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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들의 열약한 독서환경 이대로 좋은가?

740만 재외동포들의 ‘독서 불감증’에 관심 두기
기사입력 2017.12.22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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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정(순정아이북스 출판사 대표. 북 칼럼니스트)


재외동포의 문화 욕구, 국가 관심 커졌는데 독서환경은 제자리걸음  

  해외 거주 중인 재외동포들은 글로벌 시대에 한국의 큰 인프라이자 재원이다. 해외에 살면서 지속적인 글로벌 마인드와 자기계발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조건이 바로 ‘독서’이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국가와 민족에 대한 정체성이 빠진 글로벌 인재는 국가의 대들보 역할을 할 수가 없다.     

  인도네시아에는 한국인을 위한 단독서점은 없지만, 한국슈퍼에서 일부 특정 책을 판매하고 있다. 또 각종 밴드에서 책을 사고파는 일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오래된 중고 서적들이 대부분이라 아쉬움이 크다. 지금은 740만 재외동포들을 위한 다양한 도서공급의 시스템을 마련하는 방책이 시급하다. 한국의 차세대는 물론이고 재외동포들의 경제적 문화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더 깊이 ‘독서 불감증’에 빠지기 전에 많은 사람의 관심과 계발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  


23일 독서2.jpg▲ [사진: 조현영]
 


천혜의 독서환경 인도네시아에서 책을 사고 보기 어려워!

2017년도 정유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2017년도를 시작할 때 한국인의 첫 다짐은 ‘독서’였다. 정보분석기업 닐슨코리아는 새해 다짐과 관련된 국내 온라인 및 소셜미디어 버즈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독서와 관련된 버즈량이 가장 많았다’고 밝힌 바가 있다. 한국인들은 온라인 및 소셜미디어상에서 새해 다짐과 관련해 독서를 가장 많이 언급한 것이다. 

그러나 2017년 헌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소추 사건을 겪으면서 2017년 독서의 트랜드까지 악영향을 끼쳐 정치 이슈가 베스트셀러에 즉각 반영되기도 했다. 새 정부 출범 등 숨 가쁜 정치적 흐름이 한 차례 지나간 2018년 무술년에는 스스로 나아갈 길에 대한 물음을 담은 도서들이 관심을 끌 것이라 전망된다.   

인도네시아 거주 한국인들도 새해를 맞이하기 전에 내년에 ‘꼭 한번 읽어보고 싶은 도서’의 독서목록카드나 계획표를 작성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의 베스트셀러도 좋겠지만 지금 나에게 필요한 책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독서 이야기를 꺼내면 푸념부터 늘어놓는 분들이 많이 있다. 왜일까? 인도네시아의 독서환경에 관해서 이야기하면 그 이유를 당장 알게 될 것이다. 

인도네시아로 삶의 터전을 옮기면서 애로점 중 하나를 꼽으라면 사고 싶은 책을 바로바로 마음대로 사볼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요즘에는 해외배송을 하는 대형서점이 생겼지만, 한국 도서를 눈으로 보고 종이 냄새를 맡으면서 고르던 재미와 향수는 일찌감치 반납해야 한다. 

반대로 인도네시아에서 거주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한국에서 일 할 때보다 책을 읽을 시간이 더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이 땅, 인도네시아처럼 책 읽기 좋은 나라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과 같은 동남아시아의 나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국처럼 하루 일정이 빡빡하지 않고 특히 운전기사와 가사도우미, 베이비시터의 도움을 받을 수가 있어서 개인 여가가 확보되고 자카르타의 지옥 같은 차량 정체를 겪어야 하는 직장인이나 사업자들, 등하교하는 학생들, 주부들은 차 안에 머무는 시간이 상당히 길기 때문에 책을 읽기에 이만한 환경이 없어 보인다. 개인 여가 확보가 독서 여건으로는 최상인데 가장 큰 단점은 해외에 거주하는 모든 재외동포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읽고 싶은 책을 쉽게 구할 수 없는 여건이다. 그래서인지 인도네시아 거주 한국인들의 여가생활을 들여다보면, 독서보다는 골프나 여행, 맛집 탐방, 한인 단체 모임 참석, 미용 관리, 신앙생활 등이 주를 이룬다. 

최근 인도네시아에도 젊은 층 동포들이 증가하면서 문화에 대한 욕구는 더 높아지고 국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깊어지면서 모국에 대한 관심도 늘어 그만큼 독서를 취미로 삼고 싶어 하는 잠재독서 인구층이 확대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이는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의 한인사회도 마찬가지이다. 


