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시경] 마음의 문신 / 정공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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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 마음의 문신 / 정공량

기사입력 2018.03.3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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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詩鏡 - 시의 거울에 마음을 비추어보다 

외국에 정착해서 살다보니 여행을 목적으로 오는 친척이나 친구들을 손님으로 맞이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길게는 한 달 넘게 머물다 가기도 하는데 그들에겐 한결같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여행의 막바지에 이르면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며 무척 아쉬워한다는 것입니다. 갑자기 생각난 것처럼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진다는 것입니다.

삶이라는 여정에서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마지막 날이 다가오면 미처 하지 못한 많은 일들 앞에서 허둥대고, 한없이 아쉬워하겠지요. ‘오늘이 마지막 날처럼 살라‘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생각을 바꾸어보는 것도 좋겠죠. ‘오늘은 남은 인생의 첫날이자 어제 죽은 자들이 그렇게도 소망했던 내일’이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180329.jpg
 


마음의 문신 

/ 정공량

아침 출근길에 횡단보도 신호등을 건너려는데
길 건너 쪽에 천원마켓이 보이고
유리창에 휘갈겨 쓴
“오늘 마지막”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오늘 마지막”이라고 하였으니
이 가게는 곧 정리가 될 것이다,
“오늘 마지막”이라고 하였으니
햇살은 마지막 발자국을 찍고 간 뒤였다 

이 글씨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오늘 각자의 마지막 날처럼 살라 하는
문신이 다시금 환하게 새겨질 것이다 

파란불의 신호등이 켜지기를 기다리자
후두둑 몇 방울의 빗방울이 듣는다
저 무심한 빗방울 사이로
분주히 새들이 날아간다
세상의 마지막 날처럼


박정자 
1991년 시인 등단하여 <그는 물가에 있다> 등 6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사람과 사물의 내면에 귀기울이는 시창작으로 경기문학상과 서울신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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