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몇 갑절은 더 바빠질 거야.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겨우 짜장면으로는 안 되지. 곱배기라면 몰라도.”
“어머님은 짜장면을 싫다고 하셨어.” 노랫말처럼 저마다 짜장면에 얽힌 추억 하나쯤은 있는 듯합니다. 기숙사 생활을 하던 중학교 3학년 때였습니다. 음식 배달을 일절 금하는 기숙사 내규를 어기고 고등학교 언니들 몇 명이서 짜장면을 배달 시켜 먹다가 ‘불독’ 사감 수녀님께 들키고 말았습니다. 그날은 휴일 점심이었고 기숙사에 남아 있던 사생들은 모두가 이 초유의 사태에 오후 내내 마음을 졸이며 처분만을 기다려야 했지요. 해당자들은 퇴거 조치 될 거라는 얘기까지 나돌았습니다. 시간은 더디게 흘러 저녁 식사 시간, 우리들의 식탁 위에는 짜장면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 날, 묵언의 처분이 준 울림은 많은 세월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선명하기만 합니다.
오류를 찾으셨나요? 그렇습니다. 위의 문장은 다음과 같이 써야 맞습니다.
“지금보다 몇 곱절은 더 바빠질 거야.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겨우 짜장면으로는 안 되지. 곱빼기라면 몰라도.”
곱배기 × ⇒ 곱빼기 ○
갑절? 곱절?
‘곱빼기(곱/-빼기)’에서 ‘곱’은 ‘곱절’을, ‘-빼기’는 접사로서 몇몇 명사 뒤에 붙어서 ‘그런 특성이 있는 사람이나 물건’을 뜻합니다. 이와 쓰임이 비슷한 ‘-배기’와 헷갈리곤 하는데 공짜배기, 진짜배기, 나이배기’처럼 [배기]로 소리 나는 것은 ‘배기’로 적고, ‘곱빼기, 고들빼기, 억척빼기, 코빼기’처럼 [빼기]로 소리 나는 것은 ‘빼기’로 적습니다. 다만, ‘뚝배기, 학배기(잠자리의 애벌레)’처럼 하나의 형태소 안에서 ‘ㄱ, ㅂ’ 받침 뒤에 오는 ‘배기’는 [빼기]로 발음되더라도 ‘배기’로 적도록 규정(한글 맞춤법' 제6장 제54항)하고 있습니다.
“자장면 곱빼기 하나, 해물뚝배기짬뽕 하나 주세요.”
*본래 ‘자장면’만 표준어로 인정하던 것을 ‘짜장면’도 2011년에 복수 표준어로 추가했습니다.
다음으로, ‘갑절’은 ‘배’, 즉 '어떤 수나 양을 두 번 합한 만큼'을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곱절’은 ‘갑절’과 같은 뜻인 '어떤 수나 양을 두 번 합한 만큼'의 뜻도 있지만 ‘세 곱절, 네 곱절, 몇 곱절’처럼 일정한 수나 양이 그 수만큼 거듭됨을 이르는 말'로도 쓰입니다. 즉 ‘두 배’의 뜻을 나타내고자 한다면 ‘갑절’과 ‘곱절’ 모두 쓸 수 있지만 ‘몇 배’의 뜻을 나타내고자 한다면 ‘곱절’로 써야 하지요.
생산량이 지난해에 비해 세 갑절은 늘었어요. (×)
생산량이 지난해에 비해 세 곱절은 늘었어요. (◯)
생산량이 지난해에 비해 갑절/곱절(‘두 배’의 뜻)은 늘었어요. (◯)
♠ 알고 보면 쉬운 우리말, 올바르게 쓰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
* 한글 맞춤법, 표준어 검색을 위한 추천 사이트
국립국어원 http://www.korean.go.kr/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http://stdweb2.korean.go.kr/main.jsp
** 이익범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 교사를 지냄. 현재 한국문화원 세종학당 한국어 교사