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김은숙] 삶과 손익계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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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삶과 손익계산서

깡통의 수다 14
기사입력 2017.07.26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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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계산기.jpg▲ 그림: 픽사베이
 
족자에서 사는 김은숙 작가가 <깡통의 수다>를 데일리인도네시아에 연재합니다. 문득 자신의 삶이 깡통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깡통 속에 무엇을 담고 있는 지 스스로 궁금해졌다고 합니다. 김 작가는 족자에서 사업을 하는 남편을 내조하고 사남매를 키우면서 사나따다르마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고 수필집 두 권을 낸 열혈주부 작가입니다. 현재 사나따다르마대학교 인도네시아문학과에 재학 중이며, 족자 한글학교 교장으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게 우리나라 초가을 날씨를 연상하게 한다. 건기의 끝자락인지 시작인지 알 수 없지만 족자의 기후는 내 나라 가을과 흡사하게 느껴진다. 반대로 한국은 비가 오고 폭염에 손실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사람들의 삶은 손실과 이익이 자연으로도 오고, 상황으로도 오고, 사람으로도 온다고 본다. 삶에 있어 이익은 크게 안 따지지만 손실은 아프기 때문에 많이 생각하고 따져 보게 되는 것 같다.

자연으로 오는 이익은 많지만 또 손실도 많다. 폭우와 폭염과 폭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잘 없지만 지진과 화산폭발, 허리케인과 그런 등등일 것이다. 이번 홍수로 인한 손실은 아마 인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많은 손실을 가져왔을 것이다. 인도네시아에 살면서 큰 비로 인한 물난리, 화산 폭발로 의한 화산재 난리, 지진에 의한 지진난리까지 모두 겪어본 나는 자연 앞에는 장사 없지 하면서 손들고 살아온 지 꽤 오래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삶에 대한 내공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상황으로 오는 시시각각의 손실이다. 예상치 못한 이것은 사람을 가끔 지치고 우울하게 만들기도 한다. 지난 달 7월초 갑자기 싱가포르 여행이 잡혔었다. 큰 아이의 학교를 알아보러 가야 했다. 남편은 늘 바쁘니 내가 가야 했고 혼자 갈 수 없다는 판단에 아이들 것까지 비행기 표를 사고 호텔을 예약했다. 근심 반 설렘 반으로 드디어 족자 공항 B 터미널로 가서 여유 있게 아이들과 아침식사도 하고 이민국으로 들어갔다. 여권 재발급 받는 것까지 해서 내 생각에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갔는데 이민국에 딱 걸렸다. 결론은 리엔트리(재입국) 비자가 만료되어 못 간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이틀 정도 전에 만기가 된 것이었다.

당황해서 남편에게 전화하고 난리를 치다가 허탈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은 남편대로 자기 탓이라 하고 나는 나대로 내 탓이라 하며 서로를 위로하며 아무렇지도 않다고 아이들을 다독였다. 아니 아이들이 오히려 엄마가 걱정되어 엄마를 다독여 주었다. “엄마 괜찮아!” 영어로 “I am okay" 코믹 영화에서 나오는 대사를 아이들에게 날려 주었다. 그런데 사실은 안 그랬는지 하루 자고 일어났더니 잇몸이 붓고 온몸이 아팠다. 그리고 어찌어찌 해서 일주일 후 결국은 싱가포르에 다녀왔다.

이번 싱가포르 여행을 정리하며 손실을 살펴보니 대단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로 3천만 루피아 정도 손해를 본 것이다. 에어아시아 비행기 티켓은 환불이 안 된다고 해서 비행기 표로 1천 팔백만루피아 정도 손해를 본 것이다. 거기다 호텔 연장비용(싱가포르는 호텔일자를 바꿀 때 연장 비용이 있다고 한다)이 있어 500만 루피아 정도 손해를 보았고 리엔트리 비자 신청 급행료로 1천500만 루피아 정도를 썼다. 말도 못하는 손해액에 내가 그날 그렇게 속이 쓰리고 아팠었구나, 잇몸이 부었었구나 하며 뒤 늦게야 이해가 갔다.

머리로 이렇게 손익을 따지기 전에 몸이 손해에 대한 아픔을 더 먼저 감지하고 아팠던 것이다. 정말 스트레스가 사람 잡는다는 말의 뜻을 이쯤에 호되게 경험하고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살면서 더러는 나처럼 참 많은 엉뚱한 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 나처럼 손해를 본 사람들은 속도 쓰릴 터이고, 잇몸도 부을 테고, 머리도 아플 터다. 그럼에도 한편으로 좋게 낙관하는 남편의 말에 동의가 되어 위안을 얻었다. “한국 갈 때 이렇게 안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 그렇긴 하다. 정말 한국 갈 때 미리 체크 못한 리엔트리 비자로 8월에 잡힌 한국을 못 가게 되었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생각하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쪼그라든다. 

글쎄! 사람의 의한 손실은 잘 모르겠다. 아마도 가슴만 파고드는 아픔이겠지? 사람의 의한 손실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 아무튼 산다는 것은 엄밀히 말해 손익계산서라 볼 수 있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을 것이고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지혜롭게 대처하는 것 그 자체도 삶에 이익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기까지 수업료 치고는 한방에 너무 많이 썼다는 생각이 든다. 잘하고 살면 좋겠다. 꼼꼼하게 살면서 실수 없이 손해 없이 이익만 보고 살면 더 좋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라는 게 어디 그런 가? 실수도 하게 마련인 것이다. 아니 실수를 해야 더 사람답게 보이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우리의 삶은 태어난 것만으로도 이미 이익 창출을 한 것 일수도 있다. 누가 아는가? 저 하늘에 태어나지도 못한 수많은 영혼들의 부러운 노래가 바람으로 떠돌고 있을지? 삶, 아무도 모르지만 손실과 이익도 잘은 모르지만 때로는 손실도 미리 겪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받아들이는 지혜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오늘의 깡통의 수다를 마친다. (참고로 한국 가시는 분들 리엔트리 비자 꼭 확인하세요. 이민국에 걸리면 가슴이 아프고 꽤 씁쓸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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