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에 걸친 신흥국의 물가 상승 둔화 흐름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JP모건에 따르면 신흥국의 헤드라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1997년 20%에서 작년 7월 사상 최저 수준인 2.3%로 둔화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신흥국 물가 상승률은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입어 2.8%를 기록해 오름폭이 확대됐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통화가치 급락으로 신흥국 물가가 좀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건의 신흥국 시장 통화 인덱스는 지난 4월 이후 8.4% 하락했다.
JP모건의 조셉 럽튼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터키, 아르헨티나,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통화가치가 급격히 하락해 해당 국가의 물가는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컨센서스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의 물가 상승률은 작년 1.9%에서 올해 2.5%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동유럽 물가상승률은 4.9%에서 5.3%로, 라틴아메리카(베네수엘라 제외)는 6.8%에서 7%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FT는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이 나온 6월 이후 신흥국 통화 가치가 더 떨어졌기 때문에 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매체는 중국, 인도, 필리핀, 대만, 태국, 아르헨티나, 브라질, 페루, 루마니아, 러시아, 터키 물가가 올해 대폭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 <신흥국 작년 물가 상승률,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
씨티의 데이비드 루빈 신흥국 경제 헤드는 신흥국 경제의 경우 하방 리스크가, 인플레이션은 상승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며 신흥국이 점점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 상승) 상황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흥국이 물가 상승에 대응해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는 점은 경제 성장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루빈 헤드는 "지난 4월까지만 해도 인도네시아는 내년 2분기까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고, 인도는 금리 인상 전망이 수면 위로 떠오르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도네시아가 4월 이후 두 차례 금리를 올린 데 이어 올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며, 인도도 연내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는 6월 4년 5개월 만에 금리를 올린 바 있다.
FT는 한국과 멕시코와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도 올해 금리를 인상하리라고 전망했다.
다만 매체는 전반적인 신흥국 물가 상승세가 역사적 평균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페이든&라이겔 인베스트먼트의 크리스틴 세바 신흥국 채권 헤드는 그간 신흥국 물가 상승세가 낮았던 이유는 많은 국가의 아웃풋갭이 컸기 때문이라며 "(신흥국) 인플레이션이 크게 확대되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