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이성수] 풀꽃은 풀꽃끼리/허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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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수] 풀꽃은 풀꽃끼리/허형만

시 읽어주는 남자(50)
기사입력 2017.12.0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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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은 풀꽃끼리

                        허 형 만

풀꽃은 풀꽃끼리 외롭지 않네.
가난이야 하나님이 주신 거
때로는 슬픔의 계곡까지 몰려갔다가
저리 흐르는 게 어디 바람뿐이랴 싶어
다시금 터벅터벅 되돌아오긴 하지만
도회지 화려한 꽃집이 부러우랴
밤안개 아침 이슬 모두 함께이거늘
풀꽃은 풀꽃끼리 외롭지 않네
외로움이야 하나님이 주신 거
사람 속에 귀염받는 화사한 꽃들은
사람처럼 대접받고 호강이나 하겠지만
때로는 모진 흙바람 속에
얼마나 시달리며 괴로워하리.
때로는 무심히 짓밟는 발에 뭉개져
얼마나 피눈물을 흘리리.
시르렁 시르렁 톱질한 박일랑
우리사 연분없어 맺지 못해도
궂은 날 갠 날도 우리 함께이거늘
풀꽃은 풀꽃끼리 외롭지 않네.


시 읽는 남자.jpg▲ 파란 바다를 바탕으로 노란색과 연두색 들풀이 하늘을 향하고 있다. 발리 울루와뚜 해변 [사진: 김태호]
 

시 읽기 -------------------------

꽃은 혼자 피지 않는다. 햇살 한 움큼이라도 더 받으려고 더 솟으려 하지만, 그래도 꽃은 혼자 피지 않는다.
모든 꽃들이 외롭다지만, 외로움이야 하늘이 내린 것. 혼자서 비에 젖는 일도 외롭고 쓸쓸한 일이다.
꽃이야 그저 짓밟히는 날이 있어도 궂은 날도 갠 날도 같이 아파하고 같이 슬퍼하는 것이다.
사람이 밟고 지나간 길에 풀꽃이 스르르 다시 일어서는 것을 보라.
서로 어깨에 묻은 흙을 털어주며 오늘 하루 고생했네 하며 일어서는 것을 보라.
풀꽃끼리, 풀꽃끼리 낮은 곳에서 속삭이는 눈물의 언어를 보라. 


이성수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경희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그대에서 가는 길을 잃다, 추억처럼》이 있다. 

김태호 사진작가는 
인도네시아 생활을 시작한 2002년 경부터 현재까지, 혼자 사진기를 들고 인도네시아 전 지역과 주변 국가들의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 2015년에 2인 사진전 " Through Foreign Eyesㅡ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인상"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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