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독립투쟁의 보편성:인도네시아 독립전쟁 속 한국인 투사 양칠성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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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투쟁의 보편성:인도네시아 독립전쟁 속 한국인 투사 양칠성의 역할'

양칠성 세미나 후기
기사입력 2018.08.2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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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jpg▲ 오른쪽 인물이 양칠성 [사진: 배동선]
 
글·
사진: 배동선 한인니문화연구원 특임(역사)연구원 

지난 18일 자카르타 쁘로끌라마시 거리(Jl.Proklamasi)의 위스마 쁘로끌라마시에서 '독립투쟁의 보편성:인도네시아 독립전쟁 속 한국인 투사의 역할'이라는 제목의 특별한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1945년 8월 17일 독립선언문이 낭독되었던 수까르노의 집터 위에 만들어진 '선언자들의 공원' 바로 건너편에 2018년 2월 개업한 이 2층짜리 동(東)인도네시아 음식 전문점 드쁘로끌라마시(De’Proklamasi)는 별로 넓지 않지만 몇 개의 작은 홀들을 연결해 발표자 좌석과 백드롭, PPT용 스크린을 설치하고도 60명 참석자를 효과적으로 수용해 낼 수 있었습니다. 아담하고도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북말루꾸 부빠띠라는 식당 주인의 취향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이 세미나의 주제로서 가룻 영웅묘지에 묻힌 양칠성을 조명한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현지 한국인들이 조명하고 부각시키려 해도 좀처럼 인도네시아인들의 주목을 받지 어려운 주제를 현지 사학자들이 먼저 세미나의 중심 테마로 삼았다는 사실이 신기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국립 인도네시아대학교(UI) 로스티뉴 교수가 군속, 포로감시원, 위안부 등의 한글단어와 한국어 사료들을 동원하며 발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지 않을 리 없었습니다.

이 세미나를 주최한 히스토리카 인도네시아(Historika Indonesia)는 인도네시아 독립투사들의 기록을 발굴, 유지하고 그 후손들을 도우며 민간에 대한 역사교육, 장학금, 역사 웹사이트 지원 등을 목적으로 2014년 11월 설립된 조직입니다. 이날 주연사로서 양칠성과 ‘빠빡 왕자의 부대’(Pasukan Pangeran Papak)의 활약과 그들의 최후를 강연한 저널리스트 헨디조 (Hendi Jo)는 그 창립자들 중 한 명입니다.

_b_2jijba_h_73gUd018svccfc849kz642z_sosvo9.jpg▲ 왼쪽부터 waen said (사회자) Rushdy Hoesein(사학자) Rostineu 교수, Hendi Jo (저널리스트, 히스토리카 창립멤버) [사진: 베동선]
 
루슈디 후세인(Rushdy Hoesein)은 독립 전야 수까르노의 행보와 당시 시대상에 대해 팩트를 기반하여 설명해 주었는데 그는 73세에 접어든 저명한 인도네시아 사학계 원로로 UI 교단에서 은퇴한 후 인도네시아 최대 역사 커뮤니티인 '꼬무니타스 히스토리아 인도네시아'(Komunitas Historia ladonesia)을 이끌며 활발한 강연활동은 하고 있습니다.

일본군 보조부대 역할이었던 현지 헤이호(Heiho-兵補) 지원자 대상으로 6주간 일본어를 가르치는 임무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진 일본군 군속 양칠성의 이야기를 일본인 우쓰미 아야꼬가 발굴해낸 과정, 한국인들이 일본군 군속과 포로감시원으로 모집된 배경과 태평양전쟁 말기 그들의 운명에 대해 강연한 로스티뉴(Rostineu) UI대 문화지식학부(FIB) 교수는 한국에서 이 주제로 한국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던 재원입니다. 이런 분들이야말로 한국 학계와 대사관이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333.jpg▲ 일제시대 징용자들 [사진: 배동선]
 
이날 행사를 도운 UI대 한국어과 학생들은 물론 가룻 부빠띠 대리인, 국내외 언론과 기자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습니다. 특히 서부자바 주 가룻 지역은 빠빡 왕자의 부대가 출몰하던 곳으로 폭파 전문가이자 부대의 브레인 역할을 했던 양칠성이 활약하다가 동료 하세가와, 아오키 등과 함께 네덜란드군에게 체포되어 처형당한 곳이기도 합니다. 흐릿한 사진 속의 양칠성은 훤칠한 미남이었고 최후의 순간 무슬림 투사 꼬마루딘(Komarudin)으로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인니문화연구원(원장 사공경), 헤리티지 재단 코리아섹션(회장 김상태)의 한국인 회원들과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원 엄은희 박사와 위스콘신 메디슨 칼리지의 정은숙 정치학 교수, 김성월작가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습니다. 마침 전주 MBC 촬영팀도 참석해 세미나 전체를 촬영하고 발표자들과의 인터뷰도 진행했습니다. 

