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유문호
어느날 인사동 일방통행 길에
나, 체증처럼 얹혀 있었네
오랫동안 만났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그와 책갈피처럼 마주앉아 있었네
그는 그대로 서른을 살았고
나는 나대로 또 서른을 살았네
우리들의 페이지는
오랫동안 만났고 만나지 못했던
그곳에서
한 장도 넘겨지지 않았네
▲ 중부자바 스마랑 시내에 개발되는 최신식 아파트 공사장을 지나는 베짝꾼 [사진: 김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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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느낌표로 만난 적이 있다.
한 사람은 화들짝 놀라고
한 사람은 가슴이 무너지는 듯한 통증으로
느낌표 하나가 또 다른 느낌표 하나를 만난 적이 있다.
광화문 언저리 즈음에서 밤늦도록 술을 마시고
우산 하나 받쳐 들고 길을 걷다가
세월의 벽을 훌쩍 뛰어넘어
너를 사랑해 하고 말하는데
이게 뭔 뜬금없는 소리냐며
호호 깔깔 웃던 세월을 만난 적이 있다
세월을 그만큼 건너뛰었는데도 서로 만나지 못하는 느낌표 두 개!!
이성수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경희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그대에서 가는 길을 잃다, 추억처럼》이 있다.
김태호 사진작가는
인도네시아 생활을 시작한 2002년 경부터 현재까지, 혼자 사진기를 들고 인도네시아 전 지역과 주변 국가들의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 2015년에 2인 사진전 " Through Foreign Eyesㅡ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인상"을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