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에세이] 구눙 아궁 (Gunung Agung)/ 이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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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구눙 아궁 (Gunung Agung)/ 이강현

인문창작클럽 연재
기사입력 2017.12.2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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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강현 


구눙아궁1.jpg▲  이강현 삼성전자 인도네시아 부사장이 아궁 화산 분화 이재민 구호에 나섰다. [사진: 이강현]
 
터질것 같더니 안 터지고..

발리에 있는 아궁산이 벌써 3개월 넘게 Siaga(비상 사태)단계만 올렸다 내렸다 하며 터지지 않고 있다.

아궁 산은 발리 섬에 있는 활화산으로 성층 화산이다. 그래서 그눙 아삐(불산)라고도 하며 높이는 3,142m이다. 1808년 이후에 수차례에 걸쳐 분화를 했으며, 특히 1963년의 대분화는 2,000여명의 목숨을 앗아 갔다. 또한 발리 사람들에게는 우주의 중심인 수미산으로 신성하게 여겨지는 산이기도 하다. 한 전설에 의하면 이 산은 최초의 힌두교인들에 의해 가져온 수미산의 파편이라고 한다.

9월부터 화산 분화가 시작되어 4만 5천명의 이주민이 230개 대피소로 무작정 거주지를 옮겨 생활 하기 시작했고.

며칠전 대한민국을 떠들썩 하게 만들며 전세기를 띄우고 난리가 났던 그 산은 오늘은 잠잠하게 숨고르기를 하고 있고 나는 그 산 언저리 한 대피소를 방문했다.

대피소라면 무작정 팽목항이 떠올라 을씨년스럽지만 이곳은 생각보다는 평온 했다. 천명에 이주민들이 군 소재 체육관 안과 밖에 텐트를 치고 생활 하고 있으며, 어린이들은 인근 학교에 다니고 있고 아낙네들은 힌두 의식에 쓰이는 Canang Sari(작은 대나무 둥지)를 만들며 소일거리와 돈벌이를 하고 있고 젊은 남자들은 낮에는 일터로 나갔다가 저녁에 돌아 온다고 한다.

그들은 그눙 아궁이 빨리 터지기를 간절히 기도 하고 있었다. 고향으로 하루 빨리 돌아가 이 지굿지긋한 대피소 생활을 청산 하는 바램도 바램이거니와

화산 폭발 후 비옥해진 옥토에서의 찬란한 수확을 꿈꾸기도 하고 인근에 화산재를 건설 현장에 팔아 목돈을 챙길 궁리를 하고 있다고들 한다.

1963년 화산 폭발때는 지진이 난거 같이 히루에 몇번씩 땅이 흔들리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해서 결국은  2년만에 터졌다고 하니 이번에도 하염없이 이런 생활에 익숙해 질수 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걸 그들은 누구보다도 어렵지 않게 받아 들이고 있는 것 같았다.

구눙아궁2.jpg▲ 이강현 부사장이 아궁 화산 대피소에서 세탁기 설치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 이강현 제공]
 

10만불을 들여 일단 이들을 조금이라도 돕기로 결심했다.

모든 대피소는 아니지만 3개 대피소에 천막을 치고 세탁기와 냉장고, 전자렌지, TV를 설치했다.

이주민들에 빨레를 돕고 음식물을 보관하고 데워먹게 하고 어린이 놀이방을 꾸미기 위해 TV를 설치하고 도화지와 색년필을 나누어 줬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기약 없는 대피 생활이지만 삼성이 먼저 나서면 다른 기업들과 여러 단체들에 관심으로 좀더 많은 지원에 손길이 닿을 수 있으리란 기대감으로...

내가 만약 대한민국 어느 천재지변으로 생겨난 대피소에 와 있다면 여기 계신 분들이 느끼는 엄청난 불편함과 상실감에 대한 울분이 부족한 정부지원에 대한 강한 비난으로 쏟아 질텐데. 여긴 너무 고요하고 평화롭다. 

취재 기자들에 자신에 입맛에 맞는 기사를 위한 선풍기식 질문도 없고... 이게 국민을 위한 정부인지 정부를 위한 국민인지 모를...그저 그들은 하늘에 뜻이거니 자연 섭리를 받아 들이고 조금 더 불편함을 감수하고 기약 없는 하루하루를 기도로 보내고 있는 것이다.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운 11살 소년에 눈빛엔 장난기와 평화로움이 가득하다. 이게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인도네시아이고 이래서 나는 이 나라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구눙아궁3.jpg▲ 이강현 부사장이 구눙아궁 화산 분화 이재민과 대피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이강현 제공]
 


*** 인문창작클럽(INJAK) 소개 
인문창작클럽 (인작: 회장 박정자)의 회원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인으로 구성되었으며, 개개인의 다름과 차이를 공유하고 교류하면서 재인도네시아 한인사회를 조명하는 새로운 시각이 되고자 노력하는 모임입니다. 

*** 인작회원들의 글은 데일리인도네시아와 자카르타경제신문에 동시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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