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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를 들여다 보면 인도가 보인다"

기사입력 2017.03.13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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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부두르.jpg▲ 중부 자바 주 마글랑 지역에 있는 보로부두르 불교사원. (데일리인도네시아 자료사진)
 
글 : 신성철 데일리인도네시아 대표

"인도가 아니고 인도네시아입니다." ‘인도’라는 부분이 같아 인도와 인도네시아를 구분 못하는 한국사람들이 꽤 있다. 동남아시아 대국인 인도네시아의 어원은 인도를 뜻하는 라틴어 ‘인두스’(Indus)와 섬을 뜻하는 그리스어 ‘네소스’(nesos)의 합성어이다. 즉 ‘인도 부근에 있는 섬들로 이루어진 나라’라는 뜻이며, 서구 열강들이 아시아에서 치열하게 각축을 벌이던 18세기부터 불려졌다고 한다.

세계 최대 무슬림 인구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관광 홍보 포스터에는 아름다운 모델이 두 손을 합장하고 허리를 숙이는 인도풍의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인도네시아에서는 힌두와 불교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국장(國章) 가루다(Garuda), 국시(國是) 빤짜실라(Pancasila), 통치이념 비네까 뚱갈 이까(Bhinneka Tunggal Ika), 보로부두르 불교사원과 쁘람바난 힌두사원 등이 그것이다. 인도네시아어에 수르야(Surya, 태양), 꾸수마(Kusuma, 꽃), 아짜라(Acara, 행사), 바하기아(Bahagia, 행복), 찐다(Cinta, 사랑), 다나(Dana, 자금) 등 많은 단어가 산스크리트어에서 차용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를 한꺼풀만 벗기면 인도가 보인다’라고 말한다.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해양이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두 지역은 바다를 통해 2천년 전부터 문물을 공유했다. 상업과 항해술에 능한 고대의 인도인들은 동남아시아에 문물과 불교ㆍ힌두교를 전파했다. 이러한 인도인들의 활동 덕택으로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에 불교와 힌두교 왕국이 융성했다. 

인도네시아 군도는 기원후 1세기부터 인도와 교역을 해왔다. 7세기부터 인도와 아랍 상인들은 조선기술의 발달로 ‘다우’(Dhow)라고 불리는 범선을 이용해 무역풍(계절풍)을 타고 인도양을 가로질러 이전보다 더 많은 화물과 승객을 싣고 인도네시아 군도를 드나들었다. 동남아 지역 군주들은 외국 상인이 드나드는 곳인 수마트라 섬의 빨렘방과 말레이 반도의 말라까 등지에 항구도시를 건설하고 인도와 활발하게 교역했다. 

항구도시를 중심으로 인도의 정치제도, 기술, 종교와 문화ㆍ예술이 전해졌고, 이는 인도네시아 군도에서 고대국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수마트라섬 빨렘방을 중심으로 말라까 해협의 해상권을 장악한 스리위자야 불교왕국은 7세기부터 12세기까지 인도와 인도네시아 군도 각지에서 내항한 무역선간 중계무역을 주도하면서 해상제국으로 성장했다.

가루다 축소.jpg▲ 국장(國章) 가루다(Garuda)는 가슴에 국시(國是) 빤짜실라(Pancasila)를 품고 있고, 통치이념 비네까 뚱갈 이까(Bhinneka Tunggal Ika)를 다리에 쥐고 있다. 
 
중국 문명을 이해하려면 한자를 알아야 했던 것처럼 인도 문명을 이해하려면 산스크리트어를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고대 인도 문학과 불경을 기록한 인도의 상류층의 언어였던 산스크리트어와 힌두 문명은 인도네시아 엘리트 계층을 중심으로 전승됐다. 

결혼, 임신, 출산, 제사 등 자바 전통의식에는 힌두와 불교 문화가 깔려있다. 가족이 세상을 떠나면 한동안 영혼이 이승에 머문다는 믿음이 있어 장례를 치르고 7일, 40일, 100일, 1,000일째가 될 때 제사를 지낸다. 또 결혼, 임신, 출산 후에도 이슬람 의식에는 없는 힌두 신앙에서 유래한 의식이 면면이 이어지고 있다.

인도의 서사시 라마야나와 마하바라따는 자바 사람들의 고전으로 종교적인 가르침뿐만 아니라 문자와 언어, 종교와 정치제도 등을 전하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 전통적인 가르침에 따라 일부 자바인들은 무슬림이면서도 전생과 이승 그리고 다음 생의 윤회를 믿는 힌두의 세계관을 간직하고 있다. 자바인이 투쟁적이지 않고 현실에 순응하는 태도를 보이는 이유로, 현세는 바꿀 수 없고 이번 생애에 자신에게 주어진 본분을 다하는 힌두신앙의 세계관을 꼽는 의견도 있다. 

인도네시아 무슬림들은 다른 나라의 무슬림들보다 포용력이 크다. 인도네시아인들은 인도문화를 수용했지만 인도문화에 온전히 매몰되지 않았다. 통치이념으로써 힌두교와 불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반면, 전통문화와 충돌하지 않도록 선별적으로 수용해 신분제도인 카스트 등은 미약하다. 

인도네시아에 살면 살수록 인도네시아를 점점 더 모르겠다고 흔히 말한다. 인도네시아는 겉보기에 이슬람국가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힌두와 불교 문화가 바탕에 깔려있다. 섬의 수만큼 다양한 문화를 품은 인도네시아를 한마디로 묘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치 인도와 같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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