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시경] 북/채풍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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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 북/채풍묵

기사입력 2018.01.1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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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詩鏡 - 시의 거울에 비추어보다 <박정자>
  
‘매일 밤 9시, 엄마와 딸 서로를 밟아준다’는 신문 기고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밟으면서 킥킥 밟힌 자리에서 음음, 웃음과 신음이 뒤엉키면서 지난 얘기가 되고 마음에 품었던 얘기가 되는 모녀의 밤이 정겹게 애틋하게 녹아 있었습니다.

채풍묵 시인은 ‘밟혀보니 알겠다’, ‘가장 좋은 소리를 내는 북은 평생 농사일로 늙은 소가 벗어준 옷을 입은 것’이라고 시를 썼습니다. 

그래서인지 북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치유와 화해를 향해 열려있습니다. 엄마와 딸처럼 서로를 밟아주면서 살아온 날들의 주름을 펴는 일은 그 마음 안에 둥근 북소리를 키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1일 시경.jpg
 


북 

/ 채풍묵

사물놀이를 시작한 아들에게
등허리를 맡기고
북으로 누워보니 알겠다
더 세게 두드리라는 말
맞아보니 알겠다
가장 좋은 소리를 내는 북은
평생 농사일로 늙은 소가
벗어준 옷을 입은 것이라는 말
밟혀보니 알겠다
늙은 소는 북채로 때릴 때마다
찌뿌드드한 소리 움찔움찔 주무르고
저린 소리 납작납작 밟아 펴면서
제 가죽 안에 한 소리를 길렀을 것이다
음, 좋은 소리는 시원한 소리였구나
꼭꼭 밟고 주무르고 두드려야
새어나오는 둥근 소리를 담고
뚜벅뚜벅 흙을 디뎠던 게다
한 발 한 발 둥 둥
땅의 소리로 기둥을 세워
하늘 아래 사물이 담기는
놀이의 집을 지었을 게다


박정자 
1991년 시인 등단하여 <그는 물가에 있다> 등 6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사람과 사물의 내면에 귀기울이는 시창작으로 경기문학상과 서울신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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