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신성철]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신발산업의 현재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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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철]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신발산업의 현재와 미래"

기사입력 2018.05.0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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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90d5ccc6f24a1b47e179d359a7ab80_we6uHmYcVXWLkSDyU2.jpg첨단 자동화 설비를 갖춘 '파크랜드 월드 인도네시아(PT)'의 중부자바주 즈빠라 공장. 2016.9.8 [데일리인도네시아 자료사진]
 
[편집자주] 이 글은 지난 4월 인도네시아 관련 연구단체인 '인도네시아포럼'에서 발제한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연구원인 엄은희 박사의 ‘신발산업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변화와 한인기업공동체의 공간전략’이라는 제목의 조사ㆍ연구 보고서와 한국 언론의 기사문을 토대로 작성되었다.

글 : 신성철 데일리인도네시아 대표


신발산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인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도네시아에서 한국계 신발업체들은 건재할까?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이 생산비 절감 등을 위해 자동화(로봇) 공정을 늘려가고 있다. 이에 아시아를 중심으로 비숙련ㆍ저임금 근로자의 실직 우려가 커졌다.

최근 나이키는 첨단 제조기업인 ‘플렉스(Flex)’와 협력해 스포츠화를 생산하고 있다. 플렉스는 액티비티 트래커인 ‘핏빗(Fitbit)’과 레노버의 서버를 생산해주고 있는 정보통신 제조업체다. 독일의 ‘아디다스’는 23년 만에 자국 신발 공장을 가동시켰다. 해외에 있던 생산시설을 다시 자국으로 옮기는 이른바 ‘리쇼어링(Re-shoring)’ 돌풍을 일으켰다. 100% 자동 로봇 공정을 통해 10명의 상주인력으로 600명이 작업하던 연간 물량 50만 켤레를 생산한다. 신발 생산공장의 자동화가 향후 신발 산업의 미래, 아시아 지역 생산 공장 운영, 아시아 지역 신발 노동자들의 고용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을 예고하는 사례다. 이는 신발산업이 더 이상 저임금을 찾아 다른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할 필요가 없으며 노동집약적인 산업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스포츠화의 경우 1970년대까지는 일본이, 1980년대~1990년대 초까지는 한국이, 1990년대 이후에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와 중국이 전 세계 공급기지의 역할을 맡고 있다. 1980년대 말 한국사회의 민주화에 따른 노동쟁의 증가, 가파른 원화 절상 및 임금상승에 따른 제조비 상승에 따른 채산성이 급격하게 악화하면서 국내 노동집약형 중소기업들이 해외진출을 모색하게 됐고, 대상지로 동남아와 중국이 부상했다. 인도네시아는 1990년 전후 한국의 중소자본이 가장 선호한 투자대상국으로, 짧은 기간 동안 노동집약적 부문을 중심으로 ‘최초이자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졌다.

또 한국과 대만의 업체들이 대거 중국과 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이전시킨 배경에는 나이키, 리복,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의 신발산업의 빅바이어들이자 브랜드 마케팅 기업들이 저개발국가인 동남아와 중국 등으로 OEM(주문자상표 부착생산) 수입선을 대거 전환하였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에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노동집약적 산업의 기업들 중 일부가 신규 투자처로 부상한 중국과 베트남 등지로 한번 더 옮겼다. 이는 1993년 이후 인도네시아의 최저임금 인상율이 연간 10%를 상회함에 따라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비 절감 효과가 낮아지고 대안적인 생산기지이자 한국에서 더 가까운 중국과 베트남의 부상이 동시적으로 작동하였기 때문이다. 이후 2008년부터 중국의 생산원가가 급속도로 인상되면서 중국으로 진출했던 한국계 기업 중 일부는 한국으로 U-턴하거나 인도네시아로 재이전하기도 했다.

