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김영선] 인도네시아는 '인도가 넷인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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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 인도네시아는 '인도가 넷인 나라'?

기사입력 2018.09.0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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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의 'ASEAN 톺아보기'(6)] 인도네시아는 '인도가 넷인 나라'?

“그 사람을 알지 못하면 그를 사랑할 수 없다”라는 인도네시아 속담이 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곱씹어 볼수록 이처럼 중요한 게 없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아세안과의 파트너십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 아세안은 아시아 또는 동남아시아와 어떻게 다른지, 아세안공동체와 아세안경제공동체는 또 무엇인지, 이에 확실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정부가 신남방정책을 아무리 강조해도 아세안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아세안에 올바른 인식을 갖고 있지 못하면 부질없는 일이다.

지난 2일 폐막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홍보하는 어느 방송사 유튜브의 배경 음악이 인도 영화 ‘당갈(Dangal)’의 주제곡이어서 아연실색했다. 몇 해 전 어느 공기업이 인도네시아와 철도 협력사업 행사 장소로 인도의 수도 뉴델리를 표기한 포스터를 제작해 비웃음을 산 바 있다. 인도네시아와 인도를 착각한 것이다. 인도네시아 국명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인도가 넷인 나라’라고 답한 아재개그가 생각난다.

아직은 편협한 아세안에 대한 시각

얼마 전 동남아시아에서 비즈니스를 많이 하고 있는 어느 대기업의 임원진을 대상으로 아세안경제공동체 출범과 향후 대응 방안에 관해 특강을 한 적이 있다. 현장 비즈니스에 경험이 없는 필자는 다소 긴장하고 있었는데, 한 계열사 대표가 “인도가 아세안 회원국이죠”라고 하는 게 아닌가. 실소를 참으며 “오늘 강의는 수준을 좀 낮춰서 해야겠네요”라고 대응한 적이 있다. 사실 아세안 10개국의 이름을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한국인이 얼마나 될까. 

‘포스트 차이나’로서 아세안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아세안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많이, 얼마나 올바르게 알고 있을까. 한국인이 가장 많이 여행하는 지역이 아세안이다. 지난해 방문자가 750만 명이나 된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아세안 출신은 40만 명이 넘는다. 정부, 기업 인사 외에 결혼 이주민, 근로자, 유학생 등 계층도 다양하다. 지난해 실시한 한국 청년들의 아세안에 대한 인식 조사와 올초 소셜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의하면, 전반적으로 아세안에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는 있으나 이해도가 그렇게 높지 않고 다소 편향된 인식도 표출돼 놀라웠다. 

한·아세안 간 인적 교류도 많은데 그런 결과가 나온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우리는 대부분 언론 보도를 통해 정보를 접하는데 국내 언론이 다루는 아세안의 비중이 작다는 점이다. 게다가 문제가 되는 사건, 사고에 치중하다 보니 정보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부정적이고 편협한 시각을 갖기 쉽다. 둘째는 한국인들은 자기중심적인 접근을 하는 경향이 크다는 점이다. 방문하더라도 짧은 기간 자기 관심사항만 보고 오니, 두루 봐 이해하고 얻게 되는 객관성이나 균형감이 많이 떨어진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어느 나라 국민이든 자신의 역사와 문화에 강한 자긍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캄보디아의 찬란했던 앙코르 문명과 당시 인도차이나 최강국이었던 앙코르 제국의 역사를 이해한다면, 미얀마 바간 왕조의 번성했던 불교문화에 압도당했다면, 그리고 라오스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루앙프라방에 매료됐다면, 이들 국가를 그저 1인당 국민소득 1500달러 수준의 최빈국으로만 볼 수 있겠는가.

한편, 아세안 사람들은 한국, 한국인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대부분 한국의 민주화와 경제발전, 한류의 매력으로 인해 선망의 나라, 협력 파트너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뒷자락에는 이들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 왜곡된 시각, 차별적인 대우로 가슴 아파하는 경우도 많다. 못사는 나라 사람, 결혼 이주민, 불법 체류 근로자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이들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길을 가로막는다.

'상대를 알아야 사랑할 수 있다'

아세안과의 관계를 4강 수준으로 격상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담대한 신남방정책 구상도 너무 경제적인 측면에 치중하다 보면 큰 흐름을 놓칠 수 있다.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사람 중심의 공동체를 구축해 나간다는 것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코리안 드림’을 좇아 한국을 찾는 아세안의 유학생과 근로자에 대한 과감한 지원과 배려가 필요하다. 한국이 대외협력에서 중국이나 일본과 같은 강대국들과 물량으로 경쟁하는 것은 국력의 차이로 인해 쉽지 않다. 그러나 마음(heart and mind)을 잡을 수 있는 소프트파워는 우리의 강점이 될 수 있다. 다름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 존중, 관용, 배려의 마음가짐으로 이들을 끌어안아야 한다. 이는 우리 사회를 더욱 성숙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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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 <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객원연구원, 前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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