배동선.jpg▲ 배동선 작가가 세미나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엄은희]
 
개인적으로는 인도네시아 독립전쟁에 양칠성으로 대변되는 제3국인들도 깊숙이 개입되었던 배경은 당시 인도네시아의 독립이 인도네시아로 한정된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공감하던 국제적 사건이었다는 발표자들의 접근방식이 다소 상투적이라 느껴졌습니다. 또 질문자들 중엔 한국이 일제시대를 통해 세계정세에 대한 안목을 키웠다거나, 당시 귀국한 징용자들이나 포로감시원들이 아직도 일본정부에게 연금을 받고 있을 거라는 잘못된 인식을 접하며, 앞으로 한국 정부차원은 물론 민간차원에서도 이러한 역사적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많이 노력해야 함을 여실히 보여준 자리였다고 생각합니다.

_b_2jijhe_j_i3hUd018svc12ocz5q2a17fa_sosvo9.jpg▲ 한국인 세미나 참석자들 [사진: 배동선]
 

나 역시 질문자로 나서 일본에 대한 인도네시아인들의 일반적 감정을 물었습니다. 수까르노가 낭독한 독립선언은 일본이 이미 패망한 후였으니 일본에 대한 독립의지의 표명이라기보다는 분명 동인도 복귀를 시도하는 네덜란드와 그 배후의 연합군들에 대한 선전포고 의미를 어느 정도 담은 것이었고 실제로 그후 4년 남짓 독립전쟁이 인도네시아 전역을 휩쓸었죠. 하지만 일본이 1942년부터 3년반에 걸쳐 동인도에서 수많은 현지인들의 생명을 소모하고 노동력과 자원을 무자비하게 수탈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양칠성이 가담한 가룻 빠빡 왕자의 부대에서와 같이 일부 일본인들이 인도네시아편에 서서 네덜란드와 싸우다 목숨을 바친 것 역시 역사적 사실이죠. 일본에 대한 인도네시아인들의 역사인식이 한국인들과 어떤 부분에서 온도차이를 보이는가 물었던 질문에 대해, 루슈디 후세인 교수는 매우 모호한 태도로 동문서답에 가까운 대답을 할 뿐이었습니다. 물론 그것이 실제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대체로 서로에게 호의적이나 딱히 같은 편은 아니라는 포지션을 말입니다.

인도네시아가 모든 면에서 한국과 똑같은 인식을 가지고 있길 바라는 건 아닙니다. 그건 쌍둥이 형제간에서도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서로의 포지션을 파악한다는 것은 그것대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제대로 된 관계란 서로의 분명한 포지션을 파악한 후에야 가능한 것이니 말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교수님들과 정부기관들이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다방면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활동도 어쩌면 궁극적으로 서로의 분명한 포지션을 파악하고 조정하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역사 부문에서의 교류와 참여 역시 앞으로 좀 더 활발하고 진지하게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최소한 인도네시아인들이 양칠성에 대해 아는 것보다 우린 당연히 그를 더 많이 알기 위해 연구해야 할 것이고 인도네시아인들이 한국인 군속과 포로감시원들의 기원을 연구하는 것만큼 우리 역시 인도네시아의 역사와 위인들 그리고 수면 밑 문화 등에 대해 좀 더 탐구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노력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쌓인다면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가진 서로 다른 포지션은 더 이상 짜증의 대상이 아니라 보다 긴밀한 협조와 발전의 대상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끝)


배동선 작가는 
한국외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한화 무역 부문 인도네시아 현지공장에 1995년 부임했다. 현재 23년차 인도네시아 교민으로 2016년 제18회 재외동포문학상 소설부문을 수상했고 딴지일보 해외 필진으로도 활동중이다. 2018년 하반기에 <수까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 한국외대 양승윤 명예교수와 공역한 네덜란드 근대소설 <막스 하벨라르> 등이 출간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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