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김은숙] 아빠와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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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아빠와 아들

깡통의 수다 12
기사입력 2017.05.25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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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족자에서 사는 김은숙 작가가 <깡통의 수다>를 데일리인도네시아에 연재합니다. 문득 자신의 삶이 깡통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깡통 속에 무엇을 담고 있는 지 스스로 궁금해졌다고 합니다. 김 작가는 족자에서 사업을 하는 남편을 내조하고 사남매를 키우면서 사나따다르마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고 수필집 두 권을 낸 열혈주부 작가입니다. 현재 사나따다르마대학교 인도네시아문학과에 재학 중이며, 족자 한글학교 교장으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25일 깡통의 수다.jpg▲ 축구하는 아이들 [사진: 김은숙]
 

     참 무뚝뚝한 두 남자가 배드민턴을 친다. 우기가 끝난 것인지 며칠째 비가 내리지 않는다. 저녁밥을 먹고 난 후 오랜만에 배드민턴을 치자고 막내딸이 제한을 했다. 우기의 끝 이여서인지 별이 많고 신선한 저녁이다. 먼저 큰아들과 아빠가 배드민턴을 쳤다.

     한 남자는 결혼을 하고 20년을 살아오면서 묵묵히 일만하고 살아온 나의 남편이다. 오죽하면, 집에 와서 하는 말이 딱 네 마디라 결혼 초에는 억울해서 싸웠다. 간다, 왔다, 밥 먹자, 자자! 늘 퇴근시간 기다려 남편이 들어오면 제잘 거리던 나는 나만 손해 보는 것 같아, 나만 더 남편을 사랑 하는 것 같아 크게 몇 번을 싸웠다. 싸워서 화가 나서 오갈 때 없어도 짐을 싸서 무작정 집을 나서도 잡지 않던 참 재미없던 나의 남편이었다. 무심함이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운 참 딱 한국의 가부장적인 남편이었다. 그런 남편을 이제는 내가 더 많이 말해도, 내가 더 많이 사랑해도 억울하지 않는 이 세상에 가장 으뜸인 나의 남편이다.

     또 한 남자는 곧 만 18세가 되는 나의 큰 아들이다. 아빠만큼 큰 덩치를 가지고 있지만 마냥 나에게는 철 안 드는 큰 아들이다. 축구에 사랑에 빠져 축구를 하면 행복하다는 이 아들은 중학교 3학년부터 축구를 위해 학교를 그만둔다고 해서 엄마를 남몰래 참 많이 울게 한 아들이다. 어려서부터 몸이 안 좋아 우려하면서도 축구를 하게하고 가슴 졸이며 그저 바라만 봐주었을 뿐 엄마로서 해 줄게 없었다. 공부하라고 밀지 않고, 인근에 조금 더 좋은 학교로 옮겨주는, 다른 평범한 엄마들처럼 아들의 공부를 위한 맹모삼촌지교를 하지 못한 것이 이 다음에 후회가 될 지도 모르겠지만 그 먼 후일을 위해 당장 행복해 죽겠다는 아이의 꿈을 꺾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아빠와 아들을 온전히 18년 동안 부비며 살게 하였다. 무뚝뚝함은 몸으로, 피부로 전해졌는지 두 사람은 참 똑같다. 그런 두 남자가 별이 참 많은 밤하늘 아래서 배드민턴을 친다. 나의 삶 속에 이런 그림을 그렸다는 것은 누가 뭐라 해도 아버지 없이 자란 내게는 큰 기적인 것이다. 게임이 중반으로 접어들 때 막내딸이 옆에서 “엄마! 다음에는 내 차래야!” 맑은 웃음이 나의 가슴에 들어와서 평온하게 헤엄을 친다. 아! 하늘이여, 땅이여, 우주여 정말 감사합니다. 이 순간에 제가 여기에 있어 더 없이 감사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말도 못하게 행복한 순간에 약이 바짝바짝 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게임하는 우리 아이들에겐 포상이 있었기 마련이다. 두 남자의 배드민턴 경기에 십만 루피아를 걸었다. 당근, 남편이 이기면 돈이 안 나간다. 하지만 아들이 이기면 십만 루피아가 나간다. 주머니 사정이 쪼잔 해진 나는 남편을 절대적으로 응원했다. 그것에 불만을 품은 막내딸은 오빠가 안 되었는지 오빠를 응원했다. 똑같은 두 남자가 정말 잘도 친다. 막상막하다. 그런데 꼭 몇 고비마다 무뚝뚝함의 왕인 남편이 조금 덜 무뚝뚝한 아들에게 점수를 내어 준다. 내가 아무리 두 남자 모두에게 사랑에 빠져 살아도 돈이 나간다는 그 하나에 점점 화가 나기 시작한다. 결국 게임은 1점차로 아깝게 아들의 승리로 끝났다. 

     방으로 먼저 쏙 들어간 남편, 큰아들과 막내딸의 게임까지 보고 들어와 방에서 드라마 삼매경에 빠진 남편에게 한마디를 한다. “아니 그걸 못 이기나요?” 그런데 소리없는 웃음만 돌아온다. 20년을 살면서 부부싸움을 하던 무슨 일이 있던 미안하다는 말을 안 한 정말 무뚝뚝한 남편이다. 그래서 정말 궁금해 어느 날 물었다. “당신은 왜 자기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안 해요?” 그런데 남편의 대답에 더 이상 살면서 남편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기다리지 않았다. “너는 남편이 꼭 미안하다고 빌어야 속이 편하냐? 내가 미안한 줄 알고 살아가면서 더 잘하면 되지 않겠어?” 그 한마디에 어쩌면 이제는 평생 미안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고 살아도 행복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남편은 내게 평생을 잘해왔다.

     그런 남편의 한결같은 마음을 오늘도 나는 읽었다. 참 무뚝뚝한 남편의 미소 속에서 남편은 말한다. “아들에게 아빠가 꼭 이겨야겠냐? 앞으로 얼마나 많은 좌절을 하며 세상을 헤쳐 나가야 할 아들인데?” 남편의 착한 미소에 얼른 십만 루피아를 꺼내어 기쁘게 큰 아들에게 가져다주면서 아들 사랑해! 이 말과 함께 돈을 건네주었다.  십만 루피아를 건네 주며 어떻게 행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렇게 살게 해주신 하늘에 감사한다. 여기까지 오게 해주신, 아! 더없이 감사한다. 매번 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니기에 또 감사한다. 

     아들만 셋이라고 하시던 분이 기억난다. 그분은 이런 행복의 시간을 세 배로 얻으실 테니 참 좋을 것 같다. 부럽다. 남편에게 아들 하나를 더 낳아주고 싶다. 그러면 우리 남편도 아들이 셋이 될 텐데…….그런 거 보면 나도 보통사람인가 보다 내 손에 쥔 것도 많은데 아직도 욕심이 넘쳐나는 것을 보면 씁쓸하다. 나는 무뚝뚝한 두 남자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아낌없이 주고 싶은 모자란 아내이며 엄마인 것을 인정한다. 그래서 행복하다. 이런 무뚝뚝한 아빠와 엄마의 마음을 우리 무뚝뚝한 아들이 언젠가는 알게 될까? 모른다면 꼭 알게 해주고 싶다. 사랑하기 때문에…….사랑을 알게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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