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詩鏡 - 시가 있는 목요일
안녕하세요. 박정자입니다.
빗속에서, 나무들 풀잎들은 어쩌지 못해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류 하나를 바로잡습니다. 그들은 취해 있었습니다. 빗줄기와 함께 춤추며 흥겨워하고 있었습니다. 빗속에서, 그들은 수동태가 아니었습니다. 능동태였습니다. 나무는 이름씨(명사)가 아니라 움직임씨(동사)입니다.
우기, 건강하게 건너가시기 바랍니다.
명 편
복효근
서해 바닷가 채석강 암벽 한 구석에
종석♡진영 왔다 간다
비뚤비뚤 새겨져 있다
채석강 암벽이 만 권의 서책이라 할지라도
이 한 문장이면 족하다
옳다 누군가 눈이 참 밝구나
사내가 맥가이버칼 끝으로 글자를 새기는 동안
사내의 등을 기댄 그니의 두 눈엔 바다가 가득 넘쳐났으리라
왔다 갔다는 것
자명한 것이 이 밖에 더 있을까
한 생애 요약하면 이 한 문장이다
그리고 그것을 새길만한 가치가 있다면
사랑했다는 것
설령 그것이 마지막 묘지명이라 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이미 그 생애는 명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