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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8)] 아세안 전문가 양성이 급선무다

기사입력 2018.10.2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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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의 'ASEAN 톺아보기' (8)] 아세안 전문가 양성이 급선무다

불교가 국교인 태국의 국장(國章)에는 비슈누 신을 태우고 다닌다는 힌두 신화 속 상상의 새인 가루다가 등장한다.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국장도 이슬람이 아니라 힌두교의 상징 가루다다. 오늘날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지배적 종교라 할 수 없는 힌두교의 상징물이 국장에 등장한다는 것은 과거엔 그만큼 인도의 영향이 컸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면 동남아 문화의 특징은 무엇일까. 불교, 이슬람교, 힌두교, 천주교, 개신교, 유교, 토착신앙에 수많은 종족과 지방언어…. 그야말로 다종교, 다종족, 다언어로 구성된 다양성의 문화다. 또 외래 종교와 문화가 토착문화에 자연스럽게 융합·변용되면서 개방성과 혼종성(hybridity)의 문화를 발전시켰다. 한 예로 인도네시아의 힌두교는 인도의 힌두교와 다르고, 여타 동남아 지역의 힌두교와도 차이가 있는 독특한 성격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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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종교·다종족·다언어 문화

문화적 다양성을 나타내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인도네시아 여러 종족의 기질과 문화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누군가 자신의 발을 밟았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펴보자. 북부 수마트라의 바탁족은 크게 소리를 질러대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뒤끝이 없다. 술라웨시의 부기스족이나 마두라족은 그냥 후려 팬다. 막무가내다. 자바족은 옆에 있는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조치를 대신 취하도록 한다. 좀 음흉하다. 서부 수마트라의 파당족은 밟은 사람에게 돈을 달라고 흥정할 수도 있다. 금전 감각이 남다르다. 이런 문화적 다양성은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동남아 전체에서 나타나는 특징이기도 하다.

오늘날 동남아는 문화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도 다양한 체제와 서로 다른 발전 수준을 갖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이 이런 이질성을 어떻게 극복하고, 하나의 비전 아래 하나의 정체성을 추구하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공동체를 출범시킬 수 있었을까. 

우선 인도네시아를 보자.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6000만 명, 한반도 크기의 9배나 되는 광활한 영토가 1만7500개의 섬으로 이뤄진 군도국가다.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5200㎞나 되니 서울에서 자카르타까지 거리와 얼추 같다. 종교도 이슬람을 포함, 6개 종교가 공식 종교로 인정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300여 개의 종족과 600여 개의 지방언어가 존재한다. 이처럼 다양성이라는 말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사회가 어떻게 하나의 국가로 통합을 이루고 발전해 왔을까.

인도네시아 국장 하단에 보면 ‘비네카 퉁갈 이카(Bhinneka Tunggal Ika)’라는 문구가 있다. 이는 ‘다양성 속의 통합(unity in diversity)’이란 의미다. 이질적인 것을 포용하고 화합함으로써 통합을 이룬다는 정신이다. 이는 인도네시아의 통치 이념이자 동남아 10개 국가 연합인 아세안의 통합 비전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가 통합을 이루려는 열망은 표준어 채택 과정과 이슬람을 국교로 정하지 않은 데서도 찾을 수 있다. 1928년 젊은 지도자들이 모여 선언한 ‘청년의 맹서’에서 인도네시아의 표준어를 지배층 언어인 자바어가 아니라 쉽게 익힐 수 있어 일반 사람이 널리 사용하던 바하사 인도네시아(현 인도네시아어)로 정했다. 또 1945년 인도네시아의 건국 이념이자 통치철학인 판차실라(Pancasila)를 제정하면서 국민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이슬람의 알라신을 유일신으로 특정하지 않았다. 이는 소수자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지도자들의 예지, 통찰력, ‘톨레랑스’의 정신이 있기에 가능했다.

아세안과의 협력관계를 중시하는 신남방정책이 크게 탄력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활발한 정상외교를 통해 직접 추동하고 있고, 정부 내에 이를 뒷받침할 컨트롤타워와 추진 조직이 새롭게 갖춰졌다. 본부 및 재외공관에 예산과 인원이 대폭 늘 것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국빈 방문에 이어 오는 11월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싱가포르를 또 방문한다. 내년까지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방문할 계획이다.

진정으로 그들을 이해해야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사람 중심의, 더불어 잘사는 평화 공동체’를 이룬다는 것이 신남방정책의 비전이다. 대(對)아세안 정책은 우선 그들이 우리와 다르고, 문화가 다양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아세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고, 진정으로 그들을 이해하고자 하는가. 아세안을 제대로 아는 전문가는 얼마나 있을까. 전문가 육성 계획은 있는가. 업무 담당자들이 1년 남짓이면 다른 부서로 옮기는 그런 패턴이 되풀이되는 한 야심찬 신남방정책도 과거와 크게 달라지기 어렵다. 대학이나 연구소의 동남아 연구 인프라는 중국, 일본 등 여타 지역 연구와 비교할 때 너무나도 열악하다. 동남아·아세안을 제대로 아는 전문가 양성이 지속 가능한 신남방정책 추진의 급선무이고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다.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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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 <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객원연구원, 前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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