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이성수]이런 시(詩)/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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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수]이런 시(詩)/이상

시 읽어주는 남자(42)
기사입력 2017.09.2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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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詩)

                          이상

역사를하노라고 땅을파다가 커다란돌을하나 끄집어내놓고보니 도무지어디서인가 본듯한생각이들게 모양이생겼는데 목도들이 그것을메고나가더니 어디다갖다버리고온모양이길래 쫓아나가보니 위험하기짝이없는큰길가더라.
그날밤에 한소내기하였으니 필시그돌이깨끗이씻겼을터인데 그이튿날나가보니까 변괴로다 간데온데없더라. 어떤돌이와서 그돌을업어갔을까. 나는참이런처량한생각에서 아래와같은작문을지었도다.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한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수없소이다. 내차례에 못올사랑인줄은 알면서도 나혼자는 꾸준히생각하리다. 자그러면 내내어여쁘소서」
어떤돌이 내얼굴을 물끄러미 치어다보는것만같아서 이런 시는 그만 찢어버리고 싶더라.


2일 시.jpg▲ 해풍과 파도를 견디고 자리를 지키는 바위와 나무들. 남부 술라웨시(Sulawesi Tenggara) 끈다리(Kendari) 지역 해변. [사진: 김태호]
 

시 읽기 ----------------------------------------

북한산 인수봉만한 바위가 내 가슴에 떡 하니 앉아 있어서 가끔 먹은 것이 체한다.
고기를 먹어도 체하고 국을 먹어도 체한다.
물을 먹어도 밥처럼 체한다.
목구멍으로 들어간 것이 바위를 넘지 못하니 생각도 거기서 꽉 막혀 밤도 낮도 없이 시간을 세지 못한다.

언제 바위는 내 생각 한번이라도 했을까?
내 가슴을 떠나도 그냥 어여쁘게만 씻겨 있겠지.
왜 이 바위는 내 차례가 아닌가?
묵정밭 굴러가는 바위가 내 마음을 물끄러미 보고 있는 것만 같아서 이런 글은 그만 찢어버리고 싶더라.


이성수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경희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그대에서 가는 길을 잃다, 추억처럼》이 있다. 

김태호 사진작가는 
인도네시아 생활을 시작한 2002년 경부터 현재까지, 혼자 사진기를 들고 인도네시아 전 지역과 주변 국가들의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 2015년에 2인 사진전 " Through Foreign Eyesㅡ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인상"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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