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김은숙] 아름다운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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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아름다운 거래

깡통의 수다 21
기사입력 2018.03.2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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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자바의 문화 천년의 고도, 족자에서 사는 김은숙 작가가 <깡통의 수다>를 데일리인도네시아에 연재합니다. 문득 자신의 삶이 깡통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깡통 속에 무엇을 담고 있는 지 스스로 궁금해졌다고 합니다. 김 작가는 족자에서 사업을 하는 남편을 내조하고 사남매를 키우면서 사나따다르마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고 수필집 두 권을 낸 열혈주부 작가입니다. 현재 사나따다르마대학교 인도네시아문학과에 재학 중이며, 족자 한글학교 교장으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하늘이 고운 날씨다. 지금쯤이면 족자에 도착할 시간이다. 왔을 시간이다. 동생 같은 지인과 가족이 일이 있어 싱가포르에 가서 내 아이들에게 맛있는 저녁을 사주었다고 한다. 집 떠나서 자기 가족 챙기기도 버거웠을텐데 신경 써서 내 아이들까지 챙겨주는 지인을 만들었으니 나의 삶은 잘 살아 온 거다. 거래로 따지면 좋은 거래를 만들었기에 이런 감사한 결과가 생기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본다.  

     사람과의 관계를 거래로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어쩌면 사는 것 자체가 거래에서 시작해 거래로 끝나는 것 같다고 나는 본다. 물론 나라는 한사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거래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원초적인 거래는 부모 자식 간의 거래라고 본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이미 작은 사회가 형성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회에 나가서는 선후배와 지인들과의 거래라고 본다. 부모 자식 간에 무슨 거래가 있겠냐고 생각을 할지 모르지만 사랑을 주고받는 아름다운 거래가 깊숙하게 내재되어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 사회에 나가서 친구와 선후배, 지인들과의 거래는 돈이 성패를 좌우할지 모른다는 위험한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사람의 관계는 결코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 시아버님의 삶을 봐 오면서 알게 되었다.

할아버지와 손자들.jpg▲ 할아버지와 손자들 [사진: 김은숙]
 
     2월의 마지막 주 열흘을 한국에 다녀왔다. 시아버님이 이제 연세가 있으셔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다녀왔다. 아직 정신이 있으실 때 아이들과 한번이라도 더 뵙겠다고 급하게 비행기 표도 끊고 허겁지겁 나갔다 왔다. 우리가 들어올 때 아버님이 내게 하신 말씀이 귀에 맴돈다. “내가 이제 늙어 몸이 이렇게 되었으니 살아있으면 너희를 한 번 더 볼 것이고 떠나도 어쩔 수 없다”고 하셨다. 집으로 돌아와서 정말 2주가 넘도록 마음이 공허했다. 사람이 살면 무엇을 할까? 나처럼 10년을 넘게 공부를 하는 사람이 공부는 해서 무엇을 할까? 정말 큰 공허함에 빠져 헤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아버님의 삶을 돌아보니 또 힘이 나기도 한다.

     우리 시아버님은 살아오시면서 진솔한 거래를 하셨다고 본다. 6.25 전쟁에 5년 동안 참전하셨던 참전용사이셨다. 평생을 땅만 파고 사셨던 진솔한 농부셨다. 없는 살림에 자식들을 키우며 버팀목으로서의 역할도 모두 해내셨다. 한 사람으로 태어나 없이 살았어도 사람의 도리라는 것을 저버리지 않고 시골에서 지고지순하게 살아오셨다. 나는 결혼 후 시댁으로 들어가면서 정말 놀랬다. 단양이라는 이런 첩첩산골 시골에서 올망졸망 7남매나 되는 자식들을 키우신 시부모님이 대단하게 여겨졌다. 아니 감사했다.

     시아버님이 내게 하신 말씀은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해준 게 없어”라고 늘 말씀하셨다. 내가 생각하건데 좋은 거래의 기본을 말씀하신 것 같다. 해준 거는 기억 못하시고 받은 것을 많이 기억하시는 시아버님이셨다. 그런 시아버님께 나는 첫 며느리어서이었는지 몰라도 사랑을 많이 받았고 즐거운 추억도 많이 만들었다. 시아버님은 살아오시면서 그저 자식들에게 아버지로서 묵묵히 버텨온 거래를 한 것이다. 그래서 시아버님의 삶이 감사하고 존경스럽다. 우리 남편도 아버님과 같은 아름다운 성품을 가져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와 아들.jpg▲ 아버지와 아들 [사진: 김은숙]
 
     내가 가장 높이 사는 사람들은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잘 지키는 어르신들이다. 나는 그분들에게 무언의 박수를 한껏 보내고 싶다. 요즘 사람들은 성격차이로 또 다른 많은 이유로 이혼을 한다. 이것은 요즘 현대인들에게 있어 흐름이라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할 수 있다면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지키는 아름다운 거래를 해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시아버님의 지금의 생활이 말해주고 있다고 본다. 없는 살림에 자식들 다 장성시켜 놓으셨으니 그 형제들이 수시로 병문안을 다녀간다고 한다. 나 또한 아버님을 뵙고 와 아버님을 어찌 보낼 수 있을까? 보내 드려야 하나? 그런 아픔이 나를 주체하지 못하게 했는데 우리 남편은 그 마음이 어떨까 해서 가슴이 쓰리다. 그처럼 며느리인 나조차도 시아버님을 사랑하고 감사하고 있다.

     부모 자식 간에 돈이 없어도 부모라는 이름으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진 거래! 세상이 변해도 가장 아름다운 거래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나도 아버님과 같은 아름다운 거래를 하고자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다. 살면서 사람과의 관계에서 참고 살기는 참 어렵다. 특히 자식을 키우며 얼마나 가슴이 터지는지 가끔은 울컥할 때가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 중에 은근 사람들을 상하게 하는 이상한 사람들을 더러 만나는 세상에서 참고 살기는 더 어렵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참 안된 사람이구나 하며 지나가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왜냐하면 불같은 성질로 관계를 망치는 것은 한 순간이다. 즉 선업을 쌓는 것이 악업을 쌓는 것 보다 훨씬 어렵다고 본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선업을 쌓는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즉 좋은 거래를 하기 위해 참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삶에서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수십 년을 선업의 공을 들이며 아름다운 거래를 하며 산다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엔 더 아름다운 거래들을 하면서 살아가게 될까? 그러기를 바라면서 오늘 하루도 시작해 본다.

     나는 지금까지는 이웃들과, 지인들과 그리고 가족들과 거래를 잘해왔다고 본다. 아니 좋은 관계를 만들어 아름다운 거래를 만들어가고자 노력해왔다. 내 주위에 좋은 분들이 많은 것은 그들의 아름다운 거래에 내가 함께 어우러졌다고 보면 된다. 사람의 삶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늘 내가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좋은 말만 하고 살아도 부족한 세상이다. 또 좋은 사람들과 아름다운 거래를 하면 살아도 부족한 세상이다.’ 망설임 없이 살아야 할 것이다. 사람과 사람끼리 아름다운 거래를 하며 늙어간다면 이 또한 후회 없는 삶이되지 않을까? 하고 오늘을 정리하고 이제는 정신을 차리고 일상으로 돌아와야겠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버님의 희생적인 삶에 보답하려면 나도 가족과 이웃과 더 잘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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