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바띡, 느린 영혼의 여행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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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띡, 느린 영혼의 여행 ②

바띡의 역사
기사입력 2017.04.2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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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공 경(한*인니문화연구원장)

1. 기원전 ~ 9세기: 고증(考證)에 나타난 바틱의 역사

인도네시아 술라웨시(Sulawesi) 남쪽에 있는 Maros 동굴 벽화에서 기원전 40,000년 전에 바띡 기법인 납방염(wax-resist dyeing) 방식을 사용하여 붉은색으로 손과 돼지를 그린 것이 발견되었다. 이처럼 고대시대부터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밀납을 이용하여 염색이 되지 않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참고로 대체로 동굴벽화에 그려진 손은 소유나 방어를 상징하나 붉은색은 나쁜 영혼을 상징하기도 하기 때문에 이 벽화의 의미는 악운으로부터의 방어를 의미한다.) 

천은 신석기 시대인 기원전 3,000년 ~ 5,000년 전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처음엔 천감으로 나무껍질을 사용하였던 것에서 시작하여, 점점 동물가죽, 잎이나 뿌리 등으로 발전하였고, 그 후에는 나무의 섬유질로 만든 실을 굵은 바늘을 사용하여 짠 직물을 만들게 되었다. 구석기시대의 Maros 동굴 벽화로 미루어 보아 이미 40,000년 전부터 바띡 기법을 알고 있었던 인도네시아인 들이 신석기 시대부터 바띡(천)을 제작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볼 수 있다.

네덜란드 문화연구가 JLA Brandes씨(19세기 인도네시아에 거주)도 바띡은 인도네시아에서 시작되었다고 쓰고 있다.(http://trikiswarni.blogspot.co.id) 
사료에 의하면 5세기에 인도네시아 힌두 왕국에서 바띡 문양이 발견되었고, 5-6세기 초에 바띡 문양이 있는 천 조각이 이집트와 중동지방에서도 발견되었다고 한다. 

7세기에는 동자바 끄디리(kediri) 지역의 왕과 인도 공주가 결혼함으로써 인도 영향을 받은 바띡이 많이 나오게 된다. 인도의 천 ‘빠똘라(Patola)‘에서 영향을 받은 문양은 '바띡 니띡(Nitik)이라고 불리며, 특히 남수마트라에 번성했던 스리위자야 시대 귀족과 관료층 등 부유한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자바왕실의 의식용 복장 및 결혼식 예복은 화려한 빠똘라에서 유래된 것이 많다. 이후, 빠똘라 문양은 힌두 자바인이 애용하였고, 특히 13-14세기에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기록에 의하면 7 - 8세기에 중국인들이 바띡 기법으로 직물뿐만 아니라 도자기에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8세기에 건축된 시와 프람바난(Siwa Prambanan) 사원에 있는 벽과 힌두자바 조각에서도 바띡 문양인 까웅(Kawung)이 발견되었다. 참고로 까웅 문양은 인도네시아에서만 발견된다. 7-9세기에는 중국의 영향으로 바띡 문양에 불사조, 연꽃, 세루미(Seruni) 꽃, 나비 등이 많이 나타난다. 해안 지역인 찌르본(Cirebon), 뻐깔롱안(Pekalongan), 라슴(Lasem), 마두라(Madura)를 중심으로 한 중국 문양 바띡의 발전으로 바띡 문양의 종류가 더 풍부해졌다. 그리고 9세기에 건축된 디엥 워노소보(Dieng Wonosobo)에 있는 두르가(Durga) 신상에서도 바띡 사선문양(Lereng)이 발견되었다.

바띡은 중국, 동터키, 이집트, 중동, 인도에도 있었고, 이처럼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지만 자바 바띡이 가장 역사가 깊은 것으로 추정된다. 

2. 12세기~17세기: 문서기록에 나타난 바띡 

자바의 족자․솔로 지역의 바띡에 대한 문서 기록에 의하면, 12세기 자바 내륙(솔로, 족자)에서 예술적으로 바띡 의상이 발전되었다. 전국적으로 퍼져나간 바띡은 특이하게도 처음부터 왕실, 궁중을 중심으로 전파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12세기에는 구리나 꾸닝안(Kuningan: 놋쇠)으로 짠띵(canting: 바띡을 그리는 도구)을 만들어, 더 정교하고 섬세한 바띡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고대 책자 원본에 의하면 1275년 끄디리(Kediri) 지역에서 생선비늘(Gringsing) 문양이 발견되었고, ‘13세기에 동자와에서 쁘라즈나빠라미따(Prajnaparamita)여신 석상에 바띡 문양을 새겨 넣었다’로 기록되어 있다.