23일 서점.jpeg▲ 자카르타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  [데일리인도네시아 자료사진]
 

해외 거주 동포들의 각양각색 한국 책 찾기   

물론 인도네시아에도 애독가들이 쉽게 갈 수 있는 현지 서점들이 있다. 한국 동포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자카르타의 경우는 도심 곳곳의 대형 쇼핑몰에 그라메디아(Gramedia)라는 인도네시아 최대의 출판사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서점과 키노꾸니아(Kinokuniya), 북 앤 비욘드(book&beyond), 페이퍼클립(PAPER CLIP)같은 대형서점들이 입점해 있다. 하지만 서점 코너를 둘러보면 영어 원서로 된 책들과 인도네시아어책이 주를 이루고 일부 일본어로 된 책과 한국어를 배우기 위한 일부 한글 교재가 비치된 것이 전부이다. 영어와 인도네시아어가 능통한 한국인들이 자녀의 언어교육을 위해 찾고 있으나 한국인들의 ‘지적 만족감’과 ‘문화생활’을 충족시켜주기엔 역부족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한국의 신간은 보기만 해도 반가운 귀한 존재이다. 여기에서 한국 도서 선물은 한국처럼 흔한 풍경이 아니다. 지금 해외 거주 한국인들은 ‘도서 갈증’을 해갈하기 위해 어떤 경로를 통해서 책을 사서 읽고 있을까? 모두 한 번쯤 경험이 있어서 아마 공감하실 것이다. 

최근에는 한국의 대형서점 한두 곳에서 해외배송을 해주고 전자책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차츰 늘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대다수 한국인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읽고 싶은 책을 한꺼번에 사서 비행기의 오버 차지 요금을 감수하면서 무거운 책을 끙끙 들고 들어 온다. 당장 한국에 갈 상황이 아니면 지인들에게 어렵사리 부탁해야 한다. 

인도네시아 한인사회에서 일부 한국 도서를 만날 수 있는 곳도 있다, 한국슈퍼와 동포들의 커뮤니티이자 온라인 마켓으로 자리 잡은 ‘자카르타 중고나라’ ‘인니맘스’ 와 같은 대표적 밴드에서 중고 책을 구입할 수도 있다. 아니면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온라인 서점 YES24를 이용할 수도 있다. 본인이 책을 직접 구매하는 형태가 아니라면 한인회관과 한국문화원, 한인교회와 같은 종교단체나 한국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해서 읽는 형태이다. 하지만 교통이 불편한 인도네시아 특성상 쉽사리 찾아가기 어렵고 단체에 회원으로 소속이 안 된 사람이 편하게 찾아가 책을 읽고 대여하기란 편하지 않다. 특히 책은 사서 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대여하는 책이 선뜻 내키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가끔씩 인도네시아의 문인협회, 인문창작클럽 등과 정부 관련 산하 기관 그리고 교민단체와 종교기관 등에서 발행되는 무가지의 책들은 동포들이 접할 수 있는 책들이다. 하지만 무료 책의 배포 영역이 한정적이어서 더 많은 동포의 손에 닿기까지의 현실이 녹록지가 않다. 

키노꾸니아서점 1.jpeg▲ 끼노꾸니아 서점은 영어뿐 아니라 일본어와 중국어 서적 등 수입서적을 취급한다.  [데일리인도네시아 자료사진]
 

한국 책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퇴화하였나 

인도네시아에서 거주하면서 필자가 항상 생각하고 관심이 있는 분야가 있다면 단연 재외 동포들의 독서와 독서환경이다. 인도네시아 살면서 놀란 것 중의 하나는 재외 동포들의 독서환경과 저작 활동이 국내보다 너무 열악하다는 점이었다. 인도네시아에 오기 전에도 어느 정도 짐작을 했었지만 직접 와서 현실을 목격했을 때 마음은 착잡하고 여간 걱정되는 것이 아니었다. 

특히 재외동포 2세들의 한국어 능력이 약하고 특히 쓰기 부분은 가장 취약하다고 한다. 읽기, 말하기, 듣기도 한국에서 성장하는 아이들보다 약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러한 열약한 독서환경이 한몫한다고 생각한다. 외국에 산다고 영어나 인도네시아어로 된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다양한 책들이 넘쳐나도 읽지 않은 것과 책이 없어서 읽지 못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그런데 후자 쪽이 재외 동포인 인도네시아 거주 우리 한국인들의 현실이다. 

이러한 열약한 환경을 반영하듯 폐단으로 저작권을 위반한다는 사실도 모른 채, 책을 불법으로 복사해서 공부하고 복사된 책을 선물까지 한다. 이는 저작권과 전송권이 강화되고 있는 한국에서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 정말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또한, 우리나라 대표 출판사들이 주빈국으로 참가했던 ‘인도네시아 국제도서전’에 참여할 기회가 2번이 있었는데 국제도서전 현장에서 우리 한국인들의 적은 참여도와 무관심을 지켜보면서 매우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다. 


