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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온라인 공간/박준영

인문창작클럽 연재
기사입력 2018.04.0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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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온라인 공간

글: 박준영

공간의 여러 사전적 의미 중 ‘어떤 물질이나 물체가 존재할 수 있거나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자리’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는 어느 때부터인가 ‘인터넷 공간’, ‘온라인 공간’ 이라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사용해오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물리적으로 어떤 물체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에 ‘공간’이라는 수식어를 쓰기에 충분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를 흔히 ‘인터넷 강국’이라고 부릅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휴대전화 온라인 애플리케이션으로 버스나 지하철 도착 시간을 정확히 예측하거나, 지하철에서도 초고속 인터넷이 연결되는 것을 보며 놀라워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 있습니다. ‘인터넷 강국’의 재외동포로서인도네시아 인터넷 기술의 발달을 보는 감회는 남다릅니다. 마치 우리의 몇 년 전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이들만의 방식으로 발전하는 것을 보며 색다름을 느끼기도 합니다.

Internet World Stats에 따르면, 2018년 인도네시아 전체 인구 대비 인터넷 사용자는 53.8%으로, 총 1억 4천만명이 넘습니다. 인도네시아에는 중국, 인도, 미국, 브라질에 이어 세계 다섯 번째로 많은 인터넷 사용자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약 4천 8백만명의 인터넷 사용자가 있으며 전체 인구 대비 사용자 비율은 약 81.5%입니다. 사용자 비율은 우리가 훨씬 높지만, 전체 사용자 수는 무려 1억명 차이로 인도네시아가 많습니다. 2011년 18%에 불과하던 사용자 비율이 7년 사이 53.8%로 증가했고, 앞으로 더 증가할 것이라 예측합니다. 이처럼 인도네시아에서 인터넷 사용자의 급증은 인도네시아 사회를 다양하게 변화시키고 있을 것이라 쉽게 추론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사용자의 증가는 여러 휴대폰 제조회사의 중저가 스마트폰의 출시와 함께 더 빠른 속도로 인도네시아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인 중 선불 요금제 사용자 중 전화나 문자 요금은 없어도 인터넷 요금은 꼬박꼬박 챙겨 넣는 모습을 자주 목격합니다.

제가 인도네시아의 인터넷 기술 발달을 체감한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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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 시내 도로에서는 인터넷 쇼핑몰 옥외 광고물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Lazada, Tokopedia, Bukalapak이 대표적인 온라인 쇼핑몰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소셜 미디어 인스타그램을 통한 상행위가 성행합니다. 저도 특별한 물건을 구입해야 할 때는 아예 인스타그램이나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합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배송사고나 상품을 속여 파는 사례가 자주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부작용들이 많이 보완된 것 같습니다. 오프라인 상점을 운영하던 이들도 온라인 상점을 동시에 운영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온라인 상점은 인도네시아 유통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인도네시아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또 다른 사례는 대중교통에서도 드러납니다. Go-jek, Grab, Uber등 온라인 예약 대중교통 서비스가 인도네시아 대중교통 체계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3~4년 전, 오토바이택시인 오젝(ojek) 정거장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던 오젝 기사들의 수는 눈에 띄게 줄었고, 제가 사는 동네의 몇몇 오젝 정거장은 이미 없어졌습니다. 거리에는 온통 각 회사를 상징하는 초록색, 주황색 오토바이 헬멧 천지입니다.

한동안 Go-jek, Grab, Uber등 온라인 대중교통 서비스를 반대하는 택시기사, 앙꼿 기사들의 시위가 자주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발리 등 여행지에서는 택시 운전기사 노동조합에서 Grab, Uber 등의 온라인 주문 서비스를 반대하기도 합니다. 제가 작년 발리를 여행할 때, Uber를 이용하려 했더니 운전기사가 인적이 드문 곳에서 탑승하길 원했고, 휴대폰을 들고 기다리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 운전기사에 따르면, Grab이나 Uber 등으로 영업을 하다 들통나면, 기존 대중교통 종사자들이 타이어에 펑크를 내는 등 자동차에 손해를 입힌다고 합니다.

이처럼 인터넷 기술의 발달이 인도네시아에 꼭 긍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우리나라와 같이 인터넷 기술이 발달한 사회에서는 ‘데이터 주권’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데이터 주권’이란 말 그대로 내 정보를 보호할 권리를 갖는 것입니다. 1949년 소설가 조지 오웰은 자신의 소설 <1984>를 통해 개인의 ‘데이터 주권’을 침해하는 ‘빅브라더스’에 대한 경고를 하기도 했습니다. 조지오웰의 우려는 어느 정도 현실이 된 것 같습니다. 일례로 주민등록번호 유출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자, 우리나라에서는 작년 5월,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할 수 있게 됐습니다. 얼마 전에는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파문이 있어 많은 페이스북 이용자가 탈퇴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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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는 종교와 결혼 여부, 직업 등 우리나라 주민등록증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KTP(인도네시아 주민증)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개인에게 식별번호를 부여하는 것은 통치권력의 편리함을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식별번호에 따른 개인 정보를 철저히 보호했어야 하는데, 그런 믿음을 주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숫자, 문자 등으로 개인에게 식별번호를 부여하여 개인정보를 범주화 하는 것은 이 정보를 수집하여 악용하거나 이윤을 추구하는 이들에게도 편리함을 줄 것입니다.

인도네시아는 이런 우려로부터 자유로울까요? 인도네시아에서 어떤 기관에 등록할 일이 있을 때, 개인 정보 보호, 관리에 대해 세심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개인정보를 요구하거나 주는 쪽 모두 너무 쉽게 개인 정보를 주고 받습니다. 학교 등 기관에 등록할 때, 종종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입력해도 별다른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습니다. 그 정보를 타인이 쉽게 열람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부 기관의 개인 정보에 대한 허술한 관리를 경험할 때면 항상 ‘이래도 괜찮을까?’라는 생각으로 뒷맛이 개운치 않습니다. 

최근 EU는 오랜 논의 끝에 일반개인정보호규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을 제정했습니다. 데이터 수집 거부권, 개인 데이터 삭제 권리 등에 대한 규정을 명문화했습니다. ‘데이터 주권’에 대한 가장 선도적인 조치라 할 수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도 인터넷 기술 발전과 확산을 위한 노력과 함께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방안도 함께 논의돼야 합니다. 당국이 이미 제시된 보호 조치를 참고하여 편리하면서도 안전한 온라인 공간을 만들기 위한 조치를 취하길 바랍니다. 이로 인해 인터넷 기술 발달이 모든 인도네시아 시민들을 이롭게 하는 발전이 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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