것도, 아니 죽는 것도 두렵지 않는 사랑을 해보았는가. 

참 대단하지 않은가? 세상에 태어나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고, 한 평생 사랑을 하고, 죽는 것. 어느 꽃에서 와서 이제야 내 앞에 서 있는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고, 마냥 신기하기만 한 상황. 별은 왜 뜨고 지는지, 달은 왜 차고 기우는지, 왜 땅이 폭신폭신한지도 모르겠고, 꽃이 피고 지는 것은 더더욱 모르겠더라. 살아 있는 건지, 죽어 있는 건지도 모르겠더라.  

참 대단하지 않은가? 내가 그대 앞에 서 있는 것. 개 같은 내가...


이성수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경희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그대에서 가는 길을 잃다, 추억처럼》이 있다. 

김태호 사진작가는 
인도네시아 생활을 시작한 2002년 경부터 현재까지, 혼자 사진기를 들고 인도네시아 전 지역과 주변 국가들의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 2015년에 2인 사진전 " Through Foreign Eyesㅡ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인상"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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