재외 동포들의 열약한 독서환경, 개선책이 시급하다

이러한 독서환경이 비단 인도네시아뿐일까? 그렇다면 한국의 우리 정부와 기관 단체에서는 ‘740만 해외 거주 재외동포의 독서환경’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있을까? 독서환경 개선 문제를 개인적인 사항으로 바라보기에는 많은 동포의 독서율은 이미 적신호이다. 국내에서도 예전부터 재외동포들의 낮은 독서율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 바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시급한 독서 현실을 개선하려면 어떤 점들을 점검해야 할까?

첫째, 재외동포들의 독서율이 낮은 이유는 책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스마트폰과 PC 등 인터넷 환경으로 다양한 읽기가 가능해졌지만, 전자매체의 특성상 사고력 향상에는 미흡한 점이 있다. 한국에 필요한 인재육성을 위해서라도 재외동포 자녀들에게 더 많이 읽을 책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성인은 물론이고 아동 중심의 책이 더욱 필요하다. 해외 거주 가정에서 자녀들에게만큼은 아이의 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해서 모국어로 된 좋은 책을 읽게 해주고 싶은 것은 모두의 공통된 마음이기 때문이다. 일부 한국의 단체에서 종종 재외동포들에게 책을 기증하고 있는데 이 정도의 책 기증이 과연 재외 동포들의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실질적으로 문화적 갈증을 채워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둘째로, 국가나 단체로부터 증정 받거나 한인사회의 도서관에 비치된 책들이 동포들에게 정말 필요한 책들인지도 점검해 보아야 한다. 독서 생활과 독서교육에 있어서 읽는 이의 눈높이에 맞춘 책을 선별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필요한 책을 갖추려면 책을 선별하는 데 큰 노력과 전문성이 필요하다. 한국의 담당자들은 현지의 여건과 생활상 그리고 문화를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에 정말 우리 동포들에게 필요한 책이 무엇인지 알기가 쉽지가 않다. 따라서 주체의 편의에 의한 책이나 무작위로 기부를 한 책은 지양되어야 한다. 

셋째는 책 수급을 위해 가장 어려운 문제는 ‘책 배송’이다. 해외에서의 요청으로 한국의 출판사가 직접 배송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구입하는 책값보다 배송비가 더 비싸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많은 책의 공급을 확보하려면 책 배송의 현실적인 문제를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책을 수입할 때 물류비와 관세가 비싸고 심지어 어떤 나라는 받는 사람이 세금을 내야 해서 책을 받기를 꺼리기까지 한다. 아울러 책을 보내는 문제 못지않게 책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 도서관을 운영 중이라면 관리하는 기관에서 신간을 지속해서 공급하는 등 이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넷째, 해외인 특성을 고려해서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네트워크 창출이 중요하다. 국가기관, 종교단체, 기타 공동체와의 네트워크를 유지해 협력의 지속성과 공고성을 강화해야 한다. 재외동포를 담당하고 있는 국가기관의 정부산하기관은 물론이고 재외동포 관련 기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또한, 한국문화원, 세종학당, 한국교육원, 한국학교 등의 협조를 통해 체계적으로 접근해 나아가야 한다. 기업의 차원에서도 더욱 독서환경 개선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관심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독서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다섯째, 민간 차원의 노력으로 한인 단체가 자발적으로 독서토론모임, CEO 독서경영모임, 주니어독서교실, 글쓰기 학교 등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다양한 문화시설이 생겨 문화 격차가 줄어들고 있지만, 공공기관이 하든 사설로 운영하든 도서관의 숫자를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한다. 특히 독서 생활의 중요성을 각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알려 학생과 교사, 학부모 간 끈끈한 유대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 기업에서는 매월 ‘추천 도서’를 정해서 한국인 동료들끼리 책을 권하고 독서토론을 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 더 욕심을 부려본다면 독서환경의 중요성을 각 언론사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해 주어야 한다.

끝으로 여섯째는 모든 여건과 제반 사항이 열약하다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올바른 독서 생활을 위한 노력이다. 누군가가 해결해 주길 기다리기 전에 나만의 ‘셀프 독서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열약한 독서환경 속에서 자신이 시간을 쪼개어 나만의 독서환경을 재세팅하는 일이다. 각 한국인 가정에서는 우리 가족만의 ‘미니 도서관’을 만들어 본다든지 가족들끼리 정기적으로 책을 읽고 독서일지를 작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책에 대한 투자는 언제나 정직한 법이다. 특히 한인사회라는 공동체를 넘어서 글로벌 시대에 경쟁력을 키우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은 우리들의 사고를 유연하게 해주어 정체되는 것을 막아주고 순환시켜주는 순기능의 역할을 한다. 해외 생활을 하면서 인적네트워크가 적은 상황에서 자신의 가장 안전한 멘토는 책이다. 2018년 새해에는 한국 동포 모두가 ‘독서목록 리스트’를 작성하고 책을 좀 더 가까이하게 되길 소망해 본다.

그라메디아서점 입구 2.jpeg▲ 그라메디아는 인도네시아 최대 도서 출판 및 유통 업체인 그라메디아그룹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서점이다. [데일리인도네시아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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