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오영록
눈을 뜨면 먼저 날갯죽지를 쭉 쭉 펼쳐
바람 한 점, 이슬 한 방울 가진 것 없다고
털어보이고야 허공을 나는 새
알을 깔 동안만 둥지를 틀 뿐
새끼를 친 다음은 그것도 소유라고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허공에서 언 잠을 자도
새벽이면 기꺼이 즐겁다 노래하는데
더 많은 것을 가지려
울고, 죽는 사람들
얼마를 버려야 날 수 있는 것인지?
발버둥쳐 봐도
발은 떨어지지 않고
▲ 지는 해를 뒤로 하고 새 한 마리가 날아 오르고 있다. 인도 첸나이 마리나 비치 [사진: 김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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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살아본 적이 없다. 예습을 해본 적도 없다. 바로 지금 내 앞에 막 당도한 오늘을 살뿐이다.
사랑도 그렇지 않은가. 언제 내 사랑의 존재를 만났던 적이 없다. 어느 한 순간 빛보다 더 빨리 오는데 예습인들 했었나.
오늘 사랑은 그래서 더 위태롭고 가슴이 아린 것이다.
이성수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경희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그대에서 가는 길을 잃다, 추억처럼》이 있다.
김태호 사진작가는
인도네시아 생활을 시작한 2002년 경부터 현재까지, 혼자 사진기를 들고 인도네시아 전 지역과 주변 국가들의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 2015년에 2인 사진전 " Through Foreign Eyesㅡ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인상"을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