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김은숙] 호텔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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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호텔과 나

깡통의 수다 13
기사입력 2017.07.0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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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자에서 사는 김은숙 작가가 <깡통의 수다>를 데일리인도네시아에 연재합니다. 문득 자신의 삶이 깡통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깡통 속에 무엇을 담고 있는 지 스스로 궁금해졌다고 합니다. 김 작가는 족자에서 사업을 하는 남편을 내조하고 사남매를 키우면서 사나따다르마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고 수필집 두 권을 낸 열혈주부 작가입니다. 현재 사나따다르마대학교 인도네시아문학과에 재학 중이며, 족자 한글학교 교장으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화창한 지난주 목요일 드디어 아이들이 방학을 했다. 방학을 하면 떠나는 것이 기본이 되어 있는 게 외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이다. 집을 떠나면 호텔이 기다리고 있을 때가 많다. 한국을 제외하고 우리 가족이 떠나면 가야 할 곳이 호텔과 그에 준하는 숙식제공 시설들이다. 참 유용한 시설인데 숱한 이야기들이 묻어나는 곳들이기도 하다. 사실 한국에서 스무 해가 꽉 차게 넘도록 호텔 한 번 안 가보았던 사람이 인도네시아에 와 살면서 호강을 참 많이 하며 살고 있다. 모두 남편의 덕이다. 남편한테 감사하다. 그런데 그렇게 호텔 호강을 많이 경험하고도 어려운 게 호텔과 나의 관계다.

    예전에 족자 하얏트 호텔 골프회원권을 끊으면 기본으로 방 4개는 주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수영이 필요해 하얏트 골프회원권 하나에 수영 회원권 하나를 끊고 살던 때 방이 공짜로 생겼으니 잘도 애용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씩 아껴 자던 공짜 방을 돈을 더 내고 이틀을 자게 된 경우가 있었다. 언제나 호텔에 입성하려면 물과 간식과 라면까지 챙기는 나이었다. 조금이라도 아껴야지 뭐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첫 날 밤에 아이들과 남편이 목마르다고 해서 호텔 방에 구비된 냉장고에서 콜라며 사이다 몇 개를 마셨다. 이틀이나 자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다. 내일 채워 놓으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누구냐 족자의 발발이다. 그 다음날 저녁에 똑같은 것으로 잘 챙겨 넣었고 뒷정리 말끔하게 한 뒤 그 다음날 체크아웃을 하기 위해 로비로 갔다.

     계산을 하는데 호텔 직원이 냉장고 음료수를 이용했냐고 해서 양심에 조금 찔리긴 했어도 채워 넣었으니 이용 안 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랬더니 호텔직원의 말이 이용했다고 그러면서 계산서를 내밀었다. 아니 어떻게 그러냐고 했더니 매일 아침 호텔 직원이 냉장고를 점검한다는 게 답이었다. 두 말 없이 돈을 내고 내가 채워놓은 음료수는 못가지고 호텔을 나왔다. 참으로 내가 생각해도 개망신의 국가대표급이었다. 찌질한 아줌마 표시를 하얏트호텔에 확실하게 하고 나온 샘이었다. 그래도 억울해서 그때는 방방 뛰다 못해 며칠씩 배가 아팠다. 헛돈을 썼다고 생각하니 속상했었다.

     그리고 아이들 방학을 며칠 앞둔 지난주 목요일 다시 하얏트 호텔에 입성을 했다. 이번에는 업그레이드되어 주니어스위트룸이었다. 친하게 잘 지내던 지인이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어 준비한 남편의 특별한 배려였다. 원님 덕에 나팔 분다고 내가 또다시 호텔 호강을 하게 된 것이었다. 나의 이름으로 주니어스위트룸에 예약을 했다. 와우 주니어 스위트룸에 묵으니 격이 틀려졌다. 두 개의 주니어스위트룸에 나의 이름의 감사카드봉투가 있었고 하얏트 티셔츠에 신선한 과일과 장미꽃 그야말로 럭셔리했다. 뿐만 아니라 물과 넉넉한 수건 커피캡슐이라고 들어도 못 본 커피까지 세팅이 되어 있었다.

하야트2.jpg▲ 김은숙 작가의 딸들이 호텔에서 컵라면을 먹고 있다. [사진: 김은숙]
 
     누릴 수 있을 때 누리라는 말이 있다. 그 밤 주니어스위트룸 라운지에서 실컷 먹었다. 와인, 맥주까지 공짜여서 나 외에 아이들까지 달콤한 경험을 했다. 이때 만큼은 내가 금주녀라는 게 억울했다. 어쨌든 방으로 돌아와 내가 바리바리 챙겨온 물과 컵라면으로 파티도 했다. 저녁에 모자란 침대를 위해 준비한 슬리핑 베드를 잘 펴놓고 자려는 데 막내가 룸 냉장고 미니바에서 포카리를 마시고 싶다고 했다. 단칼에 거절했다. 그 사정은 지인 네도 같았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그 지인 집 아이들도 음료수를 먹겠다고 해서 못 먹게 했다고 하였다. 문제는 그 다음날 체크아웃하며 슬펐다는 것이다. 당당하게 룸의 미니바를 체크해보라고 했다. 옛날의 쓰린 속을 만회해보려는 나의 당당함이었다. 계산을 끝내며 직원이 하는 말이 주니어 스위트룸의 미니바 음료는 이미 방 계산에 포함된 거라고 했다.

     갑자기 막내딸에게 미안했다. 그리고 나의 왕 소심함에, 찌질함에 또다시 한숨을 쉬었다. 농담으로 음료를 가지고 오겠다고 했지만 어찌 체면상 체크아웃 해놓고 그러랴 싶어 그냥 돌아 나왔다. 하얏트 호텔 너 기다려라 내가 다시 올 땐 더 성숙해서 돌아오마. 그래도 두 방의 미니바 음료가 10병은 되었는데 다만 십만 루피아라 해도 억울해서 그 하루를 씩씩 대면서 다닐 수밖에 도리가 있었겠는가? 또 직원이 설명 안 했냐고 묻는 직원에게 설명 안 해주었다고 하자니 어제 그 직원을 욕 먹이는 것 같았고 아니라고 하지니 정말 억울했던 그런 경험이었다. 그날도 벌써 며칠이나 지나갔다. 뭐 외국말이 되어도 별거 없다. 입 두었다가 붕어하고 수다떨려고 쟁여 놓은 꼴이니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호텔과 나는 친해지기 어렵고 안 친해지려니 억울해서 심술이 난다. 이번 방학에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호텔 녀석과 싸워 보려고 한다. 사실 잘 될지 모르겠다. 아직 계획에 잡힌 호텔은 없지만 잡히기만 해봐라 내가 호텔 녀석 한방에 이겨 먹는다. 

하야트1.jpg▲ 주니어스위트룸의 선물 [사진: 김은숙]
 
     정말 귀한 시간들이다. 드라마의 대사처럼 아까운 시간들이다. 어디를 떠나 어디에 묵더라도 귀하게 여기며 즐겁게 지내기를 바란다. 내 인생에 있어 이처럼 살아갈 수 있는 것도 큰 감사라고 생각하면 다 감사한 것인데 사람들은 참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알까 모르겠다. 지금은 호텔을 물색해야 한다. 만만하고 내가 이겨 먹을 그런 잘생긴 호텔이 어디 없을까 모르겠다. 걸리면 내가 딱 한방에 보내고 회심의 미소를 지어볼까 생각 중이다. 즐거운 휴가를 보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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