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에세이] 내가 사는 집/ 이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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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내가 사는 집/ 이동균

인문창작클럽 연재
기사입력 2018.08.1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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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우연히 한국에서 방송되는 텔레비젼을 시청하다가 S대학교에서 건축학 교수를 역임하고 정년 퇴임하신 분이 하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그분이 하는 말이 사람들이 느끼는 세계 최고의 건축은 "자기가 사는 집"이라고 했다.

나는 이 말에 100% 공감한다. 약 3년 전부터 나는 주말이면 바깥에서 운동을 하거나 식사하는 것을 줄이고 아파트 안의 내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며 생활하고 있다. 

즉, 특별히 어떤 일(주로 비즈니스)이 선약이 되어 있어서 만나야 하는 일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Apartemen Slipi, Jakarta Barat )에서 대부분의 주말 시간을 보낸다.

1 슬리피 아파트 외관.JPG▲ 슬리피(Slipi) 아파트 외관 [사진: 이동균]
 

그 이유는 슬리피 아파트 주변에는 내가 좋아하는 먹거리, 휴식공간, 운동을 할 수 있는 장소들이 그런대로 비교적 잘 구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남부 자카르타의 좀 더 화려하고 높고 큰 것들은 많지는 않지만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로칼 시장이 한걸음의 거리에 있고 또한 인도네시아의 맛있고 값싼 음식을 파는 맛집들이 곳곳에 있어서다.

내가 여기에서 살기 시작한 지는 6년 전, 12월경이었다. 평소 아는 사람의 소개로 처음에 집을 임대하러 방문했을 때, 아파트의 첫인상은 건물 외관은 오랜된 모습, 단순하면서도 잘 정돈된 바깥의 정원들 , 빈약한 시설의 헬스센터, 현대를 사는 시대에서 보면 조금 뒤떨어진 로비 인테리어, 거기에 비교해서 상대적으로는 훌륭한 풀장이 있다는 느낌이었다.

처음에 입주를 할 때는 아내가 일상적인 식료품을 구입하거나 은행 등의 업무를 보는 데도 어려움이 있고 특히 아파트가 큰길에 가까이 붙어있어서 차량 소음과 매연이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그리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의견을 모아서 딱 1년만 임대를 해서 살아보기로 하고 Slipi Tower 1, 중간층 쯤에 들어와서 살았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 막상 살다보니 아파트에 대한 것들이 처음에 받았던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모습으로 점진적으로 바뀌어갔다.

그러던 중에 1년간의 계약기간이 끝나자마자 우리는 Slipi Tower 2, 높은 층을 구입했다. 그 이유는 거실에서 보면 앞에 고층빌딩이 없어서 전망이 탁 틔어 있어서 자카르타 서부, 북부 지역을 조망할 수 있고 자카르타의 아파트에서 좀처럼 잘 볼 수 없는 자바해를 볼 수 있다. 또한 안방에서 보면 자카르타 남부 스나얀 지역을 볼 수가 있었다.

1 슬리피에서 바라본 자카르타 서북부.jpg▲ 저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거실에서 바라본 자카르타 서부, 북부 전경 [사진: 이동균]
 
1 슬리피에서 본 공항 방향.jpg▲ 저 멀리 자바해가 보이고 비행기가 자카르타 공항에 순차적으로 내리는 모습이 보임. 가끔은 무지개가 피어 올라 더욱 아름다운 광경을 만들곤 한다. [사진: 이동균]
 
그 중에서 가장 좋은 전망 포인트는 해가 질 무렵이다. 아파트 거실에서 보면, 저 멀리서 자카르타 공항으로 비행기가 바다를 배경으로 서서히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그 뒤, 더 멀리에서는 노을 지는 바다도 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회사에서 일찍 퇴근하여 집에 들어와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들고 거실의 창을 열고 석양의 노을과 앞에 펼쳐진 파노라마를 마주하며 감상하면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나만의 힐링의 시간을 갖는다.

약간 이 글의 주제에서 조금 벗어나 건축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를 하면, 건축은 인간 서로 간의 약속된 계약에 의해 나무, 석재, 기타 여러 가지의 재료를 이용하여 만들고자 하는 무엇을 창조하는 일이다. 내가 인도네시아에서 하는 비즈니스가 건축과 관련되어 있어서 내 나름대로의 시각에서 건축물을 보고 연구하고 그에 따른 건축자재를 생각하는 일이 많다.

그러면, 일반 사람들에게 있어서 세계적인 최고의 건축물로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물론 사람마다 각자 생각하고 있는 것이 다를 것이다. 어떤 분들은 프랑스 파리의 베르사이유 궁전, 에펠탑, 이탈리아 로마의 원형극장인 콜로세움, 한쪽으로 기울어진 피사의 탑, 영국 런던의 국회 의사당 빅뱅,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 인도네시아 족자의 보로부드르 사원 등이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물론 수긍이 가는 말이다. 그러나, 단지 이러한 것들은 내가 소유 할 수 없는 즉, 내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멀리 여행을 떠나 화려하고 수려한 외관, 잘 조성된 시설을 갖춘 세계적에서 알아주는 최상급 리조트에 투숙한다고 생각을 해 보았다. 그 호텔은 아름다운 해변이 있고 낭만적인 음악이 흐르며 최고의 요리사가 만든 맛있는 음식이 즐비하게 차려진 레스토랑이 있으며 안락하며 럭셔리한 방에서 생활할지라도 3~4일 지나고 나면 본전 생각이 날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극치의 편안함이 결국에는 내 호주머니에서 지출해야 하는 거액(?)이라는 생각이 들면 그 순간부터는 편안한 생각이 전혀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사는 집은 이러한 거액의 지출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 편안하고 행복한 휴식을 만끽하고 새로운 생각을 가다듬고 하는 시간을 갖기에는 최상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 내 취향대로 집안을 편안하게 꾸며 보려고 노력한다. 열대 화초도 심어도 보고 벽에는 자연을 배경으로 그린 그림도 붙여도 보고 오디오 시스템도 새롭게 정비하여 마치 공연장 또는 연극무대처럼 꾸며도 본다. 그러다가 마음이 바뀌면 커피가 있는 카페의 구석의 공간처럼 만들기도 한다. 어떨 때는 단순한 사무실 공간으로 변신하여 만들어 보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사람들 각자가 현재 가지고 살고 있는 것이 다른 것들에 비해 아주 작고 초라해 보일지라도 각자가 본인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행복이다. 이러한 삶을 누구든지 사랑할 것이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어느 곳을 추천하라면 나는 당연히 내가 사는 공간, "내 집"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일은 쉬는 날이라서 하루 종일 집안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자카르타의 변하는 풍경을 느껴 보려고 한다. 피아노 선율이 CD를 타고 흐르고 벽에 붙어 있는 가족들과 같이 찍은 여러 가지 추억이 쌓인 사진들을 보며 과거에 내가 지나왔던 즐겁던 추억들의 순간을 느껴 볼 것이다.


이동균: 수필가 

인문창작클럽(INJAK)
  인문창작클럽 (인작: 회장 이강현)의 회원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인으로 구성되었으며, 개개인의 다름과 차이를 공유하고 교류하면서 재인도네시아 한인사회를 조명하는 새로운 시각이 되고자 노력하는 모임입니다.

* 이 글은 데일리인도네시아와 자카르타경제신문에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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