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이성수]무심코 정선-전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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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수]무심코 정선-전윤호

시 읽어주는 남자(22)
기사입력 2017.04.19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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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정선

                전윤호


뭐 후회한다고 그때가 돌아오나
젖은 눈을 가진 계집애들은
먼 데로 혼처를 찾아 떠나고
탄처럼 시커멓던 사내놈들은
타관을 떠돌다 늙어
배불뚝이가 되었다
다시 찾아온다고 옛사랑이 기다려 주나
불빛이 제 몸만 간신히 밝히는 공설운동장에서
토끼처럼 떨며 입 맞추던 애송이들
어디로 갔나 배신에 울면서
친구에게 주먹질하던
도무지 어른이 될 것 같지 않던 천둥벌거숭이들
친절하지 못한 미래를 욕하며
함부로 침을 뱉던 골목은 사라지고
우산을 펼친 시장엔
검은 비닐봉다리 하나씩 들고
낯선 사람들이 웃고 있는데
역전으로 가는 강가에 묶인 배처럼 흔들리며
너를 생각한다고 그때가 돌아오겠나


교복.jpg▲ 중부 깔리만딴 삼삣(sampit) 지역 고교 졸업생들이 졸업식을 마친 뒤 그동안 입던 교복에 락커칠을 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돌며 해방감을 즐겼다. [사진: 김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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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많이 변했지?”
몇 십 년 만에 만난 옛사랑의 질문에
“아냐. 옛날 그대론데 뭐.”라는 대답은
진실일까 거짓일까?
사랑일까, 후회일까? 

도회지를 백만 바퀴쯤 돌고 돌아 어쩌다 만난 옛사랑.
간신히 등을 걸치고 다니던 길이 4차선 도로로 변하고
‘똘이문구’는 ‘대성빌딩’으로 바뀌었지만 

세상의 변화보다 두려운 건
내가 누군가에게서 옛사랑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겠지.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외로움만 더 커지는 마음이겠지. 

“그때도 사랑이었을까?”
묻고 또 묻지.
이미 떠나간 세월. 



이성수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경희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그대에서 가는 길을 잃다, 추억처럼》이 있다. 

김태호 사진작가는 
인도네시아 생활을 시작한 2002년 경부터 현재까지, 혼자 사진기를 들고 인도네시아 전 지역과 주변 국가들의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 2015년에 2인 사진전 " Through Foreign Eyesㅡ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인상"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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