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이성수] 칡꽃 - 이진욱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이성수] 칡꽃 - 이진욱

시 읽어주는 남자(17)
기사입력 2017.03.15 13:0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내용 메일로 보내기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칡꽃
이진욱

첨탑을 타고 오르는 칡넝쿨
끝이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무모한 줄 모르고
고압에 닿을 때까지
사력을 다해 기어오른다

사랑을 위한 등정이라면
말리고 싶다
저긴, 너무 위험한 길이다

꽃을 피우기 위해 몇 볼트의 벼락이 필요할까

뿌리에서 멀어져
더 아찔한,

칡꽃


15일 시.jpg▲ 발리 우붓 지역 '원숭이 숲' 안에 있는 보리수 나무. 거대한 공기뿌리가 줄기에서 뻗어나와 땅에 닿은 뒤 단단해 지면서 물과 공기의 통로가 될 뿐아니라 나무를 지탱하는 역할도 한다. [사진: 김태호]
 

사랑도 따지고 보면 나를 떠나는 것이니, 떠날 거면 더 멀리 떠나야 한다. 더 높이 올라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이 보인다. 끝없어 보이는 수평선도 뿌리 근처에서 보는 것보다 더 멀리 볼 수 있다. 

세상에 위험하지 않은 길이 어디 있을까? 운전면허를 딴 아이가 처음으로 운전을 한다. 아, 이 처음 나서는 길의 무서움! 나는 쉰 넷이라는 나이를 처음 산다. 오늘 아침이라는 시간을 처음 맞는다. 갓 결혼한 부부는 처음으로 결혼이라는 것을 했고, 철수도 영희도 항상 처음으로 태어난다. 우리는 다 ‘처음’을 산다. 

내가 언제 오늘의 사랑을 사랑한 적이 있었던가? 난생 처음이어서 무섭고 위험하다. 하지만 아찔하지 않은가, 오늘 더 높이 올라 사랑한다는 것은. 벼락이어도 꽃이어도 처음 맞고 처음 본다. 


이성수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경희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그대에서 가는 길을 잃다, 추억처럼》이 있다. 

김태호 사진작가는 
인도네시아 생활을 시작한 2002년 경부터 현재까지, 혼자 사진기를 들고 인도네시아 전 지역과 주변 국가들의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 2015년에 2인 사진전 " Through Foreign Eyesㅡ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인상"을 개최했다.


<저작권자ⓒ데일리인도네시아 & dailyindonesia.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기사제보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회원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