한편 인도네시아에서 한국계 투자기업들은 1980년대 중반 이후 반뜬 주 땅그랑을 중심으로 클러스터를 형성해 왔다. 이에 따라 땅그랑은 수도권의 대표적인 한인 집중 거주지로 부상했고, 신발회사 직원들이 썼던 생활비는 땅그랑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중국과 베트남이 새로운 생산기지로 부상하였고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인도네시아의 사회경제적 혼란은 과거의 관행에 익숙했던 대부분의 한국계 신발기업의 존속을 어렵게 만들었다. 이에 1세대로 분류될 수 있는 인도네시아 내 한인 신발기업인 가루다인다와, 동조, 스타윈, 코리네시아, 태화 등이 2005년을 전후하여 폐업 절차를 밟는다.

신발조형물.jpg과거 신발산업 중심지 부산진구에 신발 조형물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 집권 후 인도네시아 정치와 사회가 안정되고 대외여건이 변화하면서 제조업이 회복하기 시작했고, 재인니한국상공회의소(Kocham)와 재인니한국신발산업협의회(KOFA)를 중심으로 다시 반등의 기회를 마련했다. 특히 2005년 파크랜드의 풍원제화 인수는 신발업계의 재도약을 촉진했다. 파크랜드는 남성복 생산 설비 노하우를 신발 생산라인에 접목하고 아디다스와 공동연구센터를 설립했다. 또 이를 기반으로 공장을 증설하면서 생산시스템을 자동화하는 데 앞장섰다.  
 
최근 자바 섬 내 최저임금 차별화의 이점과 조꼬위 정부의 국토 균형 발전 정책에 부응하여 중부 자바주 즈빠라와 살라띠가 지역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조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6년 이후 한국계 신발업체의 인도네시아 내 이동(반뜬주에서 중부자바로)이 현실화되고 있는데, 화승, 파크랜드, KMK 등 대기업들이 이러한 대이동을 주도하고 있다.

더 나아가 중국과 동남아국가들의 현지 인건비의 지속적인 상승 그리고 국가 및 지역 차원의 산업 정책의 변화 등에 따라 해외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운영 중인 기업들은 생산비 증가와 경영한계에 직면했다. 다른 한편 로봇 및 3D 스캐닝 및 프린팅 기술의 혁신 및 도입속도가 빨라지면서 신발산업 내에서 고기능·고품질 제품군들은 기술 수준이 높고 시장이 가까운 본국으로 유턴하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독일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되는 독일 안스바흐의 아디다스 스피드 팩토리(speed factory)의 사례나 최근 중국에서 부산으로 유턴하는 한국기업들의 사례는 신발산업의 미래 역동성이 얼마나 크며 이에 대한 계획적인 준비가 필요함을 잘 보여준다.

시티뱅크 조사에 따르면 나이키는 플렉스의 제조공정을 활용해 ‘2017 에어 맥스(Air Max)’ 신발을 생산하고 있다. 플렉스는 그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접착 공정을 자동화하고 소재 커팅 작업에 레이저를 활용하고 있다. 플렉스는 신발 설계에서 생산까지 소요되는 리드타임(lead time)을 3~4주로 줄이겠다고 나이키 측에 약속했다. 이를 통해 나이키는 인건비 50%, 재료비 20%를 절감하고 매출 이익 12.5% 포인트 증가 효과를 거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플렉스 시스템을 다른 곳으로 확대할 경우 급격한 일자리 감소가 우려된다. 특히 나이키 신발 생산량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중국 공장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아시아 지역 공장을 갑자기 폐쇄할 경우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태국, 캄보디아 등 국가에선 향후 10~20년간 전체 일자리의 56%가 자동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아시아 고용 시장의 미래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한 ILO의 장재희 씨는 “변화가 천천히 진행되고 커뮤니케이션이 분명하다면, 그리고 공장들에 변화를 수용할 시간을 준다면 일자리 상실은 심하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나이키와 같은 유명 브랜드들이 공급망 측면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계 기업이 주도하는 인도네시아 스포츠화 산업은 국내외 산업환경의 구조적인 문제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에 기업들은 첨단 신소재 개발과 미래 디자인 등 기술혁신과 신발 공정 자동화와 스마트공장 구축을 통해 미래 첨단산업으로 도약하는 동시에 다품종 소량 생산 등 인도네시아 신발산업에 적합한 효율적인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신발업계 종사자들은 말한다. "인류가 신발을 신고 다니는 한 신발사업은 망하지 않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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