13세기에도 찌르본 바띡은 중국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곳에서 중국스타일의 바띡 제작지가 형성되었다. 신화적 존재인 용, 사자, 불사조, 봉황, 거북, 신들이나 고대 중국 도자기에서 나온 장식들이 문양화 되기도 하였다. 14세기에는 찌르본 왕과 중국 공주가 결혼을 하게 되어 더욱 영향을 받게 된다. 또 다른 기록에는 1454년에 찌르본 왕국이 힌두 왕국에서 이슬람 왕국으로 바뀌면서 15세기 찌르본 바띡에서는 이슬람 영향을 받은 문양을 많이 찾을 수 있다고 쓰여 있다. 

17세기 마따람 왕조의 술탄 아궁(Sultan Agung) 시대에는 왕궁 바띡이 예술적으로 많이 발전하였고 족자와 솔로(Surakarta) 왕궁에서는 바띡을 의무적으로 착용하도록 하였다. 예술적인 바띡 문양은 왕실의 공주들과 왕실 예술가들만이 왕궁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네덜란드인이 자바 왕궁을 방문했을 때 400여명의 여인들이 바띡을 그리고 염색하고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1641년 바타비아(현 자카르타)에서 수마트라로 가는 배의 물품명에서 ‘바띡’이라는 명칭이 등장하기도 한다. 또한 면이 바띡의 소재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도 17세기부터이다. 이때부터 인도에 있는 영국 섬유공장에서 대량으로 면을 들여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나무 베틀을 사용하여 면보다 굵은 kain lurik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18C에 족자와 수라까르타(솔로)의 Sultan(왕)들은 몇몇 문양들을 일반인들에게 착용 금지령을 선포하였다. 19세기 초부터는 금지 문양이 모든 사람들에게 허용이 된다.

3. 1800~1840년 : 짭(Cap)*의 등장과 래플즈(Thomas Stamford Raffles) 부총독 

인도네시아는 1811-1816년에 영국의 통치를 받게 된다. 이 기간 동안 바타비아의 부총독으로 있었던 래플즈(Thomas Stamford Raffles)는 그의 저서 ‘자바의 역사(History of Java)’에서 바띡 디자인의 예술성과 가치, 만드는 방법, 착용방법에 대해 기술했다. 이를 계기로 많은 유럽인들이 바띡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수요가 많아져 바띡 제작자는 대량생산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도구, 즉 구리 혹은 놋쇠로 된 큰 짭(Cap: 바띡 문양을 찍는 도장)을 만들게 된다. 짭은 뻐갈롱안에서 처음 만들어졌으나 라웨안(Lawean)과 솔로(Solo)에 있는 바띡 제작자들이 더 많이 사용하였고, 이에 따라 짭 기술은 라웨안과 솔로를 중심으로 발달하게 된다. 초기의 짭은 나무로 만들고 크기도 작았으나, 1845년부터는 구리로 된 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주로 여자는 짠띵으로 바띡 뚤리스(batik tulis)를 그리고, 남자들이 무거운 짭을 사용하였다. 짭을 사용함으로써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바띡의 산업혁명이 일어난다. 

1825-1830년에는 바띡의 4대 산지인 족자, 솔로, 뻐깔롱안, 찌르본 외에도 서부자바의 가룻(Garut), 찌아미스(Ciamis), 따식(Tasik), 동자바 모조끄르또(Mojokerto),뚜룰가궁(Tulungagung)으로도 바띡이 발전하였다. 

바띡은 한곡이 끝나면 또 다른 곡이 이어지듯이 계속 발전하였다. 장엄한 구석기 시대 동굴벽화의 노래도 다시 듣는다. 망고나무(Pewarna Alam Kuning)에 걸린 바띡 만드는 여인들의 새우잠을 본다. 이처럼 바띡은 때로는 경쾌한 리듬으로 때로는 웅장하게 자연의 모든 소리와 색깔을 전한다.

바지 길어 넘어질까 안타까이 안타까이 기다릴 줄 아는 숨죽인 사랑을 하며 오늘에 이른 바띡은 가벼운 사랑법에 지쳐 있는 우리에게 경외의 대상이기도하다. 절절히 선을 이어 무늬를 그리며 삶의 아픔도 기쁨도 승화시켜 예술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견고하게 움직이는 바띡 그리는 여인의 손끝 마디마다 신의 축복 있으라. 


**3편은 18세기 금지문양(Motif Larangan)이 연재됩니다.

**참고문헌: Indonesia Indah by Drs. Biranul Anas/ Batik, Fabled Cloth of Java by Inger McCabe Elli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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