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이성수] 더딘 사랑/이정록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이성수] 더딘 사랑/이정록

시 읽어주는 남자(36)
기사입력 2017.08.09 13:3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내용 메일로 보내기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더딘 사랑

                    이정록

돌부처는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도 없다 

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마라
달은 윙크 한 번 하는데 한 달이나 걸린다


14일 달.jpg▲ 코모도 섬으로 가는 배에서 바라본 달 [사진: 김태호]
 
-----------------------------

그런 시절이 있었다
눈을 감아도 그녀의 얼굴만 보여서
눈꺼풀 안쪽에 누가 언제 그녀의 사진을 갖다 붙여놨나 싶었을 때가 있었다.

한 아름 느티나무며 더운 여름날 오후의 비릿한 담벼락까지 담긴 사진을 보며
참 오랫동안 가슴을 짓이기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래서 눈을 감을 수도 없었다.

하늘에 달은 한 달에 한 번 윙크라도 하지.
나는 열 두 달이 넘도록 말 한 마디 못했다.

그래도
저 달은 내 마음 알까?
달이 지나는 길 앞에 쪼르려 앉아 묻고 또 물었다.



이성수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경희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그대에서 가는 길을 잃다, 추억처럼》이 있다. 

김태호 사진작가는 
인도네시아 생활을 시작한 2002년 경부터 현재까지, 혼자 사진기를 들고 인도네시아 전 지역과 주변 국가들의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 2015년에 2인 사진전 " Through Foreign Eyesㅡ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인상"을 개최했다.


<저작권자ⓒ데일리인도네시아 & dailyindonesia.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기사제보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회원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