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詩鏡 - 시의 거울에 마음을 비추어보다 <박정자>
사람들은 ‘드라마 같은 삶’이라고 말을 합니다. 노력하면 이루어진다는 믿음과 늘 행복한 화해로 끝나는 드라마처럼 우리의 삶도 정말 드라마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사람들은 억지스럽고 비현실적이라고 불평하면서 여전히 텔레비전 앞에 앉아있습니다. 드라마 시청률은 결코 줄어들지 않습니다. 아마도 그 안에 담긴 역전의 통쾌함과 위대한 결말에서 대리만족을 얻기 때문일 것입니다.
드라마에 빠지다
/ 나호열
언젠가는 끝난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데
그래도 기다린다
마지막은 언제나 해피엔딩
끝내 악인이 몰락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마음을 졸이고 불끈 두 주먹을 허공에 내지르기도 하는데
그것은 말도 안 되는 거짓말
그 거짓이 내가 바라는 열망
소실점 밖으로 주인공이 사라져 갈 때
행복의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나는 또 다른 복선의
우연의 우연으로 얽혀진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가련한 사내를 기다리면서
주머니를 뒤집고 또 뒤집어본다
지금 꿈꾸고 있나 ?
박정자
1991년 시인 등단하여 <그는 물가에 있다> 등 6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사람과 사물의 내면에 귀기울이는 시창작으로 경기문학상과 서